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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경험이 부족한 학교, 어떻게 ‘민주화’시킬까?

민주주의 경험이 부족한 학교, 어떻게 ‘민주화’시킬까?

- 경기도교육청 주최 ‘민주시민교육 포럼’을 다녀와서

 

글 김재우/ compagna@kdemo.or.kr

 

요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민주화’입니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걸그룹 멤버가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민주화’는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폭행하거나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이트에선 ‘민주화’라는 단어를 ‘비추천’을 대신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민주화’의 사전적 의미는 ‘민주적으로 되어가는 것 또는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주’라는 단어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합니다. 더 쉽게 풀어보자면 국민이 주권을 갖는 것 또는 갖게 하는 것이 ‘민주화’의 올바른 의미입니다. ‘민주화’ 논란은 청소년들의 역사인식 문제, 그리고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과 더불어 민주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큰 사건입니다.

 지난 5월 16일 안양에서 경기도교육청 주최로 민주시민교육 포럼이 열렸다.

학교 민주화의 큰 숙제, ‘민주적인 교직원 문화’와 ‘민주적인 학생자치문화’ 정착

지난 16일, 경기도 안양 부안중학교 강당에서 열린 ‘민주시민교육 포럼’에서도 ‘민주화’는 역시 뜨거운 키워드였습니다. 포럼 발표자들은 인근 지역 학교 교감선생님 200여 명 앞에서  ‘학교를 민주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여기에서 ‘민주화’란 학교 구성원이 학교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민주시민교육 포럼’은 경기도 내 학교 민주주의와 교직원의 민주적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주최한 행사입니다. 이 날은 ‘어떻게 하면 학교문화를 민주적으로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4번째 포럼이 열린 날입니다. 포럼은 크게 ‘민주적 교직원 문화’와 ‘민주적 학생자치’,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뉘어 각각 발제와 사례 나눔, 그리고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지난 5월 21일 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민주시민교육 포럼에서 윤승유 장학관(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이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 계획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방법?

민주적인 교직원 문화에 대해 발제자로 나선 강범식 교장선생님(호평중)은 민주적 학교 운영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강범식 선생님은 “학교는 민주주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운을 뗀 뒤 “민주적인 학교 운영은 우선 교사를 민주시민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교사의 자발성을 살아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위주의적인 교직원 문화에서 무엇보다 교사들이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민주적 교직원문화 사례발표로 나선 조금희 선생님(군포중)은 “학교가 민주주의 광장이 되기 위해선 교무회의를 의결기구화 시켜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의결기구화 된 교무회의에선 민주적인 참여가 보장되는데 이는 곧 교육활동에 높은 효과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교사 개인에게도 책무성도 주어져서 결국 주체적으로 학교운영에도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군포중학교에서는 수련회와 수학여행을 교사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는데 기존과 다른 민주적인 방식에서 오히려 학교 관리자에 대한 큰 신뢰가 생겼다고 합니다.

민주적인 학생자치 분야 발제자로 나선 김원태 선생님(모락고)은 학생자치보다 조금 더 큰 개념인 사회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선생님은 “우연히 찾아본 도덕 교과서에도 시민 불복종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가 다니는 학교를 사회라고 가정하고 시민단체를 만들어서 참여해보자라는 문제도 있다.”고 말한 뒤 이 교과서의 대표저자가 ‘문용린 서울특별시교육감’이라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민주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자의 변화’

민주시민교육 포럼을 주최한 경기도교육청 최종선 민주시민교육과장은 학교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해 “관리자가 마음을 열고 교사들과 함께하면 교사, 학생 모두가 행복해진다.”며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학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의 역할에 대해서도 “상명하달식 교육청이 아닌,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고 민주적으로 학교 현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관리자가 변해야 학교가 변화하고, 교직원 문화가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학생들도 민주시민이 될 수 있다.”는 어느 발표자의 말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한 달간 진행되는 민주시민교육 포럼에는 총 2,200여 명의 교감선생님이 참석합니다. 교감선생님께 이 글을 통해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려놓고 나누어야 신뢰가 생기고 변화가 일어납니다. 학교 현장의 ‘민주화’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참고 1. 경기도교육청의 교육정책 기본방향은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민주시민육성’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3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중 최초로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오는 5월 30일, 경기도교육청에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합니다.

참고 2. 지난 5월 8일 수원에서 시작된 ‘민주시민교육 포럼’은 6월 4일까지 각 권역을 순회하며 총 12번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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