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성찰하는 여행
자신을 성찰하는 여행 #서울시내 광화문에 있는 모회사에 다니는 40대 중반의 A씨. 그는 갈수록 살기가 버겁다. 친척들과 친구들은 매일 정장 차림으로 버젓한 회사에 출근하는 그에게 "그 정도만 되면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고 하지만 그는 남에게 보이는 것만큼 행복하지않다. 정년퇴직까지 버티는 선배들이 많지않은 것을 보면 그도 언제 회사를 그만두어야할지 알 수 없다. 시대는 늘 새로운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그도 자기 개발에 몰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영어 공부도 지쳤다. 영어나 중국어를 새로 배우지는 않는다하더라도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모바일환경과 같은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마저 쉽지않다. 트위터에 페이스북에…. 오십견에 전립선염까지 남에게 말못할 병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는 가족들에게조차 속내를 내보일 수 없어 홀로 속앓이를 할 뿐이다. 집에 들어가도 낙이 없다. 중년의 아내는 우울증인지 기분이 다운돼 있어 가끔씩 감당하기 힘든 화를 내기도 한다. #그의 아내 B씨는 그녀대로 살기가 버겁다. 결혼 생활 20년 동안 해외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모은 돈으로 32평 아파트에 입주할 때 만해도 세상을 전부 가진 것 같았는데 이젠 아니다. 두 아이가 크면서 각방을 요구해 방 네개짜리 아파트로 구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하루 하루 연명하기에 급급하느라 노후대책을 강구하지못했는데, 누구누구네는 상가를 사두었다, 오피스텔을 사두었다. 전원주택지를 사두었다고 자랑한다. 노후에 희망이 안보이는데, 자식들에게마저 쉽게 희망이 보이지않는다. 의대나 약대에 갈 실력이 안되는 아이들이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취직을 해 한국 땅에서 밥벌이를 하고 살 수 있을지 두려울 뿐이다. |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일까 이런 고통이 이 부부들만의 것일까. 여건이 나은 사람은 나은 사람대로 걱정과 고민이 한 보따리다. 보릿고개를 수시로 겪어야했던 수십 년 전에 비하면 살기가 좋아졌는데, 왜 이렇게 삶이 팍팍한지 모른다는게 요즘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먹고 살기만 나아졌는가. 수백만이 죽어야 했던 비참한 전쟁도, 고문과 투옥을 밥먹듯이 겪어야했던 엄혹한 군사독재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일까. 이 물음이 바로 자신을 성찰하는 수행의 출발이다. 행복의 저해 요인도, 행복으로 가는 길도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외부의 조건이다. 자신이 아무리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자해도 전쟁이 일어나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거나 쓰나미 같은 자연 재앙이 발생하거나 엄혹한 인권 암흑의 독재 정권 아래서는 자유와 행복을 구가하기 어렵다. 아이엠에프의 규제같은 경제난이 발생하면 혼자만의 노력으로 잘 살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국가적, 사회적, 자연적, 환경적 조건의 개선에도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하지만 외부 조건의 개선만으로 인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돈이 신(神)을 대신할 만큼 물질만능시대가 되었음에도 가끔씩 일어나는 재벌과 재벌2세들의 자살은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이 자살을 한데 이어 최근엔 그의 조카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삼성과 함께 재벌의 쌍두마차인 현대그룹의 정몽헌 전 회장도 현대사옥에서 투신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두산그룹의 박용오 전회장도 지난해 자살했다. 남이 보기엔 돈이 전부인 듯한 세상에서 그만한 돈만 가지면 세상에 남부러울 것이 없고, 좋은 집에, 좋은 차에, 비싼 호텔에 묵고 마음대로 여행을 다니고 즐길 수 있을 텐데 왜 산 목숨을 끊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삶에서 외적인 조건도 간과할 수 없지만, 외적인 조건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배부른 돼지가 아닌 인간은 더욱 그렇다. 천하를 다 가지고도 탐욕과 불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인간이고,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도 천하를 다 가진 것처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는 이 또한 인간이다. 객관적인 경제와 물질 수준에서 현대인들은 수십 년 전보다 놀랄 만큼 잘 살게 돼 더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편리한 물질문명을 사용하며 살게 되었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사람들보다 현대인들이 더 행복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현대인들은 더 잘살게 됐음에도 더 심한 욕망과 경쟁의 급류에서 허우적거리며 스트레스로 고생하거나 경쟁에서 도태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무력감으로 더 불행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
행복에 이르는 비법, 마음 바꾸기 이런 외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불행감이 늘면서 현대인들이 주목한 것이 명상과 수행이다. 같은 조건에서도 왜 누구는 불행감 속에서 살아가고, 왜 누구는 행복감 속에서 살아가는 지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미 석가와 노자, 장자, 공자, 예수와 소크라테스 같은 위대한 성인들은 일찍이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오직 눈에 보이는 외면적 성과에만 집착하며 욕망과 탐욕의 노예가 되어가는 인간들에게 내면의 평화와 행복 없이는 천하를 모두 소유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설파한 것이 그들이었다.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고자하는 것은 모든 인간들이 바라는 바다. 과연 어떻게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티베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고승이 동굴에서 고서(古書) 한 권을 발견했다. 천년이 넘은 책이었다. 그 책엔 행복에 이르는 비법이 쓰여있었다. 그런데 그 비법은 아주 간단했다. 같은 상황이나 조건에서 마음 바꾸기나 생각 바꾸기를 통해서 고통보다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나는 말에 치여 동시에 넘어진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한 명은 "재수 더럽네"라며 하루종일 불쾌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한 명은 "이만하기 얼마나 다행인가. 운이 좋았다. 액땜을 했다"면서 오히려 기분 좋아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이렇게 전자에서 후자로 마음을 바꾸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이 이렇게 단순하고 간단한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나 욕망이나 우울함이나 불안이나 두려움같은 부정적 경향에 길들여져있기 때문에 위의 예처럼 쉽게 마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혼자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성인들이 제시한 테크닉이 바로 수행과 수도와 명상이다. 성인들이 만든 것은 종교라는 교단이나 조직이나 교리가 아니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고통 받는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고 행복해지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개발해놓은 것이 바로 수행, 수도, 명상인 것이다. |
