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당시 62세

김성윤-당시 62세

김성윤(당시 62세)

1932년 10월 강원도 철원군 출생
1971년 택시업계에 입사
1980년 7월 상호운수주식회사 입사
1986년 12월~1992년 12월 상호운수노동조합 선거관리위원장과 고문 역임
1994년 1월 24일 오전 5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드리는 탄원서”를 작성하고 자결
추모시



<남겨진 말>


저기 눈물과 피와 땀으로 노동터 휘휘 돌아오는
거리마다 매연처럼 달려붙는 택시제도
우리들의 염원과 희망 짓이기고 있었습니다.
칼바람속에서도 63년 노동의 삶
한가닥 검은천에 실려 나부끼고 있습니다.


24년 동안
손가락질과 비난 맞받으며
허허- 허허
낮뜨거운 웃음이기도 하고
살기위해 어쩔 수 없네
숙달된 뻔뻔스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택시기사로 살아왔습니다.
63년 세월동안
그림자 처럼 들붙었던 끈적한 노동들을
거부하다 못해
외면타 못해
온몸으로 껴안고 몸부림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하여 끝내는 한덩이 되어버린
아-아 그 기나긴 노동의 세월
이젠 작별을 고할 때입니다.
5통의 유서를 다 쓴 이것으로
몸서리로 남겨진 사람들
그 피울음 속으로 살아남고자 떠납니다.


어버지의 직업이 부끄러워
비난과 손가락질에 가위 눌렸던
그 세월들에 짓눌려
미어질 듯한 가슴 열어제껴 소리칩니다.
잘못된 택시제도를 개혁하라!
택시제도 개혁하여 근로조건 개선하자!
저기 택시에 매달려 펄럭이는 검은 천으로 눈뜨겠습니다.
저기 칼바람속으로 휘-일 날아가
여러분들의 가슴에 슬며시 피어날
들꽃의 생명으로 떠납니다.
뒤처리를 부탁합니다.


아-아 동지여
노동속에 성실한 삶으로 모범이셨던 진짜 노동자시여
아버지여 아버지시여
살아오신 노동과 함께 자상함이셨던
노동의 역사이시여
저기
양지바른 봄볕아래
들꽃의 해맑음이신 이름이시여
택시기사 김 성 윤
남겨진 자들로 부끄러워
감히 부를 수 없는 이름이시여



동지가 남긴 글


<김성윤 동지가 남긴 “김영삼 대통령께 드리는 탄원서”>


김영삼 대통령에게 드리는 탄원서

김영삼 대통령님에게 탄원서를 올리려 하니 가슴이 터질것만 같습니다.

불초 김성윤은 1971년 7월부로 택시기사로 입문하여 현재에 이르렀으며, 현재는 상호운수 기사로 만 14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기간에도 단 한번도 무단결근한 사실이 없고, 금주 금잡기로 오직 가정에만 성실하게 지냈읍니다만 이제는 후회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역대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택시기사들의 생계보장을 약속하여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완전월급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5, 6공을 통한 위정자들의 넉살좋은 식언으로 끝났고, 우리 택시기사들의 오직 하나뿐인 희망을 송두리채 뽑아갔습니다.

그간에 온갖 비리와 부동산투기로 주거비는 몇곱절로 인상되었고, 덩달아 전세방 값도 펄쩍뛰어 힘이 없어 사글세 방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던 우리 기사들의 참담한 생활은 힘겨움 뿐입니다.

오전, 오후 2부제 운행으로 1부 운전사인 오전반은 정체된 차량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속에서 일하면서 받은 보수는 기본급 302,090+승무수당 46,800+야간수당 47,260 = 396,150, 일금 396,150원을 받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납금은 각 회사마다 회사 실정이 어렵다고 맨투맨 공작으로 규정에도 없는 입금을 받고 있으며 입금격차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2,300원씩 더 받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체된 교통란 속에서 헤메다가 입금이 미달되면 급료에서 공제됩니다. 고로 오전반 일부는 입금미달 방지를 위하여 오전 3시에 굳은 얼굴로 근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살기위해 노력하는 우리들의 급료가 고작 삼십구만육천백오십원이라면 이는 주거비도 안되는 돈입니다. 생활은 무엇으로 합니까? 자녀교육은 무엇으로 시키며 후생비는 무엇으로 충당합니까? 쌀독에서 인심나고 사흘 굶으면 남의 집 담너머 가지 않는 놈 없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때문에 온갖 규제를 망각한 듯한 몸가짐으로 운전을 하면서 어데가요? 명동 혹은(교통정체지역) 볼것도 없이 (시간 기준 입금미달 내 임금에서 내줄 순 없는 것) 앞으로 내달리는 승차거부 및 부당요금징수와 합승행위 한마디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신한국 창조의 시대 금년은 한국방문의 해 입니다. 대통령께서 깊이 통찰하시여 택시요금 현실화에 적극 추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택시운전기사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승차거부, 합승행위 이로인해 얻어진 불명예 국민학교 학생들까지도 나쁘다고 인정하는 기사, 어린 친구들끼리도 어버지가 택시 기사라고 말 못하는 세상(골려주기 때문에). 그간에는 긍지를 갖고 일을 하였으나 이제는 허탈뿐입니다. 지난해 말까지 민자당에서 택시에 관한 입법예시를 보고 기뻐하고 희망을 갖았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독려도 했습니다. 위로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물거품으로 사라졌습니다. 2월중에 택시요금이 인상된다고 예시되었습니다.

