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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09 서울 민주시민아카데미 제4강 진행

2009 서울 민주시민아카데미 제4강 진행

2009 서울 민주시민아카데미 제4강 진행


민주화 30년 그 역정-어록으로 본 1970년대
_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사회수석비서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9월 17일(목) 저녁 7시 `2009서울민주시민아카데미` 제4강을 개최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올바른 사회읽기` 주제 중 이 날은 `민주화 30년 그 역정`이라는 주제로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사회수석비서관의 강의가 있었다.

 

민주화라는 무거운 화제를 꺼내며 그는 `민주화는 자기 자신이 자기 운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문을 떼었다. 
3선개헌반대운동, 10월 유신반대운동 등도 모두 내가 내 자신의 운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우리를 지배하고 통치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정치적인 민주화운동이었다는 설명이다. 
노동자들이 타율적이고 종속적인 삶으로부터 벗어나 노동자도 인간이며 인간으로서 권리를 외칠 수 있음을 드러내려는 노력 또한 민주화운동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민주화운동은 스스로가 운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집요한 노력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풀어내는 생생한 민주화 운동의 실화들은 듣는 이의 귀를 쫑긋 모으게 했다.
유신정권의 최초의 희생자인 최종길 교수의 억울한 죽음과 그 사건이 규명되기까지 걸린 오랜 고통의 세월에 대한 얘기, 자칫 사형까지 언도될 시인 김지하의 재판을 연기하려 재판부기피신청을 묘안으로 짜냈던 일 등은 사건의 절박함과 암담함을 느끼게 했다.
김근태 씨의 모두진술권 얘기도 가슴을 먹먹케 했다. 고문한 흔적을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상처에 앉은 딱지를 떼어 변호사에게 전해주려다 좌절되고, 증인채택과 증거보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정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조항을 샅샅이 뒤진 끝에 모두(冒頭)진술권을 얻어냈던 것이다. 모두진술권을 얻어낸 김근태 씨는 고문 받은 내용을 시각 시각별로 절절히 토해내 듣는 사람들을 울렸다고 한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의 진술 테이프에 얽힌 얘기도 흥미롭다. 변호사와의 면담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면 김재규가 사심에 의한 즉흥적인 행동이 아닌 번민과 고뇌 끝에 한 일이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고 전했다.

 

민주화운동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삶 자체가 곧 민주화운동의 역사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김영삼 정부시절에 지방자치제를 실행함으로써 제도로써는 완결됐다고 보지만 민주화는 되었어도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민주화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왔기 때문에 세계를 보는 눈은 부족하지 않았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민주화가 된 후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우리 사회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문제에만 집착하고 내일 어디로 가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개인의 창의를 보장해 주는 사(私)적인 영역과 함께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끌어안아 주는 공(公)적인 영역, 이 둘이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년이 이념과잉 시대, 조국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국가, 사회, 이웃에 대한 생각들이 엷어진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며, 인간의 성숙과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의 성취가 동시에 같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