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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연장인가, 운동의 극복인가

 

좌 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사 회 정현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위원장, 본지 기획위원
정 리 이종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관리실 부장
사 진 장철영 사진작가

 

지난겨울 이후 4.13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재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보면, 운동권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편이었다. 특히 이때 일종의 ‘탈운동권’ 담론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해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가 아니냐는 비판도 동시에 대두되었다. 오늘 좌담은 ‘민주화운동의 재성찰’이라는 주제하에 특별히 정치권에 진출한 민주화운동 인사를 모시고 ‘민주화운동 세대 정치 진출의 공과’를 다루는 시간으로 준비했다. 두 분의 현직 정치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줄 정치학자 한 분도 함께 모셨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역할은 대중과 호흡하는 것

정형곤 :
먼저 정치인 두 분에게 현실정치 참여의 동기를 묻고 싶다.

이인영 :
1987년 이전에는 우리가 의미부여할 정치공간이 없었다. 6월항쟁 이후 정치공간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1997년 정권교체 이후 많이 열렸다. 그런데 여전히 정권 내부에 개혁세력이 있느냐, 강하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넓어진 정치공간 안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시민사회 공간에서의 활동만큼 중요해졌다.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개혁세력은 정권을 개혁정권으로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들어갔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면 김영삼 정부 때 민주화 세력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처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하나는 독자정당을 만들자는 입장이고, 하나는 기성 정치권과 연합해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후자 쪽이었고 16대 총선을 앞둔 1999년 말에 들어왔다.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어떻게 정치세력화할 것인지 하는 전략적 판단과 결부되어 있었다.

하태경 :
나는 배경이 많이 다르다. ‘87 운동권’ 세대면서 탈운동권 1세대다.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들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시위가 한창일 때, 진실은 없고 괴담이 국민들을 지배하면서 나라가 혼란스러웠다. 또한 통합진보당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위 종북세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좌파 운동권의 부정적 유산이 우리 사회를 흔드는 것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느꼈다. 함께 운동했던 분들하고 북한문제, 통일문제로 의견충돌이 있었다. 통일문제에 대한 접근도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친북적’ 통일운동에서 ‘반북적’ 통일운동으로 바뀐 거다. 내가 해야 할 것은 좌파 운동권의 부정적 유산 청산과 새로운 통일 세력을 준비하고 강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운동권 출신이지만 이런 문제의식에서 새누리당에 들어왔다.


위_ 하태경 의원은 북한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왔다. 사진은 하 의원의 주도로 결성된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회원들이 UN에 COI(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을 촉구하는 모습


아래_ 이인영 의원은 정치권에 진출한 민주화운동 세대의 대표적 인물이다. 사진은 이 의원이 전대협 의장으로 활동하던
1987년 ‘군부독재종식과 지역감정해소를 위한 영호남시민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탈운동권 담론은 건강한가

정현곤 :
탈운동권 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인영 :
개인적으로 운동권에 대한 비난이 유쾌하지 않다. 예를 들면 일부 보수언론이라든가, 군사독재 시절 저항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비판이 객관적 평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합리화의 또 다른 방편으로 되고 있는 것 같다. 운동권과 비운동권을 가르는 1980년대 전두환 시절의 도그마가 재현되는 모양새다. 그건 본질이 아니다. 그렇다고 운동권 천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탈운동권 담론이 운동권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지만, 쇄신해야 하는 운동권의 실체를 잘못 파악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건강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태경 :
지난 4·13총선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는 “낡은 진보 청산”, 김종인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 운동권 패권주의” 발언을 했다. 두 분 다 현존하는 야당 운동권의 본질을 잘못 읽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 상태에서 더민주당 내 운동권의 본질은 패권을 추구할 만한 이념과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패권주의가 아니라 무비전, 무능력, 무기력, 3무다. 존재감이 없다. 그런데 가끔씩 옛날 운동권 잔재가 드러난다. 여전히 일부 의원들은 막말을 하고, 국회를 나가 몇 달을 안 들어온다. 보수언론 등이 이러한 야당의 안 좋은 이미지를 브랜딩하기 어려워서 국민들이 잘 아는 정치적 언술로 ‘친노좌파 운동권’을 결합시킨 것이다.

