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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새로운 경영을 모색하다 `함께 일하는 세상`

 
 
이윤을 창출하면서 공익을 위해 좋은 일까지 하는 기업이 있을까?’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에도 이런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다. 가끔 대형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를 때 눈에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 상품에 이런 문구가 실린 것을 볼 수 있다. ‘이 제품은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정직한 상품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란 이렇듯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거나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생산품, 제 3세계 이웃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고 수입해오는 공정무역 제품,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여 생산되는 재활용품이나 친환경 제품,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건강한 생산품을 만드는 기업을 말한다.
이미 유럽, 미국, 독일 등에서는 경제적 생산성과 사회 공익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적극 권장하고 지원하고 있는 기업 형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자활지원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자활후견기관의 지원을 받아 독립한 곳들이 현재 사회적 기업의 모태가 되고 있다.

틈새 시장, ‘청소’로 시작
“우리 사회에도 이런 사회적 기업이 절실하게 필요한 게 사실이고 현재 경제 상황을 보더라도 극빈층이 더 증가하기 전에 그들을 위한 장기적인 경제 대안으로도 필요 합니다. 현재 정부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해 준 기업은 200개가 넘습니다. 몇 년 사이에 꽤 많은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거죠. 아직 사회 인식이 공유되지 못했기 때문에 서투른 점도 있지만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 사업입니다.” 
 
<함께 일하는 세상>의 이철종(36세) 대표는 자활기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지난 2002년 자활청소사업단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울, 경기 지역에 있는 청소업체들과 교육, 정보, 시장성 공유 등을 고민했다. 이후 청소사업에 필요성을 절감하고 지금의 ‘함께 일하는 세상’을 설립해 현재까지 꾸준히 사업을 확대하며 운영하고 있다. 마침 취재를 간 날, 국내에서 꽤 유명한 세무사가 그곳을 방문해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었다. “컨설팅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요.” 했더니 이 대표가 웃으며 “사회적 기업이라 무료로 해주시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왜 청소인가, 라고 묻자 이 대표는 “자활기관에서 여러 가지 업종을 만들어 일자리가 없는 극빈층이나 저소득층 사람들이 재활하는 일을 지원해줘요. 청소라는 분야도 초기 사업 투자가 적고 아직 대기업 같은 큰 자본의 손이 닿질 않아 시장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거죠.”라며 “청소라는 업종 자체가 사람이 직접 사람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잘못하면 곧 회사가 책임을 지고 경영이나 재정 상태에 영향이 오고 결국 그것이 본인한테로 연결되니까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책임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결국 수요자들은 만족스런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겁니다.”   
 

이들은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서 판매되는 청소용품은 환경을 해치는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청소용품을 직접 수입해서 쓰고 있다. 100% 수입을 하느라 시작한 청소용품 판매 유통도 <함께 일하는 세상>의 일정 부분 수입을 올려주고 있지만 요즘처럼 달러가 높을 땐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칙을 어길 순 없다. 그것이 사회적 기업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교육사업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함께 일하는 세상>은 국내 유일의 위생환경관리사 교육기관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500명의 교육수료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각 지역의 자활센터나 실업자단체 등에서 청소 용역을 하려는 이들에게 교육훈련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일하는 세상>에 청소를 의뢰한 수요자들의 만족도는 일반 용역업체들과 다르게 매우 높은 결과가 나와 한번 용역을 맺은 곳은 몇 년 씩 가는 경우가 많다.
고 한다. 2003년도부터 위탁 관리했던 병원을 통해 실력과 서비스를 인정받아 같은 계통의 또 다른 병원을 소개받기도 했다. 병원만큼 청결 유지를 신경 쓰는 곳에서 인정받은 업체라면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이후 병원은 주 고객이 됐고 관공서와 공기업 등도 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학습 환경권 보장을 위해 ‘깨끗한 학교 화장실 만들기’ 사업을 진행해 현재 경기도 내 초·중등학교 80여 곳을 위탁관리하고 있다.
 

현장 직원이 곧 자산
 
<함께 일하는 세상>은 수도권 지역에 본사 직영 3곳과 7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직원이 160명이고 그 중에서 노동자 자신이 직접 회사에 돈을 투자한 조합원도 40여 명이나 된다. 한때는 직원이 200명이 넘어선 적도 있었지만 청소라는 사업 특성상 증가와 감소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용역을 맡아 관리하던 곳의 계약이 만료되면 그곳에 있던 직원들을 재배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져 일을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그래서 근로계약서 작성 시 계약기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 언제든지 일이 생기면 다시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일자리 유지’라는 기업의 윤리적 도리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 차이가 많이 나질 않을 뿐더러 실제 다른 일반 용역 업체보다 10~15% 임금을 더 높게 해서 준다. 대신 회사 운영자들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경영 상태를 투명하게 알려주고 공개한다. 물론 지금까지 재정상태가 적자였던 적은 별로 없다. 큰 폭은 아니지만 매년 조금씩 상승되는 기세니 실험적이지만 그만큼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소리다.
“직원들이 여러 군데 흩어져 일을 하기 때문에 본사에서 자주 현장 방문을 해서 직원들과의 소속 연대감과 책임성, 일에 대한 자주적인 능력을 키워주려고 합니다. 일하면서 느끼는 문제점이나 수요자와의 관계, 일에 대한 고민을 듣고 직원들의 작업 환경 개선이나 수요자의 서비스 충족 등 챙겨야 할게 많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일하시는 분 중에는 사회적 기업을 이해하면서 ‘내 일이다’라고 생각하기보단 그저 지원이나 혜택으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간혹 있어 현장에서 수요자와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약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현재 <함께 일하는 세상>은 설립된 지 6년이 되었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 10년이 되는 4년 후에는 현재 고용 인원이 두 배가 되고 직원들의 자기 개발이나 교육, 학자금 지원 같은 복지 혜택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특히 직원 교육은 회사가 책임지고 해야 개인과 회사가 동시에 발전하고 더불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영국, 북유럽, 미국 등의 사회적 기업 샘플이 혼합되어 국내에 들어와서 그것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는데 초기 단계의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정부지원과 별개로 민간 주체들이 지속가능한 대안들을 내놓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의 지속성
 
 
사회적 기업의 의미와 취지는 좋지만 거대 자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살아남는 일이 쉽지마는 않을 것이다. 이익만 생긴다면 어느 분야건 팔을 뻗는 한국 사회의 대기업 틈 속에서 그들의 막대한 ‘자본력’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 대표의 마지막 말이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취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한 중년 여성이 다가와 신세계를 볼 수 있다며 한참 동안을 설명하고 듣도 보도 못한 신앙을 권유했다.
‘신세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급여 차이가 없고 근로계약서의 계약기간이 없는 세상, 상황이야 다르지만 2009년 대한민국 85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세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글 · 황석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팀

자료사진 함께 일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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