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농가는 비로소 두 다리를 뻗고 휴식에 들어갑니다. 한 해 농사를 잘 갈무리해 결실을 얻은 농가에서는 웃음꽃이 피고, 어쩔 수 없이 아픔을 겪은 이들은 이듬해를 기약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네 모두가 온갖 병충해와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제 주어진 몫을 성실히 해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럴 즈음 저는 한 산골 마을을 지나다가 사진에서 보는 풍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옥수수 알갱이를 섞어 밥을 지어줬던 마을에선, 마침 매밀 부침개를 서로 나눠 먹으며 섣달의 정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타관살이로 힘들 자식걱정도 하고 이웃마을 병든 김씨를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늙고 튼 손을 맞잡으며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이 이 도회 사람 눈에는 더없이 정어린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한 해 농사가 이렇게 순리로 순환하듯, 우리네 삶도 이 둥그런 고리에서 소박하게 이뤄지면 참 좋겠습니다. 강원도 진부에서 찍었습니다.
글·사진 노익상 photree@hanmail.net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칼럼니스트로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로 제 땅과 집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꾸준한 걸음으로 찾아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결과물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프로젝트와 동강 사진 축전에 초대 되었으며 연작형태로 여러 매체에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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