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었고 그만한 시련으로 알차게 곡식이 영글었습니다. 찾아간 산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된비알 가난한 따비밭이어도 그곳에서 자라는 고추와 배추는 제 양껏 푸르고 붉은 빛을 뽐냈습니다. 옹색한 밭 아래로는 작은 시내가 있었습니다. 물가에선 사내아이 두엇이 미역을 감고 있었습니다. “할마닌 쩌-게 아직 계시는데-에요. 저는…… 더워나 먼저 왔세에-요.” 파인더로 아이를 보며 두어 걸음 물러섰던 거 같습니다. 벗어놓은 단출한 옷가지 곁으로 호미 두 자루가 풀밭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 것이었습니다. 강원도 미탄에서 찍었습니다.
글·사진 노익상 photree@hanmail.net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칼럼니스트로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로 제 땅과 집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꾸준한 걸음으로 찾아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결과물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프로젝트와 동강 사진 축전에 초대 되었으며 연작형태로 여러 매체에 연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