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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 모순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

오성숙 참교육학부모회 전 회장, 고문 / dandelions@sen.go.kr

학교교육 변화 위한 학부모와 학생의 역할
학부모, 학생, 시민이 교육의 주체로 바로 서야

한국사회 민주화의 퇴행에 대해 학교교육은 어떤 식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인간은 가정 속에서 부모의 양육 아래 자라나고, 학교 교육을 통해 교육받고 성장하며, 사회 속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사회적, 정치적으로 역할하게 된다. 따라서 한 인간이 올바른 민주의식을 지니고 주체적 삶을 영위하는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제각기 각자의 영역에서 올바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교육에만 오늘날 한국사회 민주화의 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교육 속에서도 교사들만의 노력으로 오늘의 파국으로 치닫는 학교교육 및 공교육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교육이 전인교육을 포기하고 살인적 양육강식의 경쟁교육으로 치닫게 된 데에는 이를 강요해온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역할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진정한 민주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학교교육,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주체들의 역할 변화가 요구된다.

1990년대 중반 5.31교육개혁안이 발표되면서 학부모들의 학교참여의 길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했다. 1950~60년대 치맛바람으로 통칭하던 부유층 학부모들의 학교 출입과 학교 뒷바라지 활동에 머물지 않고, 학교운영의 주요 사항을 학교장, 교사, 지역인사가 함께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법적인 심의기구로 도입되면서 학부모대표가 학교운영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학교운영위원회도 역시 시간적·경제적 여유 계층 학부모들의 참여의 장으로 고착되어 갔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장의 학교운영을 합리화해 주는 기제로 변질되었다.

학부모가 만들어가는 실천 사례들

참교육학부모회
한국 교육사에서 학부모의 올바른 역할을 제시한 것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이하 참학)로부터 시작되었다. 참학은 전교조 교사의 복직운동, 교사 촌지 안 주기 운동, 자녀에게 과외 강요 안 하기 운동, 학부모의 민주적 학교참여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법제화 운동을 벌였다. 동시에 학부모 스스로 자녀와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교육 강좌 등을 개설하며 전국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정부 아래서 탄압받는 전교조와 함께한 연대투쟁을 통해 각인된 강한 반정부투쟁단체 이미지 속에서, 대다수 학부모들의 정서와 이해에 부응하는 대중적 의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대중적 학부모운동으로 전화시켜 나가지 못함으로써 학교 밖의 진보적 학부모운동으로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풀뿌리 교육운동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는 교육자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역 시민들에 의한 풀뿌리 교육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교육희망네트워크, 함께배움, 혁신학교네트워크, 청소년카페협의회 등 다양한 교육운동 단체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생겨났고, 최근 협동조합운동이 주목받으면서 삼각산고등학교, 독산고등학교, 영림중학교, 국사봉중학교 등에서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학교 매점을 운영하는 학교협동조합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 참교육학부모회의 학부모포럼과 여름연수

진정한 민주사회 위해
올바른 학교교육,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주체들의
역할 변화가 요구된다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모델, 마을학교 주민 참여 운동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지역의 아동, 청소년 교육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과 더불어 본격화되었다. 이전에도 지역사회에서는 매해 수천 명씩 학교를 중단하고 학교 밖으로 나오는 청소년을 어떻게 보호, 교육할 것인지가 현안과제로 등장하고 있었다. 정규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학생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대안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대안학교는 별다른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사부담에 의존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 확산되기 어려웠고, 대다수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시설이 거의 전무한 형편이었다. 제도교육이 이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서울 및 전국 곳곳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의 공간, 쉼터, 휴식공간을 지역사회 스스로 만드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또한 방과 후 학교에서 풀려난 아이와 청소년들에게도 학원만이 아닌, 휴식과 놀이공간을 제공해주자는 데에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다. 이에 학부모와 시민은 2012년 서울시장 선거기간 중 박원순 시장과의 교육단체 협약식에서 ‘방과 후 및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휴식 및 교육 공간(일명 청소년카페)을 제공하는 등 지방자치단체가 교육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하였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교육운동단체와의 지속적인 논의 속에서 2015년 3월, ‘교육도시 서울플랜’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교육청에만 맡겨두었던 교육의 기능을 이제는 지자체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선언이었다.

