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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민주주의 기원을 말하다

책, 민주주의 기원을 말하다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논쟁

글  장동석 (출판평론가, 『기획회의』 편집주간) / 
9744944@hanmail.net


광복 70년, 격동의 세월이 없지 않았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생명마저 내놓고 독재에 항거했던 선진(先進)들의 헌신이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고, 그 위를 백가쟁명(百家爭鳴)하며 다양한 민주주의 이론이 피어났고 민주주의 진화를 추동했다. 사실 민주주의는 하나의 정의로만 수렴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기반으로만 발전하는 제도이자 가치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논쟁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가져왔다.  



『민주주의』(책세상)는 ‘민주주의’를 전공한 소장학자의 책으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민주주의 역사를 소상히 살핀다. 180쪽의 작은 분량이지만 민주주의의 핵심, 즉 인민 혹은 시민의 의미를 다시금 조명하는데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민들의 역할에 주목한다. 근대 혁명으로 마련된 민주주의 기틀이 어떻게 제도화되는지, 그런가 하면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 파시즘 같은 시대착오적 가치들을 가감 없이 비판한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적 표준이 된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한다. 『민주주의』가 속해 있는 ‘비타 악티바 시리즈’의 『자유』, 『공화주의』, 『헌법』 등과 함께 읽으면 민주주의에 대한 알찬 독서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수수께끼』(후마니타스)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잘 모르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원을 살핀 책이다. 역사적 기원을 살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얼마나 다른지를 소개하고 있어 오히려 민주주의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 교수인 존 던은 고대, 그것도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된 정치체제인 민주주의가 근 2000년 동안 사라졌다가 근현대에 들어와 다시 꽃 피우게 된 사실에 주목한다.

실제로 제한적이나마 민주주의를 실천했던 고대 몇몇 나라 혹은 도시국가에서 ‘데모크라티아’, 즉 민주주의라는 이름은 아테네 등 특정 도시국가나 정치집단에 대한 비아냥거림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의 문제제기가 단지 민주주의의 시초가 비아냥거림에서 시작했다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민주주의가 시민의 자율적인 참여와 연대에 기반하고 있지만, 근대의 민주주의는 광범한 대중 동원, 즉 대의제 모델에서 시작했음을 비판한다. 노동조합 운동과 대중정당의 출현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결국에는 정치인에 의한 지배의 논리로 귀착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평화와 번영, 정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한 체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민주주의의 새로운 측면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후불제 민주주의』(돌베개)는 어엿한 글쟁이로 자리매김한 유시민이 한국의 민주주의 기원을 살피면서 헌법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에세이다. 유시민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불제 민주주의’로 규정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얻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고, 때문에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보 아닌 퇴보의 길을 걷는 것은 헌법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라고 유시민은 강조한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추구하고 준수해야 할 가치와 규범”이 헌법의 조문에 가득함에도 그 가치와 함의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증하기 위해 유시민은 정치인으로서의 경험, 자연인으로 돌아와서 보게 된 정치 현실 등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우리 모두가 헌법에 눈을 떠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시민의 불복종』(은행나무)에서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쓴 바 있다. 법 자체가 사람들을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들 수 없다는, 인간 본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라는 체제와 헌법의 가치는 날마다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그 기반에서만 인간이 인간되게 하는, 모든 것의 자유와 평화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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