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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문을 열어 주는 놀이터

 내 마음에 문을 열어 주는 놀이터

글 박한나/  hanna_p@naver.com

‘지금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드나요?’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할까, 뭐 그런 걸 물어보나 하는 생각을 할까.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후자가 많지 않을까. 본래 느낌이란, 변화하고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면에 집중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자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느낌은, 그 속성과 상관없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감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모르는 척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가 외면하고 쌓아두고 있는 느낌들을 꺼내어 보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조차 어색해진 내 마음속 창고를 열어 보라고 자리를 내어 주는 공간이 있다. 이름하여 ‘느낌가게 문득 창고 문을 열다(이하 ‘느낌가게’)’와 이곳의 지킴이들 ‘소자이씨(이하 ‘소’)’와 ‘나비다(이하 ‘나’)’이다.

느낌가게 지킴이들

소자이씨: 전업 글쟁이를 꿈꾸는 전직 월간지 기자. 옛날 사람들이 스스로를 낮춰 불렀던 것처럼 낮은 자리에서 사람을 대하겠다는 뜻의 ‘소자’와 본인의 성씨를 붙여 ‘소자이씨’라 부르는 느낌가게 지킴이

나비다: 남이 뭐라 하던 나는 나비가 될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처럼 문화예술, 인문학, 과학 등 창조적 활동의 만남과 응용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창작자이자 느낌가게 지킴이

Q. 간단하게 느낌가게를 소개한다면?
소: 느끼고 표현하는 공간이다. 느끼고 표현하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알아야 하잖나. 나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메뉴가 느낌이고, 음료는 느낌 상자를 가지고 노실 때 서비스 차원에서 드리는 거다.

Q. 느낌 상자 놀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소: 40개의 느낌 상자 중 하나를 골라 안에 들어있는 질문에 답을 하는 거다. 원래 7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얼마 전에 3개의 질문으로 개편했다. 

나: 현대인들은 성장 지향적이다. 누군가를 이기고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느낌을 통제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주위 시선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내가 이 느낌을 느끼고 표현하면 뭐라고 할까’ 눈치를 본다. 여기에서 만큼은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고 표현하고, 또 그런 느낌들을 존중하자 생각한 거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조차도 바쁘다는 이유로 못하고 사니까. 느낌 상자를 통해서 나한테 말을 걸고 답을 달다 보면 의외의 자기 발견을 하게 된다. 


▶ 상자의 색만큼이나 다양한 느낌 상자. 이 공간에서만큼은 내 느낌에만 집중해도 괜찮다.


Q. 어떻게 느낌가게를 기획하게 됐나?
나: 소자이씨는 잡지 기자를 하면서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자기도 모르게 계속 하고 있었고, 나도 문화 관련 일을 하다 보니까 진정한 예술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둘이 술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 관객도 존중하고 작가도 북돋아줄 방법을 찾다가 느낌 상자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Q. 이 공간을 직접 꾸몄던데, 느낌가게라는 정체성을 염두에 두고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나: 느낌 상자의 색깔이 다채로운 건, 느낄 수 있는 색이 많다고 암시하는 거다. 공간도 그렇다. 자극을 주고 싶어서 방마다 콘셉트를 달리 했다. 화장실에도 장치를 하다 보니까 어른들은 귀신 나올 것 같다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러면서 한 쪽 공간은 갤러리를 하면 어떤 작가가 왔다 가느냐에 따라서 그 공간은 계속 색깔이 바뀌니까 작년에는 예술 기획을 적극적으로 했다. 공간 자체도 다양한 느낌이 존재하는 곳으로 정체성을 드러낸 거다. 그러면 사람들은 여기 어디선가 자기한테 맞는 느낌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숨바꼭질 하듯 여기서 무언가를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 단독 주택을 개조한 느낌가게는 공간마다 각기 다른 색깔과 테마가 있다. 바로 우리들처럼.

