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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1] 지자체 시민교육이 풀뿌리·시민사회 시민교육에 미치는 영향

 

[시민교육1] 지자체 시민교육이 풀뿌리·시민사회 시민교육에 미치는 영향 

민관협력으로 교육이 사람과 지역 바꾸는 선순환 만들어야

 

김미란 부천시평생학습센터 소장 dangdang66@korea.kr

 

  

 

 

 

 

 

“지자체가 하는 시민교육이 풀뿌리 시민사회 시민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럴 때면 필자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약이 되는 이유는 지자체가 평생학습도시 조성사업 과정에서 인프라 구축과 네트워크 연계, 프로그램의 중복성을 조정하며 지역사회의 자원을 재구조화하기 때문이다. 독이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예산과 시설, 전담인력 확보라는 우월한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주도하다 보면 풀뿌리 시민사회를 대상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지자체 시민교육을 풀뿌리의 입장에서 보면 “거대한 공룡”, “천적”과 같은 입장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풀 한포기가 어떤 경우에는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지자체와 풀뿌리 시민사회는 어느 일방의 독주나 승리가 아닌 철저한 공생관계이다. 필자는 교육활동가다. 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한 이후, 1996년 말부터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시민사회운동을 시작하여 공공리더교육을 하면서 지역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부천시평생학습센터의 소장으로서, 건강하고 풍요로운 지역 만들기,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평생학습 디자인을 하고 있다. 필자가 직접 체험한 시민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글을 열고자 한다. 참여연대 부설 교육기관이자 프로그램명인 참여사회아카데미(현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에서 일하면서 필자의 시민교육 활동은 시작되었다. 그 때는 오로지 참여연대 시민교육 프로그램의 특성화에만 매달렸다. 같은 교육활동을 하더라도 누가 하느냐, 어떤 태도로 하느냐, 어떤 입장과 상황에서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일의 형태와 주요 관심사도 마찬가지다.)가 달라짐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체득하게 되었다. 

국가권력을 감시하는 권익주창 활동을 주로 하는 참여연대의 특성상, 정부 보조금 사업이나 프로젝트는 수행하지 않았다. ‘좋은 시민(good citizen)’으로의 성장을 위해 참여연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말랑말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였다. 시민교육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1990년대 후반에 붐처럼 조성된 ‘민주시민교육포럼’은 우정과 연대, 호혜와 협력 그 자체였다. 1997년부터 민주시민교육포럼을 통해 민주시민교육관련법 및 시민사회단체의 시민교육 현황 분석, 시민교육의 제도화 담론 등을 주도하면서 시민교육에 대한 확신과 철학을 세워나갔다. 방점은 민주시민교육에 있었다.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면서부터는 공공리더 대상(지방자치단체장, 공무원, 의원, 주민자치위원 등)의 교육을 맡았고, 지역과 지역리더, 지역활성화에 대한 이슈를 많이 다뤘다. 국가와 시민사회 중심의 영역에서 시민교육을 고민하던 필자에게 지역은 미지의 세계였다. 지역에서의 생활 반경도 그다지 넓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의 미래와 비전을 고민하는 지역리더의 교육적 수요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모형으로 제시되었던 커뮤니티 비즈니스 분야의 연수와 교육을 통해 지역과 풀뿌리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연계가 시작되었다. 지역의 재발견이었다. 

2012년 9월 말부터는 부천시에서 시민학습을 디자인하고 있다. 주요 활동무대가 NGO에서 GO의 영역으로 바뀐 셈이다. ‘갑’과 ‘을’의 관점에서 보면 ‘을’에서 ‘갑’으로 옮겨온 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희망제작소의 공공리더교육은 자치단체의 교육위탁을 받아 운영했던 형태가 많아서 ‘을’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갑’의 입장에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대학, 학교 등과 일을 한다. 매 번, 매 순간, 지자체가 하는 교육과 풀뿌리, 시민사회의 교육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혹은 어떻게 상생하는가에 대해 고심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할 말은 많은데 막상 하려고 보니 조심스럽기도 하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시민교육 현황 개요 

 

