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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청년의 젠더의식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37호 청년의 젠더의식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37호 청년의 젠더의식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청년의 젠더의식을 묻지 마시고

오늘날 젊은 세대 사이에서 ‘페미니즘’이 이다지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대 후반과 20대 초중반 여성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종류의 ‘페미니스트’ 정체성이 발현되고 있고, 이러한 기류에 정반대로 맞서는 ‘안티-페미니스트’의 흐름 역시 곳곳에서 눈에 띈다. 큰 화제를 모은 <시사IN>의 특집 기사에서 많은 20대 남성이 ‘반페미니즘 전사’가 되었다고 평가하는 등 ‘페미니즘’을 둘러싼 정치적 지형이 마치 성별 분할선을 따라 그어져 있다고 보는 상상도 만연해 있다.

 

개인주의의 도덕적 이상

‘요즘 애들은 너무 개인주의적’이라는 볼멘소리는 시대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한국에서 대체로 개인주의는 젊은 세대의 부정적인 특성을 강조하기 위한 용법으로 주로 사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최근으로 치면, 출생율이 떨어지는 이유도, 회사에서 조기에 퇴사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도, ‘남녀 갈등’이 유난히 심한 것도, 그 이유를 ‘자기만 아는’ 청년의 특성으로 환원해버리는 식이다. 이러한 논의의 바탕 위에 젠더 문제를 놓는다면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게 될까. 우리는 젠더가 마치 과거의 신분이나 계급·계층과 마찬가지로 개인 위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일정하게 제약하는 억압적인 구조로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개인주의자와 페미니즘 

‘자율적인 개인’의 범주 안에서 이해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각각의 개인들에게 주어진 자율성의 정도와 억압의 형태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 또한 곧잘 망각된다. 같은 개인주의자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자신을 잠재적인 수혜자로 인식하는 개인주의자에게 페미니즘은 자신에 대한 억압을 넘어서서 더 자율적인 개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호의적으로 정체화하지 않는 개인주의자에게 페미니즘은 오히려 자율적인 개인이라는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 ‘페미니즘-의존적’인 존재를 양산하는 ‘규칙 위반’으로 여겨겨진다.

 

이미-언제나 성별화-위계화된 세계

성별화에 기초한 제도와 문화, 사람들, 심지어 ‘개인주의자들’의 실천은 개인을 각자의 젠더로부터 분리하고자 했던, 혹은 개인을 그에게 부여된 젠더와 별개의 존재로 전제하고자 했던 개인주의적 이상이 실제로 완벽히 달성되지 못할 것을 확인시킨다. 젠더 규범으로부터 멀어짐으로써 ‘탈전통적인 젠더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젊은 개인주의자들마저도 성별 이분법이라는 영향력 안에서 젠더 규범을 새로운 식으로 수행하고 생산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옛날 같지 않은 요즘 젊은 애들’을 기껏 ‘개인주의’라는 오래된 언어로 포착하는 것 이상의 세대론이 가능하지 않은 하나의 이유 또한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

 

“Feminism Perfects Democracy!”

30여 년 전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중요한 구조적 억압은 독재 정부였고, 그렇기에 민주화 운동이 가장 중요한 개인들의 열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느낀다.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완성할 것이라는 구호는 오늘날 개인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억압과 규범의 자리에 젠더 규범 그리고 이와 연결된 섹슈얼리티 규범이 들어와 있음을 추론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독재 정부에 맞선 민주화 투쟁과 그로 인한 큰 성취가 영원한 민주주의를 보장한 것이 아니었듯, 오늘날 페미니즘 혹은 젠더 정치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개인의 욕망이 정말로 민주주의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아니, 오히려 민주주의에도, 개인주의에도 사실 완벽의 상태는 있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민주화 운동이 그랬듯 페미니즘을 둘러싼 운동에도 당연히 사회적 진통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이라는 기호가 점점 더 많은 담론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은 ‘요새 청년들의 젠더의식’이 어떻다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무엇을 우리에게 예고한다. 중요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 의제와 이 운동이 진전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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