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전망 24호
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소장 정근식 서울대 교수)가 발간하는 [SQ]기억과 전망[SQ] 24호에는 특집 논문 3편, 일반 논문 4편, 기억과 증언 2편, 서평 2편 등 총 10편의 글이 수록되었다. 이번 호는 ‘민주화운동 단체들에 대한 정치사회학적 고찰’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1970~1990년대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주요 영역과 단체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하는 중기 계획의 일부이다.
특집의 첫 번째 논문은 19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 진영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였던 이른바 ‘민족해방운동계열’이 주장했던 민주대연합 전략의 발생 배경과 역사를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정치조직 논쟁이라는 주제로 고찰했다. 이창언(연세대)은 이 단체의 통일전선전략이 1980년대 중반 이후 주요 전략으로 부상하여 현재에도 중요한 위치를 고수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영수(경상대)는 1990년 1월에 출범하여 1995년 12월에 해산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의 선거 투쟁과 정치세력화의 문제를 노선 투쟁의 분화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했다. 최인이(충남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직 성격, 운동 전략, 이데올로기 등을 비교 분석했다. 필자는 이 글에서 각 노총 내의 의사소통 방식, 국가와의 대면방식 등을 비교하면서 협조적ㆍ실리적 조합주의와 반신자유주의 노선 사이의 차이점을 분석적으로 밝혔다.
‘일반논문’은 주로 민주화의 정신과 사회적 변동과의 관련성을 다루고 있다. 먼저 박수현(민족문제연구소)은 “한국 민주화와 친일청산 문제”를 통해 독재정권 및 민주화 과정에서의 민족문제를 친일청산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이 글은 친일청산을 민주적 가치로 이해했는데, 친일청산이 민주화운동의 주요 현안이 되지 않았고, 민주화 이후에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접근되었던 이유를 규명했다. 최치원(고려대)은 “한국민주화운동의 이념사에 나타난 사회정의의 이해”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지향을 탐색하는 하나의 토대를 마련하려 했다. 그는 정의의 담론과 가치가 민주화 과정에서의 정의의 이행 또는 이행적 정의의 문제에서 민주화 이후의 사회 성격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제시했다. 홍순식(고려대)은 “미디어의 진화와 정당의 변화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서 정당의 인터넷 수용태도와 정당 목표 및 정당조직을 결합하여 유형화했다. 오찬호(서강대)는 “대학생들의 자기계발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응”을 통해 시간강사, 타임오프제, 교내 환경미화원 문제 등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식과 가치 그리고 행동 정향을 살펴보았다.
‘기억과 증언’란에는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의 “전국노동조합협의회를 중심으로 본 민주노조운동”과 이창한(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의 “1970~80년대의 농민운동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창립”이라는 글이 수록되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노동과 농민 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했던 만큼, 조직, 활동, 열정, 지향, 의의, 바람 등을 담은 글로 평가된다.
한편 ‘서평’란에서는 이만열(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3년에 걸쳐 출간한 [SQ]한국민주화운동사[SQ] 1~3권(돌베개, 2008-2010년)을 “한국민주화운동사 연구의 이정표”라는 주제로 평가했다. 이 서평은 단순함을 넘어 한국민주화운동의 핵심적 의미와 성취 그리고 향후 논의의 필요 지점 등을 정확하게 짚어주어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