2013년 현재 전국 지자체 227개 중 평생학습도시는 118개에 달한다.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지자체가 50%를 넘은 것이다. 시민대학, 시민아카데미 등의 이름으로 118개의 평생학습도시에서 다양한 시민대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직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원시, 서울 은평구, 안산시 등이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원은 희망제작소가, 은평구와 안산은 지역의 대학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운영 조직의 형태도 국 단위부터 과 단위, 계 단위(팀 단위)까지 다양하다. 제1차 평생교육진흥종합계획(2002~2006, 제2차 평생학습진흥종합계획은 2008~2012년, 제3차 평생학습진흥종합계획은 2013년 현재 수립, 발표준비 중이다.)을 수립하면서 평생학습축제나 평생학습도시 사업이 추진되었다. 2008년 평생교육법 개정과 시행에 따라 평생교육 진흥을 위한 일반 자치행정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개정된 평생교육법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수준에서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광역 시·도 수준에서의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기초 시·군·구 수준의 평생학습센터나 평생학습관 등의 지역전달체계와 평생교육 지원, 추진 전담기구의 설립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추진 전담기구의 설립은 조직과 인력, 예산을 동반하며, 평생학습도시 조성사업은 갈수록 더 확산될 전망이다.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성장도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담인력들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있다. 프로그램도 연령별, 주제별로 다양해서 전 방위적으로 진행된다. 평생학습 인프라 활용 및 연계를 위해 주민자치센터 및 도서관, 지역의 평생교육 기관 및 단체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또한 프로그램도 생애 단계별, 6대 영역별(문해, 학력보완, 직업능력, 문화예술, 인문교양, 시민참여), 수준별로 제시하고 세부적으로는 중복 프로그램의 조정까지 하고 있다. 이것만 보아도 지자체의 평생학습을 얼마나 촘촘하고 조직적으로 디자인해 가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시민대학이나 시민아카데미의 주류를 이루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시민의 일상적인 삶에 대한 통찰과 감동과 울림이 있는 시민교육 현장이다. 인문학과의 접속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오래된 지혜’를 ‘지금, 여기’에서 발견하는 과정이다. 참여자들이 끊임없이 자기고민을 밀어붙이는 변화가 감동적이다.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이제야 자기 공부를 시작했다는 경력단절 여성부터 몇십 년간 회사생활을 하다 은퇴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까지 30대에서 70대를 오가는 세대 간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이들이 지역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 뛴다면 어떨까? 취미와 여가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학습과정을 통해 느슨한 연대를 경험하고 호혜와 협력의 네트워크로 들어오고 있다. 지역사회 인력 양성과정의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지역사회 데뷔전을 잘 치룬다면 어떤 변화가 이루어질지 자못 설레기까지 한다. 

 

 

부천 이야기 

 

로컬 거버넌스의 역동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부천의 평생학습도시 조성 과정을 살펴보자. 부천시의 평생학습 관련 논의는 민관협력기구인 ‘푸른부천만들기21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나온 ‘평생학습사회 건설을 통해 민주시민을 기르는 부천’이라는 의제로부터 시작되었다. 2001년부터 평생학습도시/마을 조성사업 공모에 참여했고, 2002년에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조례를 만들고, 평생학습센터를 만드는 등 평생학습도시로서의 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평생학습센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기능과 역할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직접적인 교육 프로그램 실시는 생활권 중심의 평생학습 관계 기관과 단체에서 전담하도록 하여 관계기관 간의 연대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대신에 평생학습센터는 부천 지역 전체 시민을 위한 평생학습 진흥을 도모하는 전문 지원센터로서의 기능을 확대했다. 

 

그 결과 부천시 평생학습센터는 평생학습 전문 코디네이터(조정자)이자 지원기구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2009년까지 지속되었다. 평생학습센터가 부천시의 직영기구였으므로 행정적 연계가 가능했으며, 재정적인 지원을 비롯하여 영역별 네트워크 구축과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평생학습센터의 소수 인력 배치와 비교적 적은 재정투자로 인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동사업의 추진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으로 시민의 성장에 기여하는 성과를 낳은 것은 분명하다. 부천지역 내부의 소통과 협력은 지역사회 내에 다양한 협의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구성된 활동 중심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역 평생교육 체계 형성 논의의 출발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의 시작과 마무리는 지역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전체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수립, 실행하는 행정의 역할을 통해 거버넌스 체계가 작동했다. 이런 과정의 중심에는 평생학습센터가 있었다. 

이런 거버넌스 체계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원 중심의 사업 운영체계를 갖추게 되면서 영향력과 추진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받기도 하였다. 여전히 관의 직영사업 비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내외부와 다양한 시민들의 요구도 있다. 그러나 부천시는 비교적 제한된 범위에서 소수의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있다. 부천시의 평생학습은 부천시민의 자발적인 성장을 위해 3단계로 나누어 학습을 디자인하였다. 

1차 학습은 지역의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하는 취미나 여가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지는 마을학교이다. 평생학습센터에서는 주로 주민자치위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지원한다. 

2차 학습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나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진행되는 영역별, 주제별, 대상별 심화교육으로 이루어지는 시민학교이다. 공모사업의 형태로 심사 및 선정을 거쳐 운영하는데, 시민사회단체나 대학이 파트너가 된다.

3차 학습은 평생학습센터가 직접 진행하는 시민대학과 평생학습관계자 전문연수, 네트워크 워크숍이 주를 이룬다. 부천시민대학은 국비로 진행된 1도시 1특성화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이 단절되자, 부천시가 전액 지원을 하고 있는 일반 시민대상의 직접 프로그램이다. 

