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합니다 (함세웅 이사장)
민주주의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제3기 임기를 마감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임원 일동은 동지적 결속과 연대적 일치 안에서 사랑하는 민주가족 [희망세상] 모든 분들께 그동안 도와주시고 베풀어주신 은혜에 대해 깊은 감사와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매해 6·10민주항쟁 기념식과 송년 보고대회 등 사업회 행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정성껏 그 이름을 기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항일독립투쟁과 민주화 투신,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함께 확인하며 순국선열과 민주 통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기도합니다.
1974년 민청학련과 지학순 주교님의 구속사건을 계기로 역사현장에 뛰어든 저는 1976년 명동 3·1사건으로 서대문 구치소에 갇혔습니다. 힘들기는 했지만 그때 얻은 귀중한 체험을 저는 이 기회에 민주가족과 사업회 구성원들과 함께 석별의 정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성경에 언급된 감옥 이야기를 스쳐 읽었던 저는 감옥에 갇혀서야 비로소 감옥의 큰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옥이란 두 글자가 아주 크게 제 눈에 다가왔습니다. 감옥에서 성경을 읽고 감옥 얘기를 묵상할 때의 그 진한 체험과 전율을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며 교우들에게 고백하곤 합니다. 감옥에 간 학생들을 따라 저도 감옥에 간 덕분에 얻게 된 참으로 아름답고 귀중한 체험이었습니다. 감옥은 의인들이 거쳐 간 고초의 현장이지만 역사와 세상, 온 우주만물을 껴안고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찰케 하는 제2의 신학교이며 수련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옥은 바로 영육을 맑게 하는 정화소이기도 합니다.
그때까지 다소 관념적이며 이론적이었던 교회적 신학을 저는 감옥을 통해 역사적 현실 그리고 현장에 기초한 실천신학과 신심으로 극복하고 근원적으로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 바로 회개의 핵심임을 깨달았습니다. 빼앗긴 자, 억울한 자, 갇혀있는 자 그리고 약자의 눈으로 성경을 읽고 무엇보다도 해방자 하느님, 해방자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무릇 종교는 일체의 형식과 권력 체계 곧 우상을 깨고 절대자 앞에 벌거벗은 단독자로서 그리고 소박한 이웃과 함께 벗으로 지내는 삶의 양식이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구원과 완성임도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의 과정을 저는 감옥의 영성 이라 부릅니다.
그리스도교는 인간이란 본성적으로 죄성을 지닌 존재로 고백하며 이를 원죄라고 설명합니다. 부정과 불의는 바로 죄에 기인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신학교에서 죄를 퇴치하는 수행을 반복하고 정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겠다고 다짐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의 실천이 불의한 압제와 싸우는 것임을 저는 구체적으로 감옥에서 깊이 깨달았습니다. 생생한 현장교훈이었습니다. 포로수용소에서 묶여 끌려가던 순간, 비로소 이제 십자가의 예수님과 한 대열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던 어느 사제의 고백을 읽으면서 저도 죄수복을 입고서야 비로소 거룩함의 현주소, 십자가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조금은 가까이에서 체험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몸 바친 청년 학생 시민들과 함께 감옥에 갇혀 있다는 이 사실이 바로 신앙이며 진리의 증언임도 깨달았습니다. 감옥을 저는 단련소, 정화소라고 생각하며, 의지적으로 기쁘게 지냈습니다.
30여년 전의 이 체험을 사랑하는 벗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하루는 교도관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신부님, 신부님이야 출소하시면 성당에서 사제로 봉사하겠지만 이곳에 갇혀 있는 이 청년 학생들의 미래는 어떻게 됩니까? 누가 이들의 청춘을 보상합니까? 이들 부모의 심정은 어떠하겠습니까? 이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이와 같은 숱한 익명의 후원자와 벗들을 저는 늘 마음속에 기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또한 저는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부끄러운 과거가 오늘의 모순된 한국의 정치 현실의 원죄이며 뿌리임을 늘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나아가 1987년 6월항쟁에서 전두환 신군부 체제를 완전히 척결하지 못한 점, 그 해 노동자 투쟁이 인권과 민주회복이라는 큰 가치를 뒤로한 채 노동자 임금과 복지에만 초점을 둔 점, 대통령 선거 때 양김의 분열 등을 우리 당대의 더 큰 아쉬운 일로 되새기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대결자가 된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이 점을 바로잡고 치유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에 저는 민주·진보·개혁·평화·통일·복지 등의 일치를 염원하며 그 연대와 연합을 꿈꿉니다. 민주주의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합니다. 남북이 온통 대결로 치닫고 있으며 거짓 언론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연평도 비극에서 우리는 민족적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한·미 양국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순국선열과 민주통일 영령들은 하늘에서 철부지 어린이들의 병정놀이라고 꾸짖고 계실 것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12월에 우리는 인간의 이름으로 그리고 민주주의 이름으로 평화와 통일을 호소합니다. 대림절 첫 주일의 성경말씀을 길잡이로 삼아 대포와 군함, 총칼을 녹여 평화의 도구로 삼았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야2,4)
자, 우리 모두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아름다운 평화통일을 이룩합시다. 평화를 빕니다. 아자! 아자! 민주주의! 감사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제3기 임기를 마감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임원 일동은 동지적 결속과 연대적 일치 안에서 사랑하는 민주가족 [희망세상] 모든 분들께 그동안 도와주시고 베풀어주신 은혜에 대해 깊은 감사와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매해 6·10민주항쟁 기념식과 송년 보고대회 등 사업회 행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정성껏 그 이름을 기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항일독립투쟁과 민주화 투신,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함께 확인하며 순국선열과 민주 통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기도합니다.
