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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주체를 삶의 주체로 만들다

 배움의 주체를 삶의 주체로 만들다

민주주의 수업 들여다보기 

글  이동욱 (숙지고등학교 역사교사) / uktiger1@naver.com

 

학생들은 이제 ‘똑똑한 성인’이 되기 위한 날갯짓을 해야 한다. ‘똑똑한 성인’이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주인이자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기 생각을 주장과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밝히면서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며, 서로 무엇이 옳은 것인지 토론함으로써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사람을 말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매우 익숙한 용어이자 개념이지만, 막상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받으면 순간 머뭇거리게 된다. 역사교육자로서 학생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정의 내린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이 그 존엄성을 인정받고 존중받도록 사회 구성원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만들어가는’ 시스템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바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우리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문제가 있으면 우리가 고쳐야 한다. 다시 말해 ‘고치는’ 또는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교사와 학생 자신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목적은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데 둔다. 이는 ‘education’의 어원인 ‘educere’가 ‘(학생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올해 역사 수업에서는 수업(授業)을 ‘지식이나 기술(業)을 전수(授)’하는 일이 아니라 ‘문제(業) 제기(授), 또는 과제(業) 부여(授)를 통해 학생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만드는 작업’으로 규정하였다. 다시 말해 수업은 곧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인 것이다. 


모둠 토론 장면: 제공된 주제별 워크시트를 개별적으로 읽고 토론 발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기록한 다음, 이를 토대로 모둠 구성원들과 함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주제별 첫째 차시에 해당한다. 

수업의 기본 메커니즘은 ‘읽기 → 생각하기 → 쓰기 → 발표하기 → 토론하기 → 생각의 재정립’으로 설계하였고, 형태는 토론 형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한 주제당 2차시로 진행하고, 첫째 차시는 모둠별 토론, 둘째 차시는 두 입장이 서로 마주 보도록 책상을 재배치하여 전체 토론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 모든 과정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학생 스스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기 생각을 정립하는 것’으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다.

토론 주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학생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를 성찰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예를 들면 ‘중앙집권화와 영토 확장을 성장 또는 발전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당시 일반 백성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고려 왕조의 성립은 지배 세력의 교체에 불과한 사건이었을까? 아니면 백성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데 기여하는 사회 변화에 해당하는 사건이었을까?’, ‘과거와 같은 문관 중심의 관리 채용 시험 제도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을까?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을까?’라는 토론 주제를 제시하는 식이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구조에 정면으로 저항하여 쟁취한 철학인 동시에 시스템으로 그것을 영위하는 사회에 따라 진보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 국가로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삶 그 자체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교육 현장의 교육자로서 학생들과 함께 더 나은 민주 국가를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전체 토론 장면: 모둠 토론을 거치고 나면 두 입장의 학생들이 서로 마주 보도록 책상을 재배치하여 전체 토론을 진행한다. 이 때 사회자 2명이 A, B 각 입장에서 도움을 주고, 서기 2명은 토론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을 학생들이 수업일기에 작성할 수 있도록 판서한다. 수업이 종료되면 학생들은 수업 과정을 통해 각자 최종적으로 정리한 자신의 생각을 수업일기에 기록한다. 전체 토론 때마다 학급별로 요구되는 발표 인원수는 25명 이상(학급당 학생수는 보통 33명이다)이고, 이 시간에 작성되는 수업일기는 학기별 총점의 60%에 해당하는 수행평가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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