처음부터 종합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동네의원에서 진단하고, 종합병원으로 가야 할 처방전이 있는 경우에 가는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시민들에게 생활권 중심의 교육기관에 먼저 참여할 것을 권고해 보지만 일단 시민학습원에 나오기 시작하면 부천시민대학은 마치 블랙홀처럼 잘 빠져나가지 않으려 한다. 

하는 수 없이 트랙별로 제한을 두어 중복 수강을 막고 있고, 구청이나 동 단위의 프로그램으로 재배치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부천의 지역 평생교육 체계 형성 과정에는 30여 년의 역사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1979년부터 시작되어 2002년 평생학습도시를 선정하기까지 20여년, 평생학습도시 선정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평생학습도시 선정 이후 시민의 평생학습 생태계가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해졌는지, 건강하고 풍요로운지, 지역사회 내에서 평생학습의 길이 막히지 않고 잘 흘러가고 있는지, 시민들이 원하는 방식과 시간과 장소에서 자발적인 학습모임이 형성되고 있는지, 학습모임이 학습동아리로 발전하고 학습동아리가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기여하는 방식으로 진화·발전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시기이다. 부천시 평생학습 희망시계는 그간의 성장과정을 발판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자체의 시민교육이 풀뿌리 시민교육에 미치는 영향 

 

현재 필자가 하고 있는 일은 부천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경험, 즉 생활세계의 재구성이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삶, 좀 더 나은 ‘나’에서 좀 더 나은 ‘우리’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학습의 디자인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평생학습을 통한 지역의 사회적 자본 강화이다.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여 지역사회의 힘, 지역력, 시민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명제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평생학습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자격증을 따는 직무기술 향상 교육에 많은 사람이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국가나 시의 예산이라는 공공재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떻게 공익성과 공공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디자인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취미와 여가마저 국가나 지방정부가 대량 지원하는 현실에서 과연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교육의 내용과 질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원자화된 시민과 개인을 무슨 수로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 문제해결의 중심에 세울 수 있을까? 시민의 참여로 지역을 바꾸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영국의 공익 싱크탱크 ‘영 재단(The Young Foundation)’의 벤처 프로젝트인 ‘더 유(The U)’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역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 시빅코어(civic core, 참여핵심)라고 부를 수 있는 시민의 비율은 어느 지역사회를 막론하고 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참여하는 시민의 저변 확대보다는 원래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의 활동 강도만 높아진다는 결과를 의미한다. 이 5%를 위한 후속 프로그램과 학습의 길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수강생으로 인연을 맺었지만 지역사회를 알고, 학습동아리를 만들고,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면서 지역사회 인력으로 성장하고, 지역사회로 환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무료 학습 배달제나 시민제안 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민강사, 학습매니저 등 다양한 학습형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일과 학습, 놀이와 복지 등이 연계되는 것도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지역의 사회적 자본이 축적될 수 있는 좋은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마을의 귀환이라고 할 정도로 전국에 마을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고, 2007년부터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바람이 불고 있다. 또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였던 2012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가히 ‘사회적 경제 시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연대와 협력, 개방을 기치로 내걸고 정부 2.0, 3.0, 4.0으로 분화되면서 거버넌스도 새로운 공공재로 거듭나고 있다. 평생학습을 통해 사회적 자본이 축적될 수 있는 적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 사람 만들기를 위한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식의 교육에 어떻게 민주시민성을 탑재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그 지점에서 지자체와 풀뿌리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와 협력은 빛을 발한다. 앞서 말했듯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지자체의 시민교육이 거대공룡조직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많이 하는 지역의 경우, 이런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상생의 길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행정은 직접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자발적인 시민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는 참신한 기획력과 자발성으로 파트너십을 이루어야 한다. 행정의 속도는 1년 단위로 빠르게 질주한다. 이에 반해 풀뿌리는 느리게 흘러간다. 그렇지만 항상 방향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이 균형관계가 흐트러지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가장 아쉬운 점은 시민교육 프로그램이 일정하게 패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행처럼 퍼진 프로그램의 중심에 접근하다 보면, 기관의 철학이나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기관의 열악한 재정과 잦은 실무자의 교체를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문제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 진정성이 있어야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기관과 실무자의 성장, 학습자의 성장이 골고루 촉진되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이 지역을 바꾸는 선순환 구조는 행정과 민관이 협력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하고도 쉬운 방법이다.

 

에릭 홉스봄이 말했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한 개인의 생애를 수직적으로(lifelong), 수평적으로(lifewide) 지역사회 안에서 통합하는 일련의 시민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시민교육이고 저것은 평생교육이다.’ 라는 구분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으로 곳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시민교육에 대한 필자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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