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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음과 다름이 조화를 이루는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

칼라TV 촬영스텝으로 한 여름 내내 희망이 가득 찬곳이 아니라 아픔과 슬픔, 분노로 가득 찬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시청과 청계광장, 명동, 종각, 동대문 그리고 기륭전자, KTX 고공 농성장, 이랜드 현장에 이르기 까지……. 새벽 2시 녹취한 인터뷰 소스를 풀어 글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엊그제 다시 다녀온 조계사 테러가 있었던 현장, 이런 2008년 오늘의 상황이 사뭇 과거의 모습으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닐까.
 
외국인 노동자 지원 사업이 계기
 
 
‘다양한 문화 공감’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 <모두>를 찾았다. 정식으로 문을 여는 날을 앞두고 약간은 상기되고 어수선한 분위기,그곳에서 어린이 도서관 <모두>를 만든 푸른시민연대 문종석(46세) 대표를 만났다.
“세상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었음에 도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잖아요. 과거처럼 변혁을 통해서 국가 시스템을 바꾸지 못한다면 기층,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활 속 시민들의 생각을 바꿔 나가는 작업들을 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동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거죠. 1994년에 처음으로 지역 운동을 시작을 했어요. 푸른시민연대는 처음에는 동대문 주민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센터장을 하면서 겸임을 했죠.”
푸른시민연대의 주요한 활동은 주로 이주노동자 사업화 지역 활동이다. 첫째로 한글과 공동체 교육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평생교육 개념의‘어머니 학교’가 있고, 두 번째는‘다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매주 일요일 마다 하고 있고,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는‘십시일반’ 이란 사업이 있는데 저소득층 어린이에 대한 멘토링 시스템으로 지역 대학생 자원 활동가와 1:1 결연을 통해 정서적인 지원과 학습지원을 하고, 지역의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활동가들이 직접 방문해서 노인을 돌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작은권리 찾기라고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하고 있는 일상적 사업인데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구의회나 구청장의 예산 감시와 행정 감시를 통해주민과 더불어 일상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전체 상근 활동가는 문 대표를 포함해 도서관 상근자까지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팀에 상근 활동가는 2명 정도씩 배치되어 있다. 일에 비해 상근자가 턱없이 부족해서 자원 활동가들이 한 팀당 20명씩 활동하고 있다.
1998년 외국인 노동자 지원 사업을 시작 했는데 당시 IMF때 한국 경제 구조가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생산직에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사업으로 산업구조가 변화되기시작했다. 임금수준은 높아졌고 사람들이 제조업에 투자하지 못하고 제조업의 경쟁력이라는 건 싼 노동력에 싼 물건을 만들어야하는데 중국이나 제 3세계에 경쟁은 안 되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이미 1990년대 초반 공단지역에는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동대문 주거지역으로 파고 들어오게 된 것은 90년 후반정도라 한다. 강북지역 청계천 주변창신동을 중심으로 동대문지역에는 미싱 밟고 하는 조그만 가내 수공업 공장들이 많았고 이러한 지역에까지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에 푸른 시민연대의 이주노동자 지원 사업팀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을 하게 되었다.
 
모어로 아이를 키울 권리 없는 이주민들
 
“베트남 엄마의 사례인데 아이를 낳고 간호사와 우리가 오랜만에 집에 방문을 했는데 이 아이가 별로 크지를 않은 거예요. 왜 이렇게 안 컸지? 물어봤더니 태어날 때 간호사가 젖병에 눈금을 그어주고“요만큼만 먹이세요”했대요. 근데 애가 보름 지나고 한 달 지나면 눈금이 올라가야 되잖아요. 간호사가 가르쳐 준대로만 애한테 우유를 먹인 거에요. 육아를 누가 가르쳐 줍니까? 그런 거 많이 보셨을 거예요. 몇 개월이에요? 아 이유식 뭐 먹이세요? 우리 아기는 이유식 뭐해요. 우리 아기는 뭐하는데 이거 좋아요. 동네에서 서로 소통하면서 보육이 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죠. 그리고 아기들의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것은 엄마거든요! 아빠가 아니에요. 엄마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자기나라 말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아빠들이 모어로 아이를 키우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거든요. 그게 법적으로 박탈하는 게 아니라 사 회적인 문화현상으로 박탈하고 있는 거죠. 왜냐하면 빨리 ‘한국인’으로만들려고하는거아니겠습니까?
엄마가 잘하는 언어가 있으면 그 언어로 그 아이와 소통하게 하는 게 당연한데, 선진국은 이중 언어 교육을 통해서 엄마 언어로 교육을 하는 훈련을 해요.
그런 것이 보장이 안 되니까 아이들이 언어장애가 와요. 엄마랑 소통을 못하니깐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이 아이들의 교육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엄마들의 사랑방 내지 품앗이 공동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 하다가 아이들 도서관 같은 게 있으면 참 좋겠다. 회의 나 토론회나 강연회가면 제가 계속 주장했죠. 그 이야기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듣고 그것을 STX라는 기업에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제안했고, 그 제안된 프로그램에 공모를 하게 된 거죠. 그래서 만들어지게 된 거에요.”
 

다양한 문화를 공감해야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의 건립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설명 되었다. 크게 두 가지 맥락이 있다. 이민 여성들,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고 이는 사랑방으로서의 사회적 공간, 즉 다문화가정의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기능과 사랑방으로서의 프로그램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이고, 아이들의 경우는 책을 매개로 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언어발달 능력이라든지 정서 문제라든지 이런것 들을 자연스럽게 것들을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어우러 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문화 어린이도서관의 기본 컨셉은 다음과 같다. 다문화의 거점으로서 다국어와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으로의 역할과 특히‘육아’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품앗이 보육이 가능한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같음’과‘다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서 꿈 너머 꿈을 이루는 다문화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가고자 하고 있다.
현재 결혼 이민자가 많이 살고 있는 10여 개국의 다양한 책 5천권과 국내 책 5천권 정도가 구비되어 총 1만 권 정도의 장서로 출발 한다. 서울지역 도서관에 대한 인프라가 워낙 부족하고 어린이 도서관에 대한 지원체계가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일단은 2년의재정은 확보한 상태이고 다만 도서관을 열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가 중요하다고, 그나마 아직은 행복한 편이라고 말한다.
“희망적으로 봐야해요. 이미 우리사회에 들어와 있는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걸‘절망’으로 놓고 보면 해결 방법이 없거든요.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죠. 언젠가는 돌아갈 거 아닙니까? 그런데 결혼 이민자가 여기서 30년이 아니라 100년을 산다고 해서 그들이 본국에 대한 향수를 잊어버릴까요? 절대로 잊지 않아요. 그리고 이들이 하나의 권력화가 될 수 있는 거죠. 집단화가 되는 거고, 예를 들면 필리핀 출신의 국회의원이 나왔다. 이런 상황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볼까요? 아마도…… 부정적으로 볼 겁니다.”
스물 몇 살 때 일본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본 경험이 있다. 그때 막막함 속에서도 잠시나마 쉼터가 될수 있었던 것은 모국어로 된 노래와 책들이었다. 친구와 가족들이 고국에서 보내준 음악테이프라든지 책이 든 소포를 받아 열어 볼 때의 기쁨들을 문득 떠올려본다. 글을 마무리하다 조그맣게 읖조려본다.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어린이도서관 <모두>에 희망을 가져본다.

 

  글·김일안 칼라 TV 촬영스텝, 한독협 다큐분과회원,
                 비정규직 영화제 기술팀 노동자

사진제공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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