1974년 민청학련과 지학순 주교님의 구속사건을 계기로 역사현장에 뛰어든 저는 1976년 명동 3·1사건으로 서대문 구치소에 갇혔습니다. 힘들기는 했지만 그때 얻은 귀중한 체험을 저는 이 기회에 민주가족과 사업회 구성원들과 함께 석별의 정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성경에 언급된 감옥 이야기를 스쳐 읽었던 저는 감옥에 갇혀서야 비로소 감옥의 큰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옥이란 두 글자가 아주 크게 제 눈에 다가왔습니다. 감옥에서 성경을 읽고 감옥 얘기를 묵상할 때의 그 진한 체험과 전율을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며 교우들에게 고백하곤 합니다. 감옥에 간 학생들을 따라 저도 감옥에 간 덕분에 얻게 된 참으로 아름답고 귀중한 체험이었습니다. 감옥은 의인들이 거쳐 간 고초의 현장이지만 역사와 세상, 온 우주만물을 껴안고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찰케 하는 제2의 신학교이며 수련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옥은 바로 영육을 맑게 하는 정화소이기도 합니다.
그때까지 다소 관념적이며 이론적이었던 교회적 신학을 저는 감옥을 통해 역사적 현실 그리고 현장에 기초한 실천신학과 신심으로 극복하고 근원적으로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 바로 회개의 핵심임을 깨달았습니다. 빼앗긴 자, 억울한 자, 갇혀있는 자 그리고 약자의 눈으로 성경을 읽고 무엇보다도 해방자 하느님, 해방자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무릇 종교는 일체의 형식과 권력 체계 곧 우상을 깨고 절대자 앞에 벌거벗은 단독자로서 그리고 소박한 이웃과 함께 벗으로 지내는 삶의 양식이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구원과 완성임도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의 과정을 저는 감옥의 영성 이라 부릅니다.
그리스도교는 인간이란 본성적으로 죄성을 지닌 존재로 고백하며 이를 원죄라고 설명합니다. 부정과 불의는 바로 죄에 기인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신학교에서 죄를 퇴치하는 수행을 반복하고 정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겠다고 다짐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의 실천이 불의한 압제와 싸우는 것임을 저는 구체적으로 감옥에서 깊이 깨달았습니다. 생생한 현장교훈이었습니다. 포로수용소에서 묶여 끌려가던 순간, 비로소 이제 십자가의 예수님과 한 대열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던 어느 사제의 고백을 읽으면서 저도 죄수복을 입고서야 비로소 거룩함의 현주소, 십자가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조금은 가까이에서 체험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몸 바친 청년 학생 시민들과 함께 감옥에 갇혀 있다는 이 사실이 바로 신앙이며 진리의 증언임도 깨달았습니다. 감옥을 저는 단련소, 정화소라고 생각하며, 의지적으로 기쁘게 지냈습니다.
30여년 전의 이 체험을 사랑하는 벗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하루는 교도관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신부님, 신부님이야 출소하시면 성당에서 사제로 봉사하겠지만 이곳에 갇혀 있는 이 청년 학생들의 미래는 어떻게 됩니까? 누가 이들의 청춘을 보상합니까? 이들 부모의 심정은 어떠하겠습니까? 이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이와 같은 숱한 익명의 후원자와 벗들을 저는 늘 마음속에 기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또한 저는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부끄러운 과거가 오늘의 모순된 한국의 정치 현실의 원죄이며 뿌리임을 늘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나아가 1987년 6월항쟁에서 전두환 신군부 체제를 완전히 척결하지 못한 점, 그 해 노동자 투쟁이 인권과 민주회복이라는 큰 가치를 뒤로한 채 노동자 임금과 복지에만 초점을 둔 점, 대통령 선거 때 양김의 분열 등을 우리 당대의 더 큰 아쉬운 일로 되새기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대결자가 된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이 점을 바로잡고 치유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에 저는 민주·진보·개혁·평화·통일·복지 등의 일치를 염원하며 그 연대와 연합을 꿈꿉니다. 민주주의는 평화와 통일을 지향합니다. 남북이 온통 대결로 치닫고 있으며 거짓 언론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연평도 비극에서 우리는 민족적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한·미 양국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순국선열과 민주통일 영령들은 하늘에서 철부지 어린이들의 병정놀이라고 꾸짖고 계실 것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12월에 우리는 인간의 이름으로 그리고 민주주의 이름으로 평화와 통일을 호소합니다. 대림절 첫 주일의 성경말씀을 길잡이로 삼아 대포와 군함, 총칼을 녹여 평화의 도구로 삼았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야2,4)
자, 우리 모두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아름다운 평화통일을 이룩합시다. 평화를 빕니다. 아자! 아자! 민주주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