정현곤 :
두 분 의견이 좀 다르지만, 어쨌든 공통점은 당시 탈운동권 담론은 건강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이인영 :
문제는 우리가 분산되어서 하나의 힘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운동권 패권주의는 커녕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비전과 능력은 있는데 쪼개지면서 무기력했던 건 사실이다. 크게는 친노라는 흐름, 작게는 각기 계파 속에서 산재되고 함몰되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이제 두각을 드러내며 리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태경 :
옛날의 잔재가 있다. 예를 들어 의회주의자로의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고, 그래서 무슨 일만 있으면 거리로 나오려고 하는 식이다. 1987년 이후 우리 사회에 귀족 운동권이 출현한다. 노동귀족, 농민들도 국가보조금을 받는 기득권 내의 운동권이다. 제1 기득권이 재벌이라면, 이 사람들은 제2의 기득권이고, 국민들 눈에는 원망의 대상이다.

강원택 :
사회운동과 제도권 정치에는 차이가 있다. 운동권의 이상이 얼마나 제도권 정치에 잘 적응하느냐가 중요한데, 초반에는 그게 안 된 측면이 있었다. 요즘 운동권 앞에 많이 붙는 단어가 친노다. 2004년 탄핵 정국 당시 준비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과거 운동권 세력이 국회로 입성했고, 그들이 제도권 정치 내에서 세련되지 못한 행동을 보였다.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얻으면서 4대악법 개혁처럼 꿈은 앞서는데 현실적인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각인된 거 아닐까. 그 386 정치인 중에서 대중적 스타로 나온 사람이 없다. 당 리더도 이미 나왔어야 했다.

운동권의 변화와 자기극복

정형곤 :
이인영 의원도 정치권 대표주자고, 우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된 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나?

강원택 :
물론이다. 내년 대선 과정에서 안희정 지사든 누구든 중요한 역할을 보여주면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운동권’이라고 하면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기만 하는 존재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다. 미래의 희망을 주는 역할을 못 했다. 그래서 보수언론이나 새누리당이 가장 쉽게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이 된 것이다.

이인영 :
하태경 의원은 안 바뀌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이념은 바뀌었다. 민주노동당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제 ‘생산 수단 국유화’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극렬한 운동을 주장하는 사람도 없다. 그냥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정도다. 작년에 노동법과 관련해서 민주노총 쪽 일각에서는 법 상정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당신들은 대중투쟁이지만, 나는 의회투쟁이다. 법안을 상정해서 심의받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맞았다. 법안심사라는 의회 투쟁을 무시하고 대중투쟁으로만 갔으면 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태경 :
어쨌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은 자기 책임이다. 친노 운동권, 수구좌파, 이런 걸 정치적으로 제일 잘 활용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안철수 대표와 김종인 대표다. 새누리당 안에서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은 거의 나밖에 없다. 야당에는 아직도 운동권의 과거 부정적 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통진당과 단일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는 출마하면서 통진당 해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통진당은 좌파 전체주의 정당이다. 야당이 어느 시점에서는 분명히 선을 긋고 단절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다. 심지어 일부 세력은 합당까지 하려고 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퍼주기로 대표되는 친북적 요소가 있다. 과거 운동권적 친북이 아니라 새로운 햇볕이라고도 주장할 수 있지만, 그걸 분명히 구분하는 메시지가 안 나왔다. 특히 북한 인권법을 결사반대한 것은 정말 문제다. 과거 트랩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건 본인들의 주관적인 언사이지 대중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이인영 :
통합진보당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의 눈높이에서 비판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진보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할 수 있는 것이냐,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은 이를 둘러싼 의혹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정파적 패권주의의 이해가 정당 내 민주적 절차를 유린할 수는 없다. 후보 단일화 과정도, 정당 내부 선출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대중이 동의하지 않는 한 검찰, 헌재가 건드리지 않았어도 대중이 그들을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통합진보당이 이러한 의혹에 대해 대중의 눈높이에서 해소하지 못한 것은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북한 인권법 문제를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남쪽에서 인권운동 하는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왜 반대하겠나. 앞으로 대화, 화해, 평화, 협력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나올 정치적 파장에 대해 신중했던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고려하자는 말이었지, 북한 인권문제에 눈 감은 것은 아니다.

