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일보 사건은 언론을 정권의 품에 장악하고 싶어 하는 독재자의 뒤틀린 꿈의 존재를 보여줬다. 기념사업회 사료관에는 <민족일보>와 조용수에 관련 된 문서, 박물류, 영상물, 사진 등 귀중한 사료 6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 1961년 2월 13일 창간호부터 5월 19일 강제폐간까지의 <민족일보> 영인본과 깃발, 정관, 기자 명부, <민족일보> 용 원고지와 조용수 사장의 영치물 차입원표, 재판부 제출자료, 자필 자료묶음과 심지어 그의 생전에 사주를 풀어놓은 글 등 희귀사료의 상당수는『조용수와 민족일보』라는 책을 저술한 원희복 현 경향신문 기자가 기증했다. 세상이 변하지 않은 것일까. <민족일보>를 들추다보니 해묵은 기사 내용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창간호엔 한미 경협과 관련하여‘경제 자립성을 모독 침해 한다’는기사 와 통일사회당의‘한국민에 대한 중대모욕’이란 논평이 실려 있다. 창간사 헤드라인이‘우리는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라니, 그렇다면 소수의 이익만 대변하는 집권층의 전횡이 전제되는 언설이 아닌가. 4·19가 미완의 혁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 군사쿠데타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말이다. 신문 1면 상단의 사시(····)엔 <민족일보>가 민족의진로를 제시하고,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며 근로대중의 권익을 옹호하고, 조국의 통일을 절규한다고 써있다. 사시는 신문이 지향하는 가치를 요약해 놓은 것이니, 마치‘대한 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헌법 제 1조나 마찬가지다. 너무나 당연한 가치들을 지향하기 위해 지극히 상식적 이고 원론적인 기사를 작성하고 활자화했던 그들에게 들씌워진 건 그러나‘용공’이고‘빨갱이’라는 딱지였다. 필자도 유학시절 독재에 반대하는 한 해외신문의 편집 인노릇을했던경험이있어서조금은안다. 불의한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언론이란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억누를수있는나름유일한방도가빨갱이타령이렀?컀?A?란것을. 우리나라 최대의 언론 탄압사건인 <민족일보>와 조용수 사건은 지난 2006년 11월 과거사위원회로부터 명예회복을 받았고,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가 재심에서 북한의 활동에 동조했다는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던 조용수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 했다. 47년 만의 일이다. 세기를 넘어 그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야만은 여전히 칼날을 거두지 않으니, 그것이 조자룡의 녹슬고 무딘 헌 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고도 우울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