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호 제10차 개헌 논의 무엇이 문제인가
제10차 개헌 논의, 무엇이 문제인가?
박재창 (한국 외대 석좌교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이대로 간다면 이번의 개헌이 2018년 6월의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보다 더 심각한 과제는 지금 같은 양식과 내용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된다면 설사 개헌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적인 수요를 반영하는 헌법이 될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번의 제10차 개헌은 과거의 개헌과 여러모로 그의 정당성 근거를 달리한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불러온 “촛불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촛불민주주의가 “광장” 을 통해 주문한 것은 단순히 박근혜 정부의 퇴진만이 아니었다. 연인원 천만 명 이상이 광장에 나가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직접 요구한 것은 대의제의 실효성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던 탓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는 박근혜 정부의 몰락 이전에 이미 “탄핵”된 것이나 같다.
지금처럼 개헌논의가 여의도 정치권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사회적 담론으로 성숙되지 않는다면 이를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작업이고는 말할 수 없다. 그나마 지금처럼 국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나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같은 시민사회의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런 운동의 소산이 공식적인 헌법개정과정과 제도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국민총의의 실질적인 반영은 쉽지 않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정부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제 거버넌스 기구의 설치를 통해 국민의 총의와 전문가적인 판단을 융합하자는 것이 헌법개정국민회의를 주문하게 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헌법 초안은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참여형 국정운영체제를 고안하는 양식으로 내용상의 변화를 추구할 것이 요구된다. 수평적 권력분립을 보완하는 장치로 국민소환제도, 국민발안제도, 옴부즈만제도, 초광역 자치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같이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서 수직적 권력분립에 주목하는 장치를 개발해서 도입해야 한다. 이는 헌법 자체의 개정과정에서도 같다. 헌법개정국민회의 같은 사회운동형 협의제 민주주의 제도의 도입을 통해 시민사회의 주동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의 개헌작업이 보다 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는 헌법 전문의 내용 구성에 있다. 관행적인 안목에서 벗어나 보다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면 지구화 시대로 상징되는 후기근대의 인류문명은 이제 근대 헌정주의 헌법이 상정하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구시민사회와 연동하여 작동하는 국가권력의 운용양식을 개발, 반영하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경우 개헌과정에서 지구시민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은 당연한 이치다. 유입 이민자와 송출 이민자 문제, 국가 간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와 공영을 지향하는 일,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인권과 생태주권을 보호해야 하는 일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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