기본요금 천원, 주행요금인상 합20%. 어느 분이 기안한 수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몰라도 한참 모르시는 분입니다. 있는 분이 없는 사정 알겠습니까? 존경하는 대통령님 우리 택시기사를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쓰러지기 직전에 와 있는 택시기업도 살려주십시요. 그리고 멍에와 같이 짓눌리고 있는 불명예도 거두어 주시고 보다 차원 높은 인격형성에 매진할수 있도록 협조해 주십시오. 그리고 남편하나만 믿고 파출부로 뛰는 내조자에게도 기쁨을 주십시오. 그리고 사글세를 사는 근로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해 주십시오. 주택분양은 근로자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꼭 택시요금 현실화를 이룩하여 주십시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하였으나 초개인생으로 살던 택시기사의 마지막 호소와 절규입니다.

상호운수 주식회사 만14년 근속기사 김 성윤 올림



성명서


택시노동자 故김성윤 열사를 추모하며

택시노동자 다 죽이는 잘못된 택시제도 즉각 개선하라!

‘잘못된 택시제도의 개선’을 외치며 어제 유명을 달리하신 故 김성윤 열사의 죽음은 질곡의 삶을 평생의 업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15만 택시노동자들 모두의 죽음이기에, 고인의 영전앞에 가슴에이는 고통과 통한의 심정으로 애도를 표한다.

故 김성윤 열사는 14년간이나 상호운수(대표: 우종석)에 근무하면서 단 한 번의 무단결근도 하지 않은 성실한 택시노동자로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으며, 보증금 1천만원에 월 45만원의 사글세방에 살면서도 딸을 대학원에 보낼 정도로 헌신적인 가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장 평범한 노동자이자, 가장 열심히 살아왔던 노동자 김성윤 열사가 죽음을 택해야만 했는가? 그것은 열악한 택시임금제도와 잘못된 택시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

현재 수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택시임금제도는 공익사업의 기능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비인간적이고 전근대적인 사납금식 임금제도가 성행하고 있다.

고인이 몸담고 있는 상호운수만 보더라도 현재 190여명의 노동자중 24명만이 정상적인 근로를 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사업자의 강요로 인해 불법적인 정액제, 도급제로 근로하고 있다.

하루 사납금 52,000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한시간에 8천원을 벌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속, 법규위반, 합승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렇게해서 사납금을 채워야 겨우 40여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으며,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못채운 만큼의 금액을 월급에서 깍여야 하는 19세기에나 있었음직한 임금제도가 아직 우리 택시노동현장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이나 현재의 문민정부나 달라지지 않고 있는 잘못된 택시정책과 전근대적 택시운송사업체계는 우리 택시노동자들을 가장 천대받는 직업인이자, 범법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불법적이고 변태적인 지입제, 도급제는 정부당국의 방조하에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입료, 사납금, 연료비 등 차량운행경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택시기사로서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승차거부, 무리한 합승이 불가피하게 되어 시민에게 불편을, 기사에겐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

그 결과 택시노동자는 자식조차 아버지의 직업을 부끄러워하는 파렴치범이 되었다. 게다가 개인택시를 빌미로 하여 봉건시대나 통용되는 구시대적 노동탄압의 악령이 각 사업장마다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고인이 유서를 통해 지적했다시피 “택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전월급제를 실시하겠다"고 역대 대통령마다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어 택시노동자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참혹한 현실은 결국 5명의 자녀와 부인을 거느린 성실한 가장 택시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이에 우리 택시노련은 열심히 일해도 5만원이 넘는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비닐끈으로 목을 매어 비참한 죽음을 맞이애햐 하는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당국와 사업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조치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엄숙히 촉구한다.


1.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 법제화 즉각 실현하라!

2. 불법적인 지입제, 도급제, 사납금제 즉각 철폐하라!

3. 대통령 공약사항인 택시제도개선 즉시 시행하라!


더불어 아직까지 故 김성윤 열사의 장례일조차 잡지 못하게하는 회사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전국 15만 택시노동자의 이름으로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1994. 1. 25.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이 광 남

벽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