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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의 잔설이 이른 봄까지 날리던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아마 고등학교 2학년 새학기가 막 시작됐을 무렵이었다. 지루하고 따분하던 학교생활에서, 그래도 새학기만큼 매력적이고 가슴 뛰는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옆자리 짝꿍도 ···
그 곳엔 지치지 않는 배움이 있다 풀무야학 저녁 6시, 서울 쌍문동 한 주택가 구석진 건물에 가방을 든 아주머니들이 하나 둘 씩 들어가기 시작한다. 젊은 여자부터 중년의 티를 훨씬 넘어 머리 희끗한 노인들까지 그 구성원이 다양···
태풍의 영향권 안에 있어서인지 가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더웠다. 세탁소 지하 계단을 조심스레 밟아 내려가자, 남자 네 명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홈페이지 사진에서처럼 덩치들이 우람하지는 않다. 웃고 있는 ‘밴드바람’의 얼굴들이 환했다.홍상환 씨가 ···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 안 벽면에 붙은 다양한 광고를 무심히 지나치며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탄다. 전철에서 일터까지는 10분이 걸린다. 건물 외벽에 붙은 광고를 보고 한창 인기 있는 연예인의 얼굴을 차지하고 있는 옥외광···
아침부터 뿌려대던 장맛비는 오후가 되자 말끔하게 갰다. 습기가 유난히 많아 후텁지근한 날씨에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연신 손부채를 부쳐댄다. 원폭 관련 60주년 행사 ‘서울-히로시마 평화의 종이학 대장정’을···
출근 시간을 조금 지나서 탄 마을버스가 안국선원 앞에 멈추자 꽤 많은 사람들이 와라락 내린다. 함께 내린 이들 모두 안국선원 안으로 들어가고 혼자 남은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문이 활짝 열린 정갈한 낮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싸바싸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미팅에 나온 남자가 몸을 흔들고 있는 상대방 여자에게 궁금하다는 듯이 “춤추는 거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여자는 “춤추러 갈래요?”라며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대답을 한다. 이후 두 남녀가 ···
“남의 단체에 얹혀살고 있어도 괜찮나요?”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당당하다. “물론입니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라면 길거리에서 산들 어떻겠어요?”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내다본 창밖은 흰 목···
경기도 북부, 의정부에서도 외곽인 의정부시 고산동 116번지. 뺏벌이란 마을 입구에는 캠프 스탠리 미2사단 포병여단 본부가 있다. 이곳은 예부터 배가 많이 생산되던 지역이라 배나무가 많아 배벌로 불렸고 그러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부···
몇 해 전, 먼 친구로부터 어느 채식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종교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며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 사람은 어느 날, 반찬으로 먹을 고등어를 손질하던 중 문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