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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분단의 해소로 진정한 광복 이뤄야

대담 : 정의화 국회의장
진행 : 이선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관리실장
정리 : 김남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관리실 

‘뚝심의 정치’. 정의화 국회의장의 정치 행보에 대해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식어다. 취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그가 보여준 행보는 독특했다. 여당·부산 출신임에도 취임 후 첫 공식 지역 방문 일정으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선택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세월호특별법과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격돌했을 때 여당의 편도, 야당의 편도 들지 않으며 타협정치의 묘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광복 70년이라는 세월은 다른 말로 하면 분단 70년이라고도 할 수 있어서 참 뼈아프다. 우리가 성취한 광복은 절반뿐이다.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여 분단을 해소하고 진정한 ‘빛을 되찾아야(光復)’ 한다.”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의사에서 사회와 나라의 병을 고치는 큰 의사가 되고자 정치에 입문했다는 정의화 국회의장. 의사로서 어렵고 아픈 사람을 돌봐온 그는, 정치를 하면서도 “반신불수의 남북 현실”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 지론들을 종합할 때, 정 의장이 정치 목표라고 밝힌 3가지인 동서화합, 남북통일, 건강사회는 서로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안전의 위협, 양극화 심화 등의 사회문제가 격화되는 어려움에 처해 있기도 하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입법부의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은 7월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렸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가 국회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자동폐기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 현직 국회의장으로서 광복 70주년을 맞는 소회가 남다르겠다. 
광복 70년과 분단 70년이 맞물린다. 나는 광복 이후 세대다. 광복에 대한 환희보다 분단된 70년의 아픔이 더 크다. 물론 긴 세월 나라를 빼앗겨서 핍박받다가 광복을 했으니 기쁜 일이기는 하다. 더욱이 이후 70년 동안에 산업화도 성공하고 민주화도 어느 정도 이루면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니 그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광복에는 언제나 분단이 따라다닌다. 왜 이런 비극이 벌어졌느냐, 조선 말기 대원군의 쇄국정책 훨씬 이전부터 당시 정치하는 사람 즉 나라의 지도자들이 열린 마음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정치를 잘했다면 분단이 70년까지 안 갔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 광복이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광복은 분단이 해소될 때 도래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우리는 절반의 광복만을 성취한 것이다.

| 대한민국은 세계사적으로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 70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원동력은?
그 기본 동력은 우리 국민의 마음에 있다. 첫째는 민초들의 끈질김, 둘째는 경쟁심, 셋째는 희생과 헌신의 정신이다. 먼저 우리 국민들은 아주 질기다. 역사를 가만히 보면 수많은 난과 수많은 침공을 당하면서도 멸망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민초들의 끈질김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 심성에는 경쟁심도 있다. 물론 이것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나쁜 모습으로 발현되기도 하지만, 이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된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네 어머님들의 희생과 헌신의 마음이다. 어머님들 스스로는 비록 못 먹고 못 살았지만 자식 교육은 철저하게 하고자 했다. 최근에는 특히 이런 희생과 헌신의 정신이 많이 약해져서 걱정이 된다. 지금의 모습이 오래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

| ‘광복 70년, 미래 30년’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대한민국의 향후 30년을 위한 미래가치는 무엇일까?
30년 뒤면 광복 100년은 저절로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분단 100년을 그대로 맞아서는 안 된다. 하나 된 나라, 통일된 나라.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리 선조와 선배 정치인들이 잘못해서 분단국가가 되었지만 이를 다시 바로 잡는 것도 우리 몫이다. 앞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하루빨리 분단을 해소해야 한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모든 것이 평준화되는 시대다. SNS, IT, ICT 때문에 세계가 평이해지는 것이다. 가까운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도 우리와의 격차를 자꾸 줄여나가고 있다. 모든 것이 컴퓨터화되고 로봇이 상용화되니까 일자리도 자꾸 없어진다. ‘GDP 1%가 올라가면 일자리 10만 개가 생긴다’는 것도 옛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DMZ는 지뢰만 제거하면 70년간 아무도 손대지 않은 천혜의 땅으로 남는다. 잘 활용해서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 북한에는 

2천 5백만 국민이라는 인적자원과 풍부한 지하자원도 있다. 남북이 서로 잘 도우면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중국의 강대국화에 따른 미국과의 대결구도, 일본의 우경화 등 한반도 주변정세는 복잡하기만 하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코끼리 네 다리 사이에 있는 나라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네 개 강국에 끼어 있다. 다시 말하면 언제든지 밟힐 수 있는 나라라는 말도 된다. 밟히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5천년 역사가 지금 와서 밟히면 되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다. 미국과의 아주 탄탄하고 돈독한 동맹은 가장 기본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만 생각한다고 중국, 일본, 러시아와 척질 수는 없다. 그래서 외교가 굉장히 어렵다. 특히 중국과는 지정학적으로 붙어있을 뿐 아니라 교역량이 한미와 한일의 그것을 합친 것보다 많다. 지금은 무역흑자가 260억 달러나 되지만,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다. 중국의 기술이 더 발전하면 팔아먹을 것이 없어질 수 있다. 중국과도 뭔가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신뢰하도록 하고, 우리도 중국을 신뢰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4개국, 특히 중국이 남북통일을 적극 돕겠다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되면 중국에도 이롭고, 동북아시아 평화와 인류공영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이를 외교, 민간무역, 교류, 문화를 통해서 알려야 한다. 이 4개국이 축복해주는 가운데 통일이 되어야 하고, 통일된 대한민국은 김구 선생이 이야기했듯이 “민주주의 꽃을 피우는 문화강국”이 되어야 한다.

