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대(당시 41세)
- 1988년 9월 기아산업 노조 대의원 당선
- 1989년 1월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동료대의원 해고자 복직, 임금인상 쟁취, 노조민주화를 위해 헌신.
- 1989년 3월 25일 복직·임금인상 쟁취을 위해 투쟁, 노조 민주화를 위해 헌신. 그러나 어용노조위원장 독단으
로 임금협상 타결하고 동지를 해고함.
- 1989년 7월 3일 오전 11시 40분 노조 사무실에서 부당해고에 항의하여 분신
- 1989년 7월 17일 운명(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서 추모주간 분향소 설치)
이종대 동지는 삼천리 자전거 이래로 기아산업에 20년간 몸담아왔으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결근은 물론이고 그 흔한 여름휴가 한번 가지 못하고 땀흘려 일해
왔으며 몸이 아파 조퇴했다가도 기계가 고장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대로 달려나갈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민주노조를 만들려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대의원으로
나서서 활동했으며 회사와 조합측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앞장서 왔었다.
89년 들어서 회사측의 폭압적 탄압이 계속되었고, 노조 위원장에 출마했던 배재정씨를
이력서 누락기재를 이유로 해고통보를 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조위원장
유호영은 조합원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임금협상타결을 했으며, 이종대 동지가
휴일에 특근을 했다는 명목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7월 3일 해고통보를 하였다.
이에 그는 해고의 부당성에 항의하며 노조사무실에서 “나의 희생을 끝으로 더 이상
부당해고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라는 피맺힌 절규를 남기고 분신하였다.
동지를 생각하며
<서울지역 노동조합 협의회 성명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노조탄압, 투쟁으로 분쇄하자!! 또 다시 한 노동자 동지가
죽음의 길을 며칠 앞에 두고 걸아가고 있다. 7월3일 낮12시10분경 기아산업
생산계획실에 근무하던 이종대 열사가 회사측의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여
온몸에 신나를 뿌리고 분신한 것이다. 이종대 열사는 노조대의원으로 평소
어용노조 민주화에 전심전력을 다하던 분으로서 이를 눈의 가시처럼 여긴
회사측에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동지를 해고한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다.
빈털털이에 오직 몸뚱아리 하나뿐인 우리 노동자들과 가족들에 있어서 해고는
곧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직장에서 쫓겨나면 달리 생계를 이을 방도가 막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에게 생사존망이 달린 해고를 기업주들이 노동운동
탄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번 이종대 열사 해고의 경우도 민주 노동자세력을 기아산업 내에서 압살하고
어용노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회사측의 악랄한 술책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기아산업은 수십년간 어용노조를 유지시켜 오면서,
노동자의 이익을 올바로 대변하는 ‘노동조합’ 본연의 임무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헌신적인 노동자들을 해고해왔으며 그로써 노조민주화를
묵살하여 기아노동자 전체를 억압해 왔다. 이번 이종대 열사 분신사건의 경우도
기아산업 노조 현 집행부가 보여준 태도는 철저히 반노동자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회사측과 야합하여 징계위원회에서 이종대 열사의 부당한 해고에
도장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이에 흥분하여 항의하는 열사에게 오히려 폭력을
행사하며 분신을 조장 내지는 방조하였다. 또한 분신 이후에도 가족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열사가 입원한 병원을 점거하고 병원주위를 공포분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현 집행부의 어용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여
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경찰은 7월4일 8시40분경 병력을 동원하여
병원정문을 봉쇄하고 열사를 간호하던 가족과 동료 47명 전원을 광명경찰서로
연행해 갔으며 현재도 정문을 지키며 동료 노동자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이 노사문제에서 편파적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적인 일이지만 공공기관도
아닌 병원의 출입을 특별한 사유없이 통제하는 것은, 개인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제한이며, 주거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며,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이며,
전 노동자에 대한 도발행위로 단정짓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이번 이종대
열사의 분신과정에서, 그리고 현재 가족과 주변 동료에게 가해지는 억압속에서
회사와 어용노조, 그리고 경찰이 삼위일체가 된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발견한다.
회사측은 이종대 열사의 분신에 대한 책임을 시인하고 전 노동자앞에 사죄하라!
그리고 해고된 모든 조합원을 즉각 복직시켜라! 유호영 현 어용 집행부는 죄과를
반성하고 즉각 사퇴하라! 경찰은 즉각 병원에서 철수하라! 그리고 이번 사태가
공정하게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아울러 지금의 대동화학,
태우교역, 대우조선 등에서 보여지듯이 공권력을 남용한 마구잡이식 노동운동 탄압에
대해서도 우리는 모든 조직역량을 동원하여 가열차게 투쟁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1989. 7. 5. 서울지역 노동조합 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