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 특집-신임 이사장에게 묻다 스스로, 함께, 꾸준히
희망세상 (이하 희) : 먼저 사업회 신임 이사장으로 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개인 신상에 대하여? 정성헌 이사장 (이하 정) : 올해 94세 되신 어머님이 계시고, 집사람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고 아들 둘이 있다. 큰 아들은 대구 가톨릭 의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데,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서 해병대 만기 제대를 하고, 노동운동을 하다가 배달의학 등을 공부하면서 서양의학의 필요성을 느껴 늦게 서양의학을 공부하는 등 복잡한 경력이 있고, 둘째는 일본에 가서 고생을 좀 했고 경제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술과 담배를 많이 하였으나 7년 전 수술 이후 전혀 안하고 있다. 종교는 가톨릭인데 그렇게 열심히 다니지는 않는다.
희 : 평소 좋아하는 시나 애창곡은? 정 : 갑자기 생각하려니까 고려 말 나옹선사의 청산은 날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날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욕심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가 생각난다.
희 : 사업회 지도위원 등으로 평소 사업회를 많이 접하셨는데 사업회에 대한 인상은? 정 :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데, 일은 많이 안하는 것 같다. 평소에도 지도위원으로 많이 지적한 사항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사)DMZ평화생명동산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5명이 연인원이 아닌 순인원으로 6,330명을 교육했다. 내 생각에는 거기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탈이지만, 일을 많이 해야 조직이 활발해진다.
희 : 사업회가 집중해야 할 일이라면? 정 : 지금 사업회가 할 일은 기념사업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민주사회의 토대 형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교육을 개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지러워진 주요인 중의 하나가 교육이다. 공교육, 사회교육, 가정교육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데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우선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문제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교육 등 민주시민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사회에 맞는 민주시민교육의 덕성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업회 구성원들은 운동가의 정신을 가져야 하며, 운동은 집중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희 : 주변에 이사장직에 반대한 분이 있다면 그 이유는? 정 : 집사람이 반대했다. 집사람 생각에 첫째는 과거 큰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성격상 너무 몸을 챙기지 않고 일하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해서 이고, 둘째는 지금 강원도 인제에서 DMZ평화생명동산을 일을 하고 있는 데, 서울과 강원도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다 갔다 하는 문제 때문이다.
희 : 사업회 이사장으로 하고 싶은 일은? 정 : 일단 사업회 구성원 등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하나하나 수립해나갈 생각이다. 모든 기준을 일에 두고 하겠다. 민주사회의 토대 형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와 일을 하는데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하는 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
희 : 사업회 숙원사업인 기념관에 대해서 한마디? 정 :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70% 이상이 내부에 있다. 내부에서 기념관 건립의 필요성에 대하여 절실히 여기고 추진해야지 외부에서도 이에 동의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념관 건립기금 모금이 필요하면 내부 직원들에서부터 시작해야하고, 사업회 내부 직원 주위의 3명 또는 민주화운동과 가까운 사람들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기본으로 해야 계속 확대해 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야 정부와의 이야기도 된다. 또 민주화운동 기념관이 단순히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만의 관심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기탄없이 이야기해서 풀어 나가도록 하겠다. 다만 외부 기획사에 맡기는 것은 하지 않겠다. 내부 역량 축적 없이 허울 좋은 이야기로 돈만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희 : 우리 사업회에 대하여 민가협, 유가협 등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정 : 유가협 후원회장을 모시는 문제로 유가협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연히 그분들을 만나서 우리 사업회가 기여할 수 있는 부문이 있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다.
희 : 사업회의 사업방향은? 정 : 보통 사람들에게는 사업회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또한 과거에 집착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이미지이다. 국민들에게는 이미지 보다 실제 하는 일로서 알려져야 한다. 과거 개발독재 시절, 국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킨 단체는 사실 가나안 농군학교, 새마을운동 중앙 연수원 등이다. 지금은 21세기 통일 신문명교육이 절실하다. 우리 사업회도 일을 통하여 국민들의 의식변화에 노력하여야 한다. 현재 민주시민교육 사업 등을 하고 있지만 엘리트형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사업회가 민주사회 토대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대학생과 선생님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생활협동조합 사업 등 생활 속에 민주주의를 배우는 사업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7·80년대 민주화운동의 세계관을 가지고 현실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테면 세계 속의 한국과 한국 속의 세계를 통합해야 한다.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유학생, 탈북동포에 대한 이해와 배려 등 국제적 시각과 민족적 시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희 : 사업회 직원들에게 바라는 인간상 또는 인재상은? 정 : 사람은 독자적 존재, 사회적 존재, 우주적 존재로서의 세 가지 측면이 있다. 혼자서도 깊이 있고 교양 있게 살 수 있는 능력, 함께 있을 때는 화합하고 경쟁하고, 협동하는 능력, 자연을 이해하고 우주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등, 세 능력이 통합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이다. 지혜와 지식과 정보가 통합된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고, 지식만 많은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고 일반적인 경우는 보통사람이다. 우리사회에서는 똑똑한 사람만 요구되고 훌륭한 사람이 요구되지는 않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조금씩 성장해 여기까지 온 것은 일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 직원은 조직화된 지식인군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사회 토대를 만드는 지혜로운 일꾼 상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를 다시 튼튼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 시대정신, 시대정신을 실현할 중심과제를 같이 봐야한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민족통일, 민주주의 심화, 민중생활의 향상, 자연의 보존과 복원이 운동의 과제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 운동방식은 고소, 고발에 치중하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에 응답하지 않고 엉뚱한 길로 가고 있으며 남 탓만 하고 있다. 스스로 잘하면서 대중과 같이 가야지 정권의 실수를 바라고 운동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자기가 먼저 변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120만 명 정도 된다. 그중에 10%만 변화해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 덧붙여 한마디 할 게 있다. 과거 내부직원이 함세웅 이사장을 비방하는 사건이 있었을 때 내부 직원이 방치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기 조직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잘못된 일에는 분노해야 한다.
희 : 이번 희망세상은 신년호이며, 100호 특집이다. 희망세상 독자들에게 덕담 한마디 정 : 21세기 초의 새로운 10년은 지나갔고, 또 새로운 10년이 시작된다. 이 새로운 10년이 민주주의 심화, 민족통일 등 우리 민족의 앞날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튼튼한 민주시민사회의 토대 위에서 민족통일을 10년 안에 이루기 위해 계획하고 노력하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뛰는 새해가 되자.
희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정 :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기가 잘하는 것이 핵이다. 이것이 이번 이야기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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