Q. 작년에 했던 예술 기획이 ‘재장전’이었다. 대안공간에서 볼 법한 대형 기획이었지만 느낌 상자의 연장선이란 생각이 들더라. 지치고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삶의 과정일 뿐이니 숨을 고르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하는 느낌이랄까. 재장전(再裝塡)은 18명의 예술가들이 예술과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자신만의 총알을 재장전하도록 기획‧진행한 느낌가게 artshow다. (http://blog.naver.com/feelingstore/120211149985 참고)

소: 재장전 하면서도 작가들이랑 얘기를 많이 했다. 작가들이 공간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로 하고 싶은 거 다 하시면 된다 말씀드렸다. 느낌가게가 모든 분들에게 느끼고 표현하시라고 하는 것처럼 작가도 사회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오롯이 작가주의로 하면 좋겠다고 했던 거다.

나: 손님들도 느낌가게에 오면 존중받는 것처럼 작가들도 존중해줘야 하는데, 존중만 해준다고 뭐가 되지는 않는다. 약간의 프로그래밍과 장치가 필요하다. 진심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누군가가 체계를 갖고 만날 때 그게 성장하는 틀이 된다. 그걸 진심으로 하려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고 싶었다. 돈을 떠나서. 그렇게 도전을 했고, 수익을 낸 건 아니지만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니 고무적인 일이다. 

Q. 그렇다면 본인들의 느낌은 잘 들여다보고 있나? 
소: 그만 봐야 한다. 너무 많이 봐서. (웃음)
나: 이런 행동을 하고 있어서 어떤 무의식이 자극이 되는 건지,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서 이걸 하고 있는 건지, 닭이 먼전지 알이 먼전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소: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막 싸우다가도 ‘이 부분 때문에 화난거야.’ 얘기하는 거 보면 잘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좋고 싫은 거를 잘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손님들은 느낌을 잘 못 고른다.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생각을 안 해본 거다. 그런 분들은 느낌 상자를 고르시는 순간, 다 된 거나 다름없다.

Q. 자기 느낌을 못 고르시는 분에게는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나?
소: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 어떠셨냐고 묻는다. 오늘 아침도 모르시면, ‘일주일동안 느낌은 어떠세요?’ 라고 질문을 한다. 그러면 대부분 찾는다. 그런데 부정적인 걸 고르면 안 되는 줄 안다. 그것도 우리의 과제다.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것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괜찮다. 느낌가게는 그걸 얘기해 주고 싶다. 그게 연민이어도 안 되고, 혼내도 안 돼서 어렵다. 그걸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 

Q. 느낌가게와 함께한 2년여를 스스로 평가하자면? 
나: 이게 인생의 최종 목표라던가, 사업이건 운동이건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게 봤을 때 조금씩 잘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닐까. 특히, 나는 느낌가게 열기 전과 후에 100% 바뀌었다. 새로 배우게 된 것들도 있고, 그전에 하던 일들이 이것 때문에 발전된 것도 있다.

소: 느낌 상자는 기대 이상이다. 어려울까봐 자세하게 질문을 던졌던 건데 잘 쓰시는 걸 보고, 질문을 줄이는 쪽으로 개편을 한 거다.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공감은 잘 되고 있다고 느끼는 데 생계 문제는 쉽지 않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느낌가게의 미래와 계획은? 
소: 나비다는 홍익인간이 꿈이다. 옳다 싶은 걸 전해주고 싶은 거다. 나는 소설 쓰는 거다. 죽기 전에 책 한 권은 내는 게 꿈이다. 느낌가게는 더 재밌게 변화를 하려고 한다. 재밌게 사람들이 느낌을 표현하는 공간, 좀 더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젊은 친구들을 상대해 보니까 놀이 방법도 한정되어 있고, 놀 곳이 너무 없다. 놀이동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놀이거리를 계속 주려고 한다. 

소: 야간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평일에 이용하시기가 힘드니까. 야간에는 1인당 공간 비용만 받고 공간을 오픈할 생각이다. 음식이나 와인을 사 와서 드셔도 된다. 이렇게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다.
 

 희로애락을 느끼는 것은 본능이다. 동시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 본능을 다스리려는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본능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그 노력 중 하나일까. 본능을 인정하는 것, 시작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시작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느낌가게 문득 창고 문을 열다’로 가자.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내 마음의 창고와 마주한다면, 다시 가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설 때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 느낌가게 외관은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다. 그 안에서 바라보는 성북동 풍경은 예술이다.

 

느낌가게 문득 창고 문을 열다

영업시간 : 오전 11:00 ~ 오후 8:00, 월요일 휴무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29-3

온라인 : http://blog.naver.com/feelingstore

           https://www.facebook.com/feelingchang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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