수행.명상 -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 하지만 오랫동안 수행과수도와 명상은성인들의 가르침을 독점한 소수의 종교인들과 수행·수도자들만 점유했다. 일반인들로선 접근하기 어려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영적 영역도 민주화되고 현대화하면서 소수의 종교인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중들이 직접 성인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수행·수도·명상·심리프로그램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외부의 악조건이 나의 평화와 행복을 앗아가지 못하도록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그것이 수행과 수도 명상이 가져오는 유익함이다. 최근엔 명상이 가져오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가장 좋은 예가 티베트 불교 승려들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었다. 1992년 봄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서구 과학자들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명상 수행이 뇌의 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변화시킨다면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측정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 승려들에게 과학적 실험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오랜 실험 끝에 이 연구는 2004년 유명한 과학잡지인 <미국국립과학학술원회지>에 논문으로 정리돼 발표되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위스콘신대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드슨 박사는 기능자기공명영상촬영(f-MRI)과 첨단 뇌파기 분석을 통해 뇌 특정 영역의 변화가 기분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수치화했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f-MRI의 분석을 통해 사람들은 기분이 나쁠 때 이마엽(전두엽)의 오른쪽과 뇌에서 감정을 주관하는 가장자리계(변연계)의 편도핵 주변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이마엽 오른쪽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이 민감해지고, 반면 기분이 좋아질 때 이들 두 곳은 조용해지고 이마엽의 왼쪽이 활발히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또 뇌 좌우 이마엽의 활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비교해서 기분의 좋고 나쁨을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했다. 이러한 척도의 저울이 오른쪽으로 기울수록 기분이 나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반면, 왼쪽으로 기울수록 더 행복하고 기쁘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티베트의 승려들에게 이 척도를 적용했는데 그 티베트 고승은 그때까지 측정한 175명 중 가장 왼쪽에 축이 있었다. |
명상훈련의 긍정적 효과 과학자들이 이 실험 결과를 달라이 라마에게 보고하자 늘 질문이 많은 달라이 라마는 "이것은 티베트 승려들만의 특징인가. 기독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의 성직자도 그런가, 영구적으로 행복을 느끼도록 기분 저울의 축을 고정화할 수는 없는가, 만약 가능하다면 이런 혜택을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것인가"를 물었다. 이에 따라 명상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티베트 승려들과 같은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 상태를 가질 수 있는지를 직접 실험했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매사추세츠 의대의 존 카뱃진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가설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카뱃진 박사는 생명공학 업체의 근로자들에게 두 달 동안 매주 3시간씩 집중 명상을 가르쳤다고 한다. 데이비드슨 박사가 이들의 기분 저울의 축을 측정했더니 명상을 배우기 전에 오른쪽에 있던 것이 점점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낙관적으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명상 훈련에 의해 기분 저울의 축을 낙관적이고 행복해지는 쪽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명상을 하면 면역 시스템도 강화된다는 것도 밝혀냈다. 실험 대상자를 명상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눈 다음 두 그룹의 사람 모두에게 독감 항체를 넣고 반응을 조사했다. 이 결과 집중 명상을 배운 사람은 배우지않은 사람들에 비해 면역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필자가 만났던 인도 브라마 쿠마리스 영성대학의 지도자 다디 장키 여사도 과학적 검증에 의해 라자요가의 효과를 입증했다. 그녀는 21살 때부터 14년간 라자요가의 지식에 따라 침묵 명상을 해 고수의 반열에 든 이래 전세계를 다니며 요가를 가르쳐왔다. 미국의 두 대학 연구소에서 그의 뇌파를 재어본 결과 그는 일반인과 달리 활동 중에도 깊은 숙면 상태에서만 나타나는 델타파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마음의 소유자라는 평을 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명상이 이처럼 뇌에 작용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문제들을 해소하고, 몸의 면역력을 높여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도 치유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의과학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실용적인 면에선 동양보다 서양이 더 적극적이다. 대부분의 명상의 원조는 동양이지만 실제 대중들의 활용도는 서양에서 더 높다. 서양에선 명상을 스트레스와 노이로제 등 마음 치유 뿐 아니라 개인의 능력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3년 연속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이룬 시카고 불스의 필 잭슨 전 감독은 우승 비결을 명상적인 훈련이라고 답해 서구세계를 놀라게 했다. 선수들이 시합 날을 전후해 20~30분씩 명상을 하고, 경기 직전에도 1~3분간 명상을 하면 승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
행복에 이르는 길 필자가 현대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수행·수도·명상·심리·치유 프로그램들을 현장 르포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책으로 펴냈을 때 티베트의 정신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써준 추천사에 행복의 길이 담겨있다.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행복하기를 바라며, 고통을 피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며, 이는 마음을 훈련시킴으로써 가능할 것입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다스리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분노, 화, 미움, 불만, 자만과 같은 부정적인 마음 상태를 명확히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없앨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자비와 사랑, 관용과 만족 등과 같은 긍정적인 마음을 키워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마음 훈련은 유용하고 현실적인 것이며 명상은 이를 위한 전통적인 수행 방법입니다." |
글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명상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