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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평화를 꽃피워갑니다.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지난달 9일(월)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북한의 발표가 있었다. 이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해야 한다, 심지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또다시 한반도를 긴장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1953년 6·25전쟁의 휴전 이후 한반도는 언제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위협 속에 놓여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주장이,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으나 좀처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화두를 들고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맞은편에 위치한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를 찾았다.
 

사회적 기억운동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된 지금, 평화가 가장 절실하게 느껴진다는 소회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평화는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나라마다 특수성이 존재하죠.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이라는, 유럽은 홀로코스트라는 특수성이 있어요. 한국의 경우는 분단에 의한 남북관계의 긴장에서 오는 비평화적 요소가 있죠. 하지만 단순히 전쟁의 물리적 반대가 평화는 아닙니다.” 이수효(37)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의 대답이다.

사실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에 사전에서 찾아본 ‘평화’의 정의는 ‘평화(平和, PEACE) : 평온하고 화목함.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우리는 전쟁과 평화를 상대적인 개념으로 알아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전쟁의 반대가 평화가 아니라니, 순간 혼란스러웠다.

평화박물관 건립운동은 2000년 여름에 펼쳐졌던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죄운동을 계승한 것이다. 사죄운동 당시 일본군 위안부였던 문명금, 김옥주 두 분 할머님이 당신들과 같은 전쟁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거금을 내놓으셨고, 그분들의 뜻을 받들고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평화박물관 건립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베트남 전쟁의 상흔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를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시작이었습니다. 전쟁에 의해 상처받고 피해 입은 사람들, 죽은 사람들, 전쟁에 휩쓸렸던 사람들의 묻혔던 기억을 복원하는 기억투쟁이 곧 평화운동입니다. 폭력과 전쟁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의 트라우마(Trauma,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 장애)에 대한 치유 시스템을 형성하고 사회 문제화해야 합니다.”

 


기억·전시·교육의 공간, 생활 속의 평화박물관

 

요즈음 기념시설, 박물관 건립이 하나의 트랜드이다. 일반적으로 기념시설이나 박물관을 이야기할 때 그 공간을 어떤 내용들을 중심으로 채워나갈 것인가 보다는 어디에, 어떤 규모의 건물을 지을 것인가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하지만 평화박물관은 거대한 건물을 세우려하지 않는다. 학교, 도서관, 어린이집, 동사무소, 지역 시민단체의 공간 등과 같은 생활공간을 평화를 고민하고, 체험하고, 교육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생활 속의 박물관’으로 만들고 이를 네트워킹하려 한다. 지역마다 피스 커뮤니티(peace community, 생활형 평화방)를 만들어 활성화하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 평화운동의 확산인 것이다. 이미 일산에 위치한 ‘아시아의 친구들’ 사무실 한 편에 생활형 평화박물관 1호 ‘평화방’이 만들어졌다.
 



“평화박물관 운동 초기부터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기억하고 소통할 것인가가 고민이었습니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공간에 ‘평화’라는 주제로 평화교육공간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는 그동안 평화박물관 건립기금 마련공연 <춤추는 평화>, 우토로 살리기 사진전과 콘서트, 어린이 평화책 순회전시회 <모르는 척 하지마> 등의 활동과 더불어 월례강좌와 평화영화상영회 하비비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비영리 문화 공간 ‘스페이스*피스(space*peace)’는 평화와 관련한 전시와 토론, 교육이 이루어지는 독특한 공간이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날, 스페이스*피스에서는 <안녕, 국가보안법>전이 열리고 있었다.

“스페이스*피스는 작품전시를 통해 평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전시공간입니다. 텍스트보다는 일상적 전시·교육과 같은 문화 활동이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이 전시공간을 통해 여기에 모이는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문화를 통한 접근 못지않게 공공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평화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회원의 50% 이상이 교사들이고,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개최한 어린이 평화책 순회전시회에도 교사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한 교사들을 중심으로 평화교육의 컨텐츠와 교재를 개발하고 학교 내에서 특별활동 시간 등을 활용하여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그 성과를 공유합니다. 특히 평화 교육자 양성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은 평화박물관 건립운동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궁극적으로는 ‘평화박물관’이라는 공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장기적인 건립계획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현재 역량부족으로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사이버전시관’을 오프라인(off-line) 활동을 통해 활성화시킬 계획입니다. 신세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이기 때문이죠. 기금마련 공연인 <춤추는 평화>의 해외공연을 위해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홍보 중입니다.”



다시 평화를 생각하다

 

우리는 오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는 전쟁의 공포,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반공주의와 군사문화, 가정과 학교에서 그리고 국가에 의해 가해지는 일상적인 폭력…….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평화’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앞서가기 위해 남을 해코지하지는 않는지,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고 행동하지는 않는지,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에 대해 나의 일이 아니라고 눈감고 지나치진 않았는지 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손을 내밀어 보듬는 일, 나아가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서로의 힘을 모아 막아내는 일이 평화운동의 시작이 아닐까?

 

 

이수원
사진 황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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