학부모와 학생, 시민이 만들어낸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2012년 학생인권조례는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의회를 통과하여 탄생되었다. 일찍이 김상곤 교육감이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어 2010년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었고, 2011년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곽노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발의했으나, 서울시의회에서 거센 논란에 부딪쳐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인권단체 활동가 및 시민, 학생,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서울시민 청원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주민이 직접 조례를 발의하기 위해 서울 전역에서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결국은 10만 서울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학생인권조례안을 발의시키는 데에 성공하였고,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학교현장에서 억눌려 있는 학생 인권을 회복시키겠다는 인권시민운동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발효됨에 따라 2015년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교육센터’를 개설하고 학생인권옹호관직을 새로이 신설하여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교육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1년 광주시교육청, 2013년에서 전북교육청에서도 제정되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각성하고 있는 학부모와 시민들의 참여운동
비극적으로 수백 명의 학생들을 수몰시킨 세월호 사건은 이 땅의 학부모, 학생들을 일거에 각성시킨 거대한 원동력이 되었다. 아이들이 무참히 희생된 그 대가를 치르고서야 전국 각지에서 진보교육감이 탄생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역사의 비참한 아이러니라 할 것이다. 이들의 참사 속에서 애끓는 부모의 마음들이 모여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세월호 추모 집회와 연대 행동을 이끌어냈고, 이에 동참한 마음들이 모여 민주사회를 위한 공동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우리헌법 읽기 운동(손바닥 헌법책 읽기)
‘손바닥 헌법책 읽기’ 운동은 학부모와 시민들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을 염려하며 전 국민 헌법 읽기를 통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이해하고 향유하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지키기 운동이다. 서울시의 교육 정책과 사업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희망을 담은 교육도시 서울 선언을 이끌어내기까지 주도적으로 활동해온 활동가들의 SNS 공간인 ‘교육도시 서울 카톡방’에서의 토론과 대화 속에서 손바닥 헌법책 읽기 운동의 아이디어가 창출되었고, 이는 곧바로 짧은 시간에 주위로 확산되며 실천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심을 가진 몇몇 활동가들이 모여 손바닥 크기의 헌법해설서를 만들어냈고, 헌법 정신에 따라 행동하며 민주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각 부문 사회운동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을 기치로 내세운 교육시민단체의 태동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퇴행해 갈수록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커진다. 이를 반영하듯 2016년 3월 26일 본격적인 민주시민교육을 지향하는 학부모. 시민단체가 창립되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이사장으로 세운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학생, 학부모, 교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민주시민교육과 문화예술교육, 각종 정책 개발과 간행물 발간 등을 통해 민주시민 정치교육을 활성화함으로써 빈사 상태에 빠진 한국의 민주주의를 살려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학생이 주도하는 활동 사례들

학생들에 의한 최초의 대입경쟁교육 반대 촛불집회
2005년 5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내신등급제 대입입시 제도에 대한 반대’의 기치를 내걸고 광화문에서 촛불시위가 시도되었다. 학생들 사이에 집회 참가를 권하는 문자메시지가 확산되는 데 당황한 당국은 수천 명의 경찰병력 및 교사들을 집회장에 대비시키고 이를 막아보려 했으나, 학생들의 시위 자체는 막아낼 수 없었다, 이는 그간 교내에만 머물러 있던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와 최초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권리인 집회, 결사의 자유를 행사함으로써 한국사회 입시경쟁교육에 대한 반대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출했다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급식에 미국산 쇠고기 사용 반대, 촛불 집회 학생 참여
학생들의 미국산 쇠고기 사용 반대 촛불 집회 참가는 한국 사회, 우리 교육 문제에 개입하고 발언하려는 학생들 스스로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시작되고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후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빈번하게 촛불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에 반대하여 소녀상 지키기 행사에도 참가하는 등 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가로막던 금기가 차츰 깨지고 있다.

한국교육의 변혁을 외친 ‘희망의 우리 학교’
이제는 더 이상 기존의 입시경쟁 학교교육에 순응하지만은 않겠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학교를 뛰쳐나와 제도교육을 비판하는 광화문 1인 시위 등을 시작했다. 이후 학생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학교를 만들고 학생이 교 사가 되어 운영하는 ‘희망의 우리학교’가 만들어졌다. 그들은 스스로 학 생을 모집하고 함께 공부하면서 학생을 짓누르고 왜곡시키는 기존 교육 을 반대하고 자신들의 삶을 개척해나갈 것임을 선언하면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시민의지 발현으로 변화하는 교육환경

우리 국민이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루어낸 정치적 민주화,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려야할 기본 권리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피땀 흘려 쟁취한 정치적 제도적 민주주의의 형해화(形骸化) 현상을 저지하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보장에서 나아가 경제적 민주화로까지 진전시키기 위한 길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교육에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교육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지금의 왜곡될 대로 왜곡된 한국교육의 병폐들을 끊어내지 않고는 우리 삶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자각과 새로운 교육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입시경쟁교육으로 학생들을 억누르고 짓밟아온, 비인간화·비민주화를 강제해온 한국교육이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다고 본다.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는 청년들, ‘흙수저’들의 기약 없는 알바인생, 희망 없는 청년세대의 애달픔으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와 한국교육의 모순들이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로 하여금 반기를 들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싹들은 이제 도처에서 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는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시민의지들이 발현될 때 진전되어 갈 것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민주화된 한국사회를 이루어내기 위해 조그만 참여를 통해 인간적인 삶의 모형들을 창출해내고 확산시키면서 자신과 이웃의 삶, 우리 사회의 변혁을 모색해가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다. 그 속에서 희망의 빛을 본다.

희망 없는 청년세대의
애달픔으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와
한국교육의 모순들이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로 하여금
반기를 들도록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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