민주화 세대의 시대적 감수성

정형곤 :
탈운동권 담론을 성찰했다. 그렇다면 민주화 세대가 정계에 진출하여 우리 사회 변화에 기여할 바람직한 방향을 무엇인가?

이인영 :
양극화 사회에 대해 우리가 내놓은 해법이 경제민주화와 복지담론이다. 현재 한국은 저성장 시대에 직면했다. 1970~80년대처럼 고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조건 속에서 우리 성장의 대안을 이야기하자면 ‘협치 성장’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갈등요소를 줄이면서 사회적, 산업적 평화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경제적으로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시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북유럽 모델 등 사회적 합의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또 ‘통일주도 성장’이 필요하다. 통일주도 성장을 통해 10년 정도의 통일 준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를 통해 남한은 1% 정도, 북한은 10% 이상의 성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남과 북의 경제 규모의 차이가 큰 만큼 남한의 1% 성장은 규모면에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말 그대로 공생공존, 윈윈하는 것이다.

하태경 :
지금은 오히려 보수 쪽이 문제다.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색깔 노선이나 비전보다는 권위주의의 귀환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오만불통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당내에선 있었지만 대중에겐 안 보였던 독재 잔재, 권위주의가 밖으로 드러났다. 새로운 보수의 비전과 미래가 잘 안 보이고, 문화를 과연 바꿀 수 있느냐도 걱정이다. 보수에게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할 능력이 과연 있는가. 또 하나는 보수의 노선 문제다. 1세대는 안보보수, 2세대는 시장보수라고 부른다. 안보와 시장 보수, 즉 자유보수 시대의 종언을 고해야 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평등이다. ‘평등보수’의 탄생이 절박하다. 다른 표현으로는 양극화 해소다. 보수 내 위기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고 문화투쟁, 비전 투쟁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현곤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분을 비롯한 민주화운동 세대가 시대와 접목해나가는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감수성으로 우리 사회에 제기되고 있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귀중하다.

강원택 :
내년에 민주화 30년이 되는데,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과거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창조경제는 좋은 미래 방향인 것 같은데, 이를 끌고 나가는 것은 관료들과 대기업이다. 추진 방식이 여전히 발전국가 모델을 못 벗어나고 있다. 그동안 민주화운동 세대가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환경을 만든 것은 평가받아야 할 만한 일이지만, 거기에 멈춰 있다. 국가에서 시민사회나 지방자치단체로 권한이 넘어가야 한다. 자율성과 협치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것이 새로운 방식의 통치이고 세계화 시대에도 맞는 방식이라고 본다. 그랜드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켜 민주화 세력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양극화의 해법

