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운동을 꿈꿔요" 피자매 연대
생리대와 평화 걷고 싶은 거리 신촌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을 때 잠시 혼란스러웠다. ‘일회용 생리대 20개를 대안 생리대 하나와 바꾸’는 행사를 한다고 피자매 연대에서 일하는 조약골(35) 씨에게 들었는데 그곳에는 생리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라크 평화를 위한 연대모임, 경계를 넘어, 전쟁없는 세상, 병역 거부자들의 모임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 ‘평화난장’을 벌이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순간 ‘평화 모임에 생리대라니, 생리대와 평화와는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행사가 다 끝나고 서대문에 있는 피자매연대 사무실에서 디온(28), 조약골과 마주 앉았을 때 해소되었다. 두 사람은 대안 생리대를 만들기 전에 이미 평화운동을 해온 사람들이었다.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은 생태, 여성, 노동 등 부문 운동으로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하나의 부문 운동에 갇혀서 다른 운동을 바라보지 못해요. |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차별들은 온갖 것들이 한데 맞물려서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 부문운동해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부문과 연대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여성 몸에 대한 새로운 대안
디온 씨가 평화운동에 처음 참가하게 된 것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이다. 그녀는 대학생이었는데 너무 말도 안 되는 전쟁이 벌어졌는데 보통사람으로서 그 전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답답했다. 그녀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보통 사람으로 산다는 게 훨씬 끔찍하다는 것을.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가 반전 퍼포먼스를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바닥을 뒹굴고 춤을 배운 적도 없었는데 춤을 췄다. 그러다가 반전 문화제에서 조약골을 만났다. 조약골은 노래를 하는 가수이기도 했다. 그는 ‘평화란 무엇이냐’, ‘재활센터’, ‘음악의 무정부’ 등 음반도 여러 개 냈다. 집회방식이 집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을 말하는 권위적인 방식이어서 집회장 귀퉁이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노래도 하고 춤을 췄는데 거기서 그들은 ‘너 춤춰, 나 노래할께.’ 하면서 서로 통했다.
1980년 미국에서 36명의 여성이 독성쇼크증후군으로 사망했는데 그 여성들은 모두 월경 중이었고 탐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생리대에는 다이옥신이 있는데 적은 양이라도 오랜 시간 체내에 축적되면 심각한 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폴리에틸렌이라는 첨가물은 염증과 가려움을 일으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외 레이온은 발열, 구도, 어지럼증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용 생리대는 여성의 건강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일회용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월경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들어요. 하얗게 표백하여 순결, 깨끗함을 강조하는 것은 월경은 더러운 것이며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죠. 생리는 숨길필요가 없는 것인데 생리대 이름들은 속삭여야 되고(위스퍼), 순결해야 되고(화이트) 현실이 아닌 환상(매직)이어야 하는 어떤 것으로 표현합니다.” 여성들 또한 아기기저귀에서는 관심이 많으면서 자기 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가부장적인 사고가 반영된 것이다. 면 생리대는 아주 민중적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그런데 그것을 어려운 것으로 만들거나 생리를 질병처럼 만드는데 서구 근대 의료체계가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완경기도 어느 순간 호르몬을 투여해서만이 해결하는 질병이 되고 처치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다양한 신호들을 믿으며 자연스럽게 해결해 가야 하는데 의료 서비스의 대상으로 만든 거죠. 인간을 기계적으로 다루는 방식이에요.” 한의학에서는 면 생리대를 권유한다. 우리 몸을 믿고 스스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거다. 의료 권력에 의해 몸이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지키기를 바라는 거다. 월경권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안 생리대 만들기는 단순히 생리대 만들기가 아니라 여성 몸에 대한 일상적 억압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어 내는 대안 시스템이다.
다양한 시도들
디온과 조약골은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 디온은 생리대 만들기 워크숍을 전국 단위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생리대를 팔아 사무실 임대료도 내고 이주 노동자, 철거민 대책 위원회 등 각종 단체에 후원금도 낸다. 그들은 둘 다 생활에서는 최소한의 소비만 한다. 조약골은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어떤 때는 부산에 가야하면 3일 전에 출발하기도 한다. 식사도 채식 위주로 하고 남은 음식찌꺼기는 집에 기르는 지렁이에게 준다. 지렁이는 그 음식을 먹고 땅에 좋은 물질을 뱉어놓는다. 물을 아끼기 위해 오줌을 변기 아닌 하수구에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