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배추
섭씨 삼십 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 날씨는 벼를 비롯한 여러 농작물이 튼실하게 자라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주변 장터에서 쉬이 눈에 띄는 배추는 서늘한 기운이 두루 넘쳐야 잘 자라는 좀 별스러운 채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배추를 기를 수 없어서 더위에 잘 자라는 열무 같은 채소를 김치 삼아 담가 먹기도 했습니다. 그럴 즈음, 화전민이 본격 소개되던 1960년대 말부터 미처 산림으로 복원하지 못한 산간에서 채소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고랭지 배추나 무가 그것입니다. 700에서 1,200미터에 이르는 고산지대의 서늘한 날씨 덕에 무더운 여름철에도 배추김치를 밥상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추분 무렵 심어 입동어름에 거두는 가을배추에 견주어 무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배추가 ‘아이스케키’ 팔리던 도회 장터에 처음 선을 뵐 때만 해도, 그 놀라움은 심청 아비가 눈을 뜬 일만큼 큰 볼거리였습니다. 그러던 물정이 어언 세월이 흘러, 이제는 바다 건너 이웃한 나라의 배추까지 매우 싼 값에 들어오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형편에서도 사진 속 아낙들은 제 등을 쪼아대는 뙤약볕도 아랑곳 않고 된비알 고랑을 다니며 김을 매고 있습니다. 아낙의 손길로 배추속이 여물어가듯 그렇게 여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강원도 백병산(1,259미터) 산기슭에서 찍었습니다.
글·사진 노익상 photree@hanmail.net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칼럼니스트로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로 제 땅과 집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꾸준한 걸음으로 찾아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결과물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프로젝트와 동강 사진 축전에 초대 되었으며 연작형태로 여러 매체에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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