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3월
경칩을 앞둔 무렵 읍내에 장이 섰습니다. 들과 내 그리고 골짝에 자리 잡은 여러 마을 사람들은 이 날을 꼽아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기 마련입니다. 지난 가을 거둬 채 팔지 못한 참깨며 말린 고추를 장에 내려는 채비를 하기도 하고, 농가에 소용될 여러 물품을 살 맘도 이날 하게 됩니다. 지금은 승용차가 집집마다 마련되고 대중교통 또한 편리해 장에 나서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이 날은 닷새걸이 생활에서 가장 큰 행사였습니다. 소달구지를 타고 모처럼 장을 나선 노부부의 정어린 모습에서 당시의 소박한 일상이 묻어나는 듯 합니다. 1988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찍었습니다.
글·사진 노익상 photree@hanmail.net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칼럼니스트로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로 제 땅과 집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꾸준한 걸음으로 찾아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결과물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프로젝트와 동강 사진 축전에 초대 되었으며 연작형태로 여러 매체에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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