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전망 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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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역사에 어떤 해로 기록될까? 올해도 다른 해처럼 다사다난했다. 이미 작년에 구속된 박근혜에 이어 3월 22일 이명박 전 통령도 구속되었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통령이 나란히 구속 수감된 지 거의 사반세기 만에 또 두 명의 전직 통령이 동시에 감방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적폐청산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공고화를 30년 넘게 떠들다가 재권위주의화의 길목에서 촛불 봉기로 간신히 제동을 걸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한국 민주주의의가 그리 깊게 뿌리내렸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1987년 6월항쟁 30주년이었던 작년이 글자 그로 기념일에 그칠 뻔했다는 아찔한 느낌도 든다. 다른 한편 보다 긍정적인 면을 꼽자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된 해다고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판문점에서 진행된 4·27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6·12 북미정상회담은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조성된 위기 국면을 일거에 평화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이제야 기나긴 분단시를 지나 평화공존을 통한 탈분단시를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 반전의 밑바탕에는 2016, 2017년에 걸친 촛불 봉기와 정권 교체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바야흐로 남한 내부의 국가와 시민사회 권력 교체가 남북관계 변화를 추동하고, 그 힘이 남북한과 미국의 관계 변화를 이끌어가는 형국이다. 갈 길은 멀고 길은 험하다. 그렇지만 한국 시민의 민주 역량으로 앞길에 도사린 위험과 도전을 능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호에는 두 주제의 특집을 싣는다. 특집 I은 “한국 민주주의의 동학: 기원에서 현재까지”이다. 김정인은 「한국 민주주의 기원의 재 구성」에서 해방 이후 미국에 의해 민주주의가 이식되었다는 외삽론 을 비판하고 19세기 이래 인민 주도의 저항운동 문화로 축적된 민주주의의 역사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만민평등, 저항 운동, 집단민주주의라는 문화적 특질을 형성하며 시작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신진욱은 「촛불집회와 한국민주주의의 진자운동, 1987-2017: 포스트권위주의와 포스트민주주의 문제의 동시성을 중심 으로」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포스트권위주의’ 사회의 민주주의 결손 문제와 성숙한 민주사회에서 신자유주의화와 더불어 심화된 ‘포스트민주주의’의 문제를 함께 갖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2016~2017년의 촛불집회는 한국 정치의 재권위주의화를 저지하고 1987년 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는 방어적 항쟁으로서 성공적이었을 뿐 아니라, 선거민주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주의 이상을 표출했다는 적극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 가운데 하나의 기둥이자 2000년 후반 이후 재권위주의화의 주된 원인이었던 포스트민주주의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서 미래에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금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집 II는 “원폭, 기억, 그리고 재현”이다. 오은정은 「‘제국의 신민’ 에서 ‘재한피폭자’로: 한국원폭피해자 운동에서 한일시민연의 사회 문화적 토와 그 변화」에서 먼저 1950~1960년 한국 원폭피해자 운동과 한·일 시민연의 초기 형성 과정을 짚고 있다. 한국원폭피해자 운동이, 일본 시민사회와 연결되는 지점들을 운동에 참여한 일본 시민사회 단체의 주요 인물들의 체험과 반성의 사유라는 미시적 차원과, 일본의 피폭자 운동과 유일피폭국 담론의 양가성이라는 측면에서 교차하여 살피기 위함이다. 둘째, 1970~1980년 냉전 질서가 자리 잡은 한반도의 정치 질서하에서 한국 원폭피해자 운동을 한계 지운 안보와 반공담론 등의 정치사회적 제약과 이로 인해 생겨난 운동의 방식과 외 교류 활동의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 끝으로 1990년 이후 한국원폭피해자 운동의 주요 성과가 된 소송 중심의 수첩 재판의 성격과 그것이 한·일 양국의 시민사회 연에서 갖는 함의를 분석했다.

 

이행선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증언의 서사, 원 폭 문학: 김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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