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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이슈와 전망(Online)

[학술펠로우 해외 민주주의 리포트]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의 개발 정의와 민주주의

[학술펠로우 해외 민주주의 리포트]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의 개발 정의와 민주주의


[학술펠로우 해외 민주주의 리포트]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의 개발 정의와 민주주의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의 개발 정의와 민주주의 
- 서파푸아인들의 개발·환경 정의를 향한 투쟁
이슬기 (외신 프리랜스 기자)

한국 시민사회가 ‘인도네시아령 파푸아’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 팜유 생산국이다. 한국 시장을 포함해 전세계에 유통되고 소비되는 팜유의 상당 부분이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 공적 자금과 기업 투자로 인해 천연 원시림 생태계가 파괴되고 원주민의 인권과 토지소유권이 침해당하고 있어 한국 해외투자 역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령 파푸아는 지역 선주민들이 ‘빼앗긴 땅에 한국 팜유 농장이 들어선’ 곳으로 수출입은행 등 한국 공적금융기관의 융자를 받아 조성된 팜유 농장이 외신 보도와 환경단체 성명에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2021년 현재, 인도네시아령 파푸아 지역과 관련한 뜨거운 현안은 크게 세 가지다. 비민주적인 2021 파푸아주 특별자치법 개정, 파푸아 활동가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과잉진압과 불법체포, 팜유 농장을 둘러싼 개발·환경 정의 문제다.
파푸아주 특별자치법(Undang-undang No.2/2001 tentang Otonomi Khusus Bagi Provinsi Papua)은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수성과 이에 따른 경제적 저개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 지역을 특별자치지역으로 지정하고 개발정책을 수립할 목적으로 2001년 제정되었다. 2021년 7월, 이 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2001년 파푸아의 낙후된 인적·물적 자원 인프라에 맞춘 특별 자치 예산 편성과 파푸아 자치 개발 정책 수립을 규정한 법의 기본 골자가 사라지고, 개발의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결정이 강화하는 내용으로 교체되었다.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에서는 즉각 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파푸아 주도 자야푸라에서는 23명의 대학생이 이 과정에서 체포되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40명이 체포됐다.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파푸아 특별자치법의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7월 14일부터 8월 16일까지 자카르타, 자야푸라, 소롱, 야후키모 등 여러 도시에서 열렸다.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군경에 의해 자행된 파푸아인들에 대한 인권침와 과잉진압, 인종차별적 폭력은 불처벌(impunity)의 역사적 뿌리가 깊다. 정부 씽크탱크인 인도네시아 사회과학원(Lembaga Ilmu Pengetahuan Indonesia)에서는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에서 오랜 시간 만연한 인권침해, 파푸아인들에게 자행되는 과잉진압과 인종차별적 폭력의 배경으로 불처벌과 독립적인 진상조사의 부재를 꼽고 있다. 인도네시아령 파푸아 지역 분쟁과 갈등에 대해 인도네시아 시민사회와 연구자들이 꼽는 큰 문제 네 가지는 소외와 차별, 개발 실패, 국가폭력, 파푸아의 정치·역사적인 지위이다. 특히 개발실패와 관련해 파푸아 지역의 관습적 토지소유권 침해 문제와 외국기업의 팜유 농장에 반대하는 파푸아인들에 대한 강압적 조처,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하여 삼림파괴 문제 등 국제법, 인권, 환경 문제 현안들이 한데 얽혀 있다.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의 민주주의는 개발정의와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인도네시아 사회과학원은 지난 수십년간 벌어진 파푸아인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관련 특별법과 예산을 갖춘 전담 ‘진실위원회’의 설립을 촉구한 바 있다. 개별 사건에 대한 법적 처벌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적 맥락을 두루 살펴보고 문제의 뿌리를 드러내 해결하는 총체적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군경에 의한 인권침해와 대규모 국가폭력 사건들에 대해 파푸아인들이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구조적인 인권침해와 국가폭력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여오는 인프라 개발정책과 국내외 투자 자금은 또다른 부패와 폭력을 부르고, 지역 자치의 뿌리를 흔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인들은 인권과 지역 자치에 대한 요구를 분리독립운동과 같은 것으로 해석해 온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정치 엘리트들을 향해 ‘인권은 인권이다’라고 외치며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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