 정의화 의장은 통일을 시대적 과제로 꼽았다. 사진은 파주 임진각에서 어린이들이 통일 기원 문구를 적은 태극기를 철조망에 거는 모습 ©연합뉴스.​


|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간절하신 듯하다. 향후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통일로 한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서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한 마디로 말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야기했듯이 화해와 협력을 해야 한다.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고 그런 가운데서 자연히 대화하고 교류를 증진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 (대담 일자 기준으로) 얼마 있으면 제헌절 67주년이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와 현재를 평가하신다면.
나는 우리 헌법이 제정된 1948년에 태어난 ‘제헌둥이’다. 감회가 크고, 참으로 무거운 사명감도 느낀다. 헌법이 마지막으로 개정된 1987년 이후 우리 사회는 극도로 다양화됐고 갈등의 문제도 복잡다단해졌다. 1987년 체제에서 벗어나 21세기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경제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통일까지도 대비하는 헌법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대통령 중심제, 양당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개헌을 논의한다고 당장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므로 점진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개헌 블랙홀’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권력구조 변화를 차차기부터 적용하면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민주주의는 완성이 없는 끝없는 정진의 길이다. 87년 6월항쟁 이후 28년이 지났는데,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 단계를 점수로 매긴다면?
66점? 민주주의라는 것은 결국 ‘국민이 주인’인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고, 주인다워야 하고, 주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데 아직 요원하다. 앞으로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민주주의라는 것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민주주의도 변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부산에서 샌프란시스코에 가려면 두세 달이 걸렸다. 1987년 6월항쟁을 통해서 대통령 직선제가 시작되었던 때에 비해 지금 얼마나 많이 발전했나. 이렇게 변화된 사회 속에서의 현재 민주주의를 봐야 한다. 민주주의는 끝없이 성장하고 변모해야 한다.

| 20여년의 영호남 화해 노력으로 새누리당 의원 최초로 광주 명예시민증을 수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를 하면서 동서화합, 남북통일, 건강사회의 3가지를 목표로 삼았다. 특히 영호남 화합과 전국의 균형발전은 미래 통일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동서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동서화합을 하기 위하여 소선거구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도는 승자 독식 제도이고, 이것이 분열의 정치로 귀결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했다.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를 벗어던지고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 지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은 광주정신이며, 광주정신은 반독재 투쟁을 한 민주정신이고 인권과 평화의 정신이다. 광주정신을 우리 국민을 통합하는 통합의 정신, 상생의 정신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이 곡이 갈등의 원인인 것으로 비쳐 안타깝다. 지난 2013년 6월 국회에서 결의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정부가 존중해야 한다.

| 2001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정 당시 발의 의원 중 한명이었다. 법정신에 따른 제1의 사업인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 미뤄지고 있는데.
하드웨어뿐 아니라 콘텐츠 위주로도 승부를 하면 어떨까. 사이버 공간에서의 민주전당을 만들어 국민 의식을 고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서 우리 국민들이 민주적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 독일의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 시민교육 논의가 활발한 상황에서 지난해 인성교육진흥법을 대표 발의한 이유는 무엇인가.
생명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 병리를 치유할 방법은 바로 충효와 인의예지 정신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목표는 물질적 성장에 걸맞는 정신과 가치의 성숙을 이뤄내는 것이며, 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들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선진 국가의 지름길이다.

| 의사에서 정치가로 직업적인 전환을 했는데.
중국의 손문,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쿠바 체 게바라를 의사 출신의 세계 3대 정치인이라고 한다. 일본, 독일의 경우에도 의사가 정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매해 5명 이상의 의사 출신 정치인이 발굴된다. 훌륭한 의사는 정치가로서도 좋은 자질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헌신하는 직업이다. 의사가 치료비를 낼 수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치료 못 합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정치도 마찬가지다. 어렵고 힘든 분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의사가 인술을 베푼다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그것이 인본주의 사상이다. 정치인과 국민 사이의 관계에서는 그것이 민본이 된다. 인본과 민본이 다를 리 없다.

| 대학 시절 부산대학신문의 사진기자로 활동한 이후 정치에 몸담고서도 꾸준히 사진을 찍어오셨다고 들었다. SNS에 올리고 전시도 해서 ‘사진 찍는 정치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형님의 권유로 사진을 처음 접하고 푹 빠졌다. 사진은 무엇보다 삶의 순간을 포착하여 추억을 남긴다는 점이 나를 매료시켰다. 취미가 사진이다 보니 기록을 남기고 지난 일을 정리해 두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의사 생활과 정치인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8월에는 해운대에서, 9월 7일부터 일주일간은 국회에서 개인전을 연다. 관람객들이 몇 점이라도 사주시면 그 수익금을 유니세프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자 기획한 전시다. 앞으로도 인간의 가치, 삶의 희로애락을 사진에 담고 싶다.

|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여전히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 국회의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회 신뢰도는 늘 5~6% 선으로,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받아들 때마다 국회의장으로서 면목이 없다. 지난해 세월호법과 관련하여 국회가 오랫동안 파행을 거듭하여 국회 무용론까지 나왔을 때는 대의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느꼈다. 국회의장으로서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취임 후 일하는 국회, 품격 높은 국회, 열린 국회 등 국회의 혁신적 변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헌법을 지키는 국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퇴임 뒤에는 국회의 신뢰도를 최소한 15% 정도로 높인 의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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