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시설을 통한 역사의 기억방법 현재는 미래의 거울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국민이라는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로 연결하여 자신이 역사 안에서 어디에 있는지, 그 존재의 의미를 과거에서 미래에 이르는 국민의 이야기 안에서 찾아간다고 한다. 여기에서 요구되는 것은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자기탐색’에 있는 만큼, 역사는 위인과 영웅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국민’도 마치 입신출세를 이루는 개인인 것처럼 의인화된다. 개인의 이야기와 말해지는 역사가 서로 중첩되어 이중의 의미로 말해지는 역사, 즉 이야기 방식의 역사가 등장하는 것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진 기념시설의 경우 이야기 방식의 역사를 통한 교육기능을 중요시하고 있다.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어린이를 위해 1층에 ‘어린이를 기억함 : 다니엘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나치 독일에서 자랐던 한 어린이의 눈을 통해 본 학살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이야기의 전개과정에 따라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하면서 관람객의 의식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는 사회가 요구하는 의미를 고유한 시각적 수사를 통해 제시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한다고 한다. 관람자는 전시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기관으로서의 박물관이라는 발상은 시민들이 과거의 유산에 대해 배움으로써 올바른 사회생활을 위한 지성과 인격을 형성해 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이처럼 박물관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옛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 그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적절한 의미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기관이다.
과거는 현재의, 현재는 미래의 거울 역사는 성공한 사람만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계의 여러 기념관의 건립과 운영을 둘러싼 논쟁은 역사가 성공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며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이들 기념관은 누구를 기리든 어떤 역사적 상황을 반영하든 모두 역사의 ‘무거움’과 시간의 엄숙함을 전해주면서 과거가 우리를 괴롭히는 힘을 가진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와 행복은 앞서 투쟁한 수많은 열사들과 이름 없는 선배들의 값진 희생 위에 세워진 피눈물의 기록이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져 온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또한 더 많은 진실과 활동이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밝혀주고 증명해 줄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안고 하나둘 우리의 주위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거를 망각하는 죄악을 저지르지 않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물론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사업은 그것이 포괄하는 민주화운동의 범위, 기념사업의 주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입장이 제기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논쟁과 갈등이 없는 기념이란 특정한 입장과 주장이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거나, 기억의 다양성 혹은 상상력이 정형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할 때,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노력 또한 우리의 역사를 발전시키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과정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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