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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아시아인들과 함께하는 <아시안 브릿지>

 
당신은 아시아를 얼마나 아는가
 
얼마 전 편하게 읽기 시작한 장편 소설이 있었다. 그런 소설이라 처음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편한 마음보다는 오히려 발끝에 돌 하나 얹혀 있는 느낌을 받았다.
가난한 난쟁이 아버지와 이주민인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한 고등학생 남자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 본 어른들의 모습과 우리 사회. 가족 구성원이 낯설지 않은 다문화 가정이란 것 그리고 이제 우리 주변엔 그들이 이웃이고 소외된 자들이라는 것이다. 지역의 소도시, 혹은 농촌 지역에 가면 그와 같은 다문화 가정을 이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경을 넘어 아시와 시민들과 함께, 차이를 호기심 있게 반기는 다양한 문화’라는 모토를 내 건 <아시안 브릿지>를 취재하러 가면서‘아시아 문화’에 대해 공유하지 못하고 책으로만 읽은 것이 못내 아쉽다.
“제가 너무 놀란 일이 있어요. 지난번에 아시아 NGO 프로젝트 관련해서 캄보디아에 가는데 여러 단체와 NGO 활동가들이 모였죠. 한 40대 중반 되신 분이 해외에 처음 나간다는 거예요. 그런데 비행기는 많이 탔는데 국내만 다녔고 본인 마일리지가 얼마나 있는지 그런 것도 채 모르시고…….”
<아시안 브릿지>의 나효우(47) 운영위원장은 그 분이 해외 여행을 안 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국제연대와 아시아 공동체’라는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이, 꽤 큰 단체에 있는 사람이 한 번도 아시아를 방문하거나 알지 못한다는 것에 놀라웠다고 말했다. 버마나 티벳, 태국, 파키스탄 이런저런 사태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나라들 이외에 내가 아는 아시아는 텅 비어 있다.
 
NGO를 위한 <아시아 NGO센터>
 
‘아시안 브릿지(Asian bridge)’, 단어 그대로 풀이해 아시아인들의‘다리’역할을 한다는 이 단체는 지난 2003년‘NGO를 위한 NGO 단체’로 필리핀에 만든 <아시아 NGO센터>가 모태가 되었다. <아시아 NGO센터>는 국내 NGO 단체나 활동가들을 위해 재충전 할 수 있는 휴식 공간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곳이다. 그 후 5년 동안의 교육과 프로그램, 활동 영역 등이 넓어지고 내용들이 축적되면서 입소문을 타게 됐고 그 후로는 국내 NGO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국내의 대안학교 중?고등학생들도 연수를 하게 되었다.
“저희 센터에서는 그런 걸 하고 싶었어요. NGO 활동가들은 그저 단체에 속해서 일만하고 재교육의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거죠. 그냥 그만두면 집에서 쉬다가 다시 활동하기도 하지만 그건 인력 낭비이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인재들을 그냥 쓸모없게 내버려 두는 일 일수도 있어요.
 
그런 활동가들이 재충전해서 다시 사회를 위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센터의 목적이었어요. 6개월 동안 필리핀에서 휴식도 취하고 일정에 따라 교육도 받고…….”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시아 NGO센터> 였다.
지난 5년 동안 센터에서 연수를 받고 간 국내 활동가들이 1천명이 넘는다는 결과는 연수 내용이 그만큼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았다는 증명일 것이다.
지난 2월 <아시아 NGO센터> 5주년을 맞아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모여 평가 작업을 했다. 그들은 그동안의 성과와 과오, 뭐든 다 털어놓고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아시아 NGO센터>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단체의 성격을 좀 더 광범위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5주년 평가 작업의 결과는 첫째, 국내 NGO 단체뿐 아니라 필리핀 NGO 와도 교류하자. 둘째, 한국에 있는 이주민과도 교류하자. 셋째, <아시아 NGO센터>의 재정을 독립시킬 수 있는 재정 독립 교육프로그램을 하자. 넷째, 교육연수와 관련된 대중적인 시스템을 만들자.
다시 말해 문화, 체험, 생태 같은 문화적 접근을 하잔 의미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아시아인들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좀 더 확대된 단체를 만들자는 것에 합의했고 그 준비 과정은 자연스럽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바탕이 되었다.
 
 
아시아인을 위한 소통의 역할
 
“사회가 변화하고 진화하고 권력이 이동 된다하더라도 어찌 보면 완전한 사회란 결국 불완전한 사회일 뿐이고 오히려 그런 불완전한 사회가 더 완벽할 수 있단 생각을 해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네트워크, 연대, 연합, 동맹 이런 단어들은 이전에 자기들끼리의 그룹이었다면 다른 종, 다른 성, 다른 국가 등 다양한 이종들의 브릿지(가교, 소통)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보는 겁니다. 덧붙이면 이제까지는 제왕적 리더십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갔지만 앞으로는 브릿지 리더십의 능력이 필요한 활동가들이 좀 더 잘 짜여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편집 능력이 있는 리더, 다양한 목소리를 배치하고 소통하게 하는 능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단 겁니다.”
 
 
그는‘저항적 운동’도 중요하지만‘국제’와‘아시아’라는 현재 모습 속에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소통하고 연결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했다.
<아시안 브릿지>는 크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사 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아와 국제 문화의 이해를 위해 다양한 국제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생태관광(생태학과 관광의 합성 단어)을 통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날로 오염되는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생태학습을 진행한다. 또 하나는 동아시아 시민사회네트워크사업을확대해나간다는것이다.
특히‘이주민 권리 운동’으로,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은행 송금 수수료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내용은 한국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을 할 시 들어가는 은행 송금 수수료가 굉장히 비싸다는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은행 네트워킹이 되어 있어서 국내에선 직접 본국으로 송금을 할 수 없고 미국을 통해야만 가능한데 국내 은행과 미국은행만 수수료로 배를 불리고 있다고 한다.
 
한 예로 멕시코는 미국 은행을 상대로 이러한 권리운동을 펴서 수수료 인하와 은행 거래 확대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공식 비공식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가 20만 명이 넘는 우리 현실에 아직도 넘지 못하는 이런 일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현재 ‘이주민 권리운동’의 하나로 기초 조사 중인 이 사업은 내년에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필리핀에서 진행해온 NGO 활동가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하되 사업 내용을 좀 더 부드러운 관계로 소통을 하려고 합니다. 한쪽 면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면도 보고 그래야 겠죠?”
아시아인들의‘다리’,‘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아시안 브릿지>가 이달 26일 정식으로 공식 출범한다. 그들이 만드는 <아시안 브릿지>, 나도 지금 그들과 함께 아시아에 살고 있다.

 


글·사진 황석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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