하태경 :
보수의 변화, 평등보수의 필요성을 말했는데, 여기에 입각한 다양한 성장론이 나올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통합적 성장’의 프레임이다. 기존의 성장은 성장하면 할수록 불균형이 심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된다. 고통분담과 대타협이 필요하다. 보수와 좌파가 증세와 노동유연성, 규제완화에 대해 대타협할 필요가 있다. 돈 잘 버는 사람은 자꾸 규제하지 말고 대신 많이 번 만큼 세금 더 내도록 해야 한다. 성장은 성장대로 진행되게 하고 과실이 약자에게 가도록 ‘강제적 낙수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식노동까지도 기계화될 정도로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실업률 증가는 막을 수 없다. 보수는 사회적 일자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증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계속 상수로 둬야 한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십자포를 맞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생각이 가장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인영 :
우리나라의 노동유연성은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시장권력은 양보한 게 없는데, 노동은 많이 양보했다. 역사적으로도 IMF 이후 노동의 희생만큼 재벌이나 자본이 희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월급 받는 사람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월급 받기 힘들어 자영업으로 흘러간 사람들까지 더하면 너무 많다. 야당이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건 사실이다. 노동이 가진 비타협성과 또 다른 측면에서 사회적 기득권으로 표현되는 노동 변화의 필요성을 당당히 말하지 못했다. 정규직노동자들이 욕망을 조금 내려놓고 비정규직과 함께 동행해야 한다. 여기에 사내유보금을 푸는 등 기업의 양보를 연계하여, 일자리를 더 만들게 하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용 안정성 문제는 그렇게 풀어야 한다. 증세를 위해 월급쟁이들의 세금을 올리고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안 된다. 이는 정의로운 방식의 증세가 아니다. 서민들에게 고통이 간다. 과세점 이하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도 유발한다. 재벌의 조세 특혜부터 철회하고 정상화해야 한다.

하태경 :
사회 추세가 고실업 사회로 가는 만큼 기업 쪽 증세뿐 아니라 국민소득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소득 있는 사람은 누구나, 모두가 사회에 기여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받기만 하면 자존감도 박탈된다. 헬조선, 흙수저 청년들의 절망감, 이런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라기보다는 좋은 일자리의 문제다. 그걸 노동귀족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고용세습을 노사합의에 명문화한 사례도 많다. 청년들의 좌절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 공기업, 철밥통 이런 문제를 없애야 한다. 국민들 입장에서 양극화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것은 노동양극화다. ‘노동철밥통’이야말로 혁파의 대상이다.

강원택 :
보수 진보 상관없이 세대적으로 민주화를 경험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운동권이 왜 기대했던 만큼 정치적 역량을 빨리 길러내지 못했을까, 리더로 성장하지 못했을까를 생각해 봤다. 제 생각에 운동권은 정의감이 강하고 신념도 강한데 대중과의 소통능력이나 포용성이 약하다. 자신이 늘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은 잘못된 것을 보면 가르치고 설득하려 들지 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걸 내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고려하는 데는 취약하다. 정치에 진출한 운동권이 적지 않음에도 이런 요소 때문에 대중들과 호흡하기 힘든 것이다.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정현곤 :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이인영 :
민주주의를 심화하고 평화통일 추진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 과제다. 민주, 평등, 통일은 보수에게도 다른 영역이 아니다. 평등과 통일을 그 속에 어떤 것으로 심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예전에는 자유 대 독재 구도가 영역이 다르니 이야기가 어려웠다면, 이제 같은 영역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시민들이 판단 가능할 것이다. 분단 정세가 고비에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도 남북관계를 잘 풀어 가는 것이 선방향의 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 지난 4월 8일 4·13총선을 앞두고 악마의 복장을 한 대학생들이 투표독려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태경 :
일관된 결론은 보수 대혁신이다. 일제 말로 갈수록 조선 해방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독립운동하던 사람은 친일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해방은 왔다. 마찬가지로 통일도 올 것이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해도 통일은 온다. 지금의 보수는 갇혀 있는 ‘섬보수’다. 극복해야 한다.

 

강원택 :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민주주의의 심화다. 앞으로는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을 넘어 생활 속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현하고 가르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생활공동체 마을, 지방, 학교현장, 시민교육 이런 것이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 남한 사람들이 민주적 가치를 충분히 몸으로 습득하지 못한다면 북한을 어떻게 가르치겠나. 하나의 사회가 되었을 때 그 사람들에게 민주적 규범과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도 우리의 민주주의가 심화되어 있어야 한다.

정현곤 :
우리 사회 민주주의 심화를 위한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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