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노래하라~
<희망>을 노래하라~
글_이은진 jini0501@gmail.com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희망을 이야기하는 건 참 허망합니다. 그리고 희망찬 미래가 보장되어 있을 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도 또 감동이 없지요. 그러면 언제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까요? 희망이 보일 듯 말 듯 할 때, 힘들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을 때, 희망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이 그런 때일까요? 사회가 어려울 때일수록 예술의 역할이 크다고 합니다. 예술가들은 좀 더 민감하게 위기를 감지하여 알려주고, 남들보다 반보 앞에서 길을 비쳐주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는 각자 판단하시겠지만, 저는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생각하고, 꽃다지 3집에 수록된 <희망>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 곡은 1999년 꽃다지 3집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꽃다지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작년 2012년은 꽃다지 창립 20주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지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문제도 아니고, 굳이 20주년이라고 억지로 뭔가를 할 필요도 없겠지요. 다만 그래도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지나간 20주년을 생각하다보니 10주년 때의 일이 생각났고, 또 새해를 맞아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희망>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려하니 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2002년, 꽃다지 10주년을 맞아, 치열하고 엄혹한 시기 꽃다지를 함께 만들고 지켜왔던 사람들이 모여 연대 대강당에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꽃다지 노래의 주인은 꽃다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또 꽃다지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삶을 다지고, 위로받고, 함께 느꼈던 사람들입니다. 그 당시 많은 이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과거 꽃다지 활동을 했던 가수, 연주자, 기획자들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그 공연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 두 개가 있습니다. 한 장면은 아이를 안고 온 부부였는데, 꽃다지의 노래들이 나올 때마다 두 사람은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중간 쯤 되자 아이가 울기 시작을 했습니다. 아마도 자다가 더워서 깼던 것 같습니다. 부인은 자리에 앉아있고, 남편이 아이를 안고 대강당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이 분이 문 앞을 서성이며 나가지 못하고 계속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아이는 우는데, 다른 사람의 공연관람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나가야 하는데, 공연은 봐야겠고…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울컥 눈물이 나왔습니다. 투쟁가요, 대합창, 일상가요, 서정가요 노래 한 곡, 한 곡이 불릴 때마다 따라 부르며 눈물짓는 사람들, 이들에게 꽃다지의 노래는 그야말로 치열한 삶이었고, 자신의 역사였을 테니 말입니다. 그 때 노래가 바로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 장면은 공연 끝부분에 무대 위에서 공연한 사람들이 돌아가며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선배들의 소개가 지나가고 꽃다지 현역 멤버들이 소개할 때였습니다. 한 후배가 소감을 이야기하고는 “영원히 꽃다지 현역으로 남고 싶습니다.”라고 크게 외쳤습니다. 그 때도 역시 울컥하면서 꼭 그래주길 바랬고,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지켜주겠다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지켜주려 노력했냐고 하면 별로 할 말은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한 분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가장 고맙고 또 든든한 이야기였고, 아마도 자신을 지탱해가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그는 그 후로 10년을 꽃다지에서 가수로, 창작자로 활동을 했습니다. 꽃다지 뿐 아니라 문화활동가들은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기 이유를 가지고 떠나갈 때, 그 뒷모습을 보며, 떠나보내는 이로 남았습니다. 그는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도 꽃다지 활동을 하려다 보니,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 솔로 음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꽃다지 상근은 정리했지만, 꽃다지 활동과 솔로 활동을 병행하기로 한 겁니다.
사실 문화운동 단체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당연히 그렇지만 활동 무대도 많이 축소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꽃다지가 활동을 하고 있냐고 묻는 이들이 간혹 계십니다. 네, 꽃다지는 여전히 창작을 하고, 일상적인 연습을 하고, 또 노동자 민중이 치열하게 새날을 계획하는 현장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꽃다지 뿐 아니라 문화단체나 솔로가수들도 해마다 꾸준히 창작하고, 발표하고, 음반을 만들고, 현장과 연대하며 어려운 활동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답니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현장을 꼭 파업과 투쟁만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또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이지 않으면 열심히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전국이 투쟁의 현장이고,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일상의 시공간도 투쟁의 현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 몸에 체화되어 있고 머릿속에 내재되어 있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는 삶의 곳곳에서 우리를 옭아매며 잠자리까지 따라다니고, 신자유주의는 더 인간 같은 얼굴을 하고 우리의 일상을 잠식해 가고 있으니까요. 꽃다지를 비롯한 많은 문화일꾼들이 큰 무대에, 그리고 내가 있는 공간에서 보이지 않더라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들이 각자 자신의 뜻을 지키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문화, 그리고 스스로 지켜나가는 자기 문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그건 바로 여러분들의 역할입니다.
위에서 제가 이야기한 꽃다지 후배 가수의 이름은 조성일입니다.
조성일이 부른 <희망> 들으시면서 여러분들 삶의 희망을 키워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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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 출처 : 1999, 꽃다지 정규 3집 [진주] 중에서, 조성일 노래
<희망>
도종환 시, 이희진 곡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서듯 이제는 그대를 떠나라 한다
겨울 숲같은 우리 삶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를
이 세상 모든 길이 얼어붙어 있을 때 그 밑을 흘러 내게 오던 그대를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다시 또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던 그대를
눈물과 아픔도 쉽게 이겨낼 수 있도록 지켜주던 그대를 희망을
* 꽃다지 가수였던 조성일이 14년 꽃다지 활동성과를 모아, 그리고 보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솔로음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전 주문을 받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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