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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우리의 커피 한잔 - 커피당

우리와 우리의 커피 한잔 - 커피당

 

글·최이삭 redsummer312gmail.com

 

보스턴 차(茶) 사건은 영국의 과도한 세금 징수에 대한 저항으로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에 정박한 동인도사의 차 상자들을 바다에 버린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영국이 자신들에게 세금을 매길 권한이 없다는 미국인들의 생각을 공표한 것이다. 차 한 잔에까지 스며든 높은 세금의 족쇄는 미국 시민들에게 그들의 낱낱의 생활이 억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게 했다. 미국인들이 이후 선택한 차는 커피였다. 영국적인 삶, 부당한 세금으로부터의 삶을 대변하는 차(茶)에 맞서 커피는 자유와 애국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크고 작은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커피는 무엇을 상징하나. 식후의 여유, 고도성장 경제, 도시적, 개인, 젊음 등일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커피는 이미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책을 본다. 스마트폰은 커피숍의 위치를 알려주는 전용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타벅스는 국내에 339개의 점포가 있다. 바야흐로 커피의 시대인 것이다.
김성환 커피당 20s Party 대표를 만났다.

커피당의 생성


커피당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2010유권자희망연대가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2010유권자희망연대는 6·2지방선거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로서 친환경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정치인과 정당 중심으로 형성된 선거의 흐름 때문에 유권자의 권리가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미국의 사회활동가 애너벨 박이 그의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 북에서 시작한 커피파티운동 Coffee Party USA를 벤치마킹 하게 되었다. 김성환 대표는 "유권자의 권리가 단지 투표로만 이야기되고 끝나서는 안 된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상징이긴 하지만 한정적인 기능밖에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권자에게 어떤 구체적인 요구들이 있고, 그 요구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해 정치가와 유권자들이 꾸준히 고민해야한다. 유권자에게는 투표 이외에도 다른 욕구가 있다는 것을 세상은 이제껏 인정하지 않아왔다. 커피파티는 그 욕구를 담아내는 공간이다. 자연스러운 탄생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파티플래너가 될 수 있다


커피당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배우 권해효, 변호사 박원순, 기자 고재열 등 커피당의 취지에 공감하는 유명인들이 커피파티를 열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커피파티는 유명인들에 의해 기획되고 그들에 의해 주도되는 리드하는 자가 장악하는 모임이 아니다. 누구나 파티플래너가 될 수 있다. 김성환 대표는 "소수의 전문가 그룹에 의해 판도가 바뀌는 정치는 시민들의 현실과는 괴리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 그 괴리에서 시민들이 의문을 느끼게 된다고 해도 그것을 해소하기란 힘들다. 커피파티는 권력이양의 과정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들에게 권력이 이동하는 데 있다. 커피파티에서는 누구나 파티플래너가 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 참여의지가 있는 누구라도 파티를 열 수 있는 것이다. 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의견에 공감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때로 차이를 드러내며 서로의 의견을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20대의 파티


김성환 대표는 20대를 남다르게 정의한다. 그는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세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언론이나 매스컴에서 나온 그들의 시각이다. 오히려 20대는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커피파티를 통해서 증명된다. 커피파티의 핵심은 단 한 번도 정치나 사회얘기를 해보지 않은 학생들이 모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지나친 낙관은 아니다.
"기성세대들은 취업, 주거, 등록금 등의 문제에 처한 20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연대해서 거대한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20대에게 적용 가능한 투쟁방식이 아니다.
사람들은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서 왜 촛불집회 때 20대가 모이지 않았는지를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20대는 과거에도 오늘에도 모였다. 단지 과거의 20대가 깃발 아래 모여서 식별에 용이했던 것일 뿐이다. 지금은 산발적으로 모인다. 동아리, 친구끼리, 커플끼리 모인다. 사람들은 단지 그것을 보고 모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는 그것이 20대를 규정하는 잘못된 습관이라고 얘기한다.

이십대는 하나의 담론아래 묶이지 않고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벌인 유권자 운동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 2030폴리틱스, 20대 파티, 대학생 유권자 연대 등. 예전이면 다 함께 모여서 했을 텐데 이들은 따로따로 했다.
이것을 통해 앞으로의 세대운동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는 소소한 무리들로 이뤄질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인원을 동원했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떤 내용을 가졌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그는 전반적으로 20대가 처한 사회 환경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회는 만성적으로 20대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투표에서도 20대는 판단기준을 직접 내리지 못하게 되고 동원의 대상으로만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는 커피파티를 하며 20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모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20s party는 커피파티 외에도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를 초청해 대학생들이 직접 면접관이 되어 각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고 스펙을 따져본 서울시장 공개채용, 서울시장 공개채용의 면접관을 선발하고 투표참여를 독려했던 놀러와 거리캠페인, 이성의 사회관을 기준으로 파트너를 정하는 20대 미팅 커피파티 등을 진행했다.



커피당의 풀뿌리적 성과


커피당의 공식 카페에는 16개의 지역별 게시판이 있다. 광역지역별로 나뉜 이 게시판에는 모임을 갖고 인증샷과 후기를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활동이 저조해지긴 했으나 은평 커피파티, 경기 퇴촌지역 커피파티, 일산 커피파티가 지방선거 이후에도 후속 모임을 이어가며 지역 유권자들의 네트워크로 발전해가고 있다.
하지만 커피당의 풀뿌리적 성과는 몇 개로 나뉜 지역에 얼마의 모임이 있느냐를 묻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커피당의 풀뿌리성 역시 결국 기성세대의 업적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성환 대표는 "지역에 국한되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풀뿌리 운동은 말 그대로 풀뿌리 아닌가. 그것이 지역과 세대와 이슈를 한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어느새 수렴되는 사회에 우리가 속해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오늘의 사회에서 이십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연대해 나갔듯이 풀뿌리 운동 역시 커피당의 방식처럼 커피라는 둘레 안에 다른 지역, 다른 세대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법들로 소소하게 연대해나가며 또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의 커피잔에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 우리와 우리의 커피 한잔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글 최이삭 <희망세상>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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