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전망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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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상증) 한국민주주의연구소는 반년간 학술지 『기억과 전망』 2015년 겨울호(통권 33호)를 발간했다. 이번『기억과 전망』 33호에는 총 11편의 논문과 1편의 회고록이 실렸다. 특집에는 한국의 현단계 민주주의를 진단하는 2편의 논문을 실었으며, 일반논문으로는 평소보다 많은 9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번 호에는 그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와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글들이 다수 실렸다. 

한국의 현단계 민주주의를 분석하고 있는 두 편의 특집논문은 각각 정치와 사회의 영역에서의 민주주의 분석과 진단을 내놓았다. 먼저 정치적 관점에서 현단계 민주주의를 분석한 정상호(서원대)의 논문은 후기산업화 시대  탈물질주의 가치의 확산 속에서 ‘좋은 시민’의 의미가 과거 준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의무적 시민에서 자율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참여적 시민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향후 한국 민주주의의 정치적 과제는 제도 개혁이 아니라 참여와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좋은 시민’들의 열정과 이해를 잘 수렴할 방안 마련에 두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현단계 민주주의를 분석한 정일준(고려대)은 한국이 자유주의 통치성이 미숙한 가운데 신자유주의 통치성(neoliberal governmentality)으로 과속질주해 왔다고 진단한다. 그 결과 최근의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두 보수정권에서 한국의 국가는 권위주의적인 신자유주의 통치성(authoritarian neoliberal governmentality)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일준 역시 민주주의를 단순히 정치 제도 개선의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 논문에서 사회통치하기 프로젝트(governing society)를 제시하면서 어떻게 ‘시민’을 강화시킬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 논문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또 시기적으로도 해방기에서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공간에서의 민주주의를 다루고 있는 아홉편의 논문이 실렸다. 먼저 함충범(나고야대)의 글은 해방기 ‘경찰영화’를 통해 ‘해방’이라는 사건이 한국영화사에 미친 영향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해방 후 경찰의 공권력 내 핵심 기구로서의 위상 재정립 및 대중적 문화 통제에 대한 시도 등이 경찰영화의 제작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밝혀내고 있다. 

이영재(한양대)의 논문은 유신체제기 광주·전남의 교육민주화운동사에서 독특한 형태로 제기된 조직적, 실천적 양상을 발굴하고, 그 의미를 재조명한다. 그는 1970년대 후반 광주․전남의 ‘삼봉조합’과 ‘양서협동조합’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통해 광주·전남의 교육민주화운동이 엄혹한 유신체제하에서도 전국적인 교육민주화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해 나갔음을 밝히고 있다. 

김종엽(한신대)의 글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사례로 삼아 공감의 서사적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에서 한 소년 그리고 그 소년과 이웃한 이들이 겪은 죽음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인데, 김종엽은 이 소설에 대한 조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감의 문제가 민주사회의 중요한 토대임을 보여준다. 자신의 평화를 위해 타자를 외면하고, 물화하고, 타자가 수행하는 의미의 복원과 이해의 도정을 함께하지 않는 한, 상실된 자신의 평화 또한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전재호(서강대)의 글은 2000년대 이후 북한 인권문제가 한국정치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인권 및 반공 담론에 대한 보수/진보 세력의 입장 변화를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권위주의 시기 인권의 상대성을 주장했던 보수 세력은 2000년대에는 인권의 보편성을 내세워 북한 인권문제 개입을 정당화한 데 비해, 과거 인권의 보편성을 주장했던 진보 세력은 이제는 인권의 상대성을 내세워 개입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한계가 있는데 진보는 북한 인권에 대해 상대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과거의 입장을 고려하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고, 여전히 국내 인권에 대해 불개입으로 일관하는 보수가 북한 인권에 대해 보편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허언’(虛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글은 향후 북한 인권문제의 접근에 있어서 보다 균형 잡힌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안리라(고려대)의 연구는 한국의 통일운동이 1987년 이후 국내·외 정치적 기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민족·민주프레임에서 시민·평화프레임으로 분화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이 글에 따르면 과거의 민중지향적 통일운동은 민주화 이후 민중지향적 평화통일운동, 시민지향적 통일운동 등으로 분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통일운동은 선명성보다는 인도주의 등의 이념적 자원을 활용하며 대중성을 확보해 왔다고 파악한다. 

정수남(한국학중앙연구원), 심성보(킹콩랩)의 논문은 사회적 배제의 극단에 있는 노숙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글에 따르면 노숙공간은 노숙인을 비롯한 사회복지단체, 지방정부, 민간자본 등 여러 사회적 주체들 간의 다양한 경합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생산된 산물이다. 이 과정에서 노숙공간은 노숙인다움(homelesshood)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 뒤에는 일반 시민들과 노숙인들을 사실상 분리하여 사회 전체의 안전과 도덕성을 유지하려는 국가권력의 통치기술이 숨어 있음을 이글은 보여주고자 있다.    

이병천(강원대), 박태현(강원대)의 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을 통해 우리에게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새롭게 던진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적폐의 청산약속을 깨고 규제완화로 회귀하였고 그 부메랑 효과로 세월호 참사를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국면 타개를 위해서도 여전히 규제완화 일변도로 나아감으로써 무책임 국가의 속성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이글은 신자유주의적 요소와 개발독재적 요소가 결합된 국가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박형준(글로벌경제연구소)의 글은 피케티의 이론적 실패를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 심화 경향이 자본주의적 발전에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지만, 자본주의의 장기동학에 관해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글은 피케티의 이론적 실패가 자본 개념과 가치이론에 대한 문제의식의 부재에 있다고 보고, ‘권력자본론’이란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자본주의 동학을 실증적으로 설명하고자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송경재(경희대)의 글은 지역 사이버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사회적 자본 형성의 토대가 되고 결국 시민적인 참여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다룬다. 이글에서는 한국의 지역 사이버 커뮤니티인 <문래․양평․영등포․당산 이야기(미드타운 스토리, http://cafe.naver.com/dasmora)>를 사례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 사회적 자본과 지역 민주주의의 발전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연구결과 커뮤니티 내의 회원들의 정보 신뢰도, 운영진 신뢰, 호혜성의 규범은 매우 높게 나타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네트워크 참여가 활발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번 호에는 회고록이 한편 실렸다. 독일에서의 민주화운동에 관한 이삼열의 글인데, 70년대 유신독재 하에서 그가 직접 참여했던 ‘민주사회건설협의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약 10여년의 민주화운동 과정을 회고하고 있다. 당시 남북 분단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자유 민주 국가들의 여론과 국제적 압력이 한국 민주화의 커다란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해외 민주화운동의 역할과 의미를 반드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고록은 각별한 의의를 갖는다. 회고록의 나머지 절반은 다음호에 실릴 예정이다. 

 

기억과 전망 2015년 겨울호(통권33호) 목차

○ 책머리에

윤도현

○ 특집 <한국의 현 단계 민주주의 진단>

정일준 | 후기산업화의 ‘좋은 시민’과 산업화식 ‘정당정치’의 부조화

정상호 | 한국 민주주의의 사회적 구성: 자유주의 통치성과 시민형성 프로젝트

○ 일반논문

함충범 | 해방기 ‘경찰영화’의 등장 배경과 장르화 경향 고찰: 시대적 특수성 및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이영재 | 유신체제기, 광주·전남 교육민주화운동의 재조명: 삼봉조합과 양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김종엽 | 공감의 시련: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대해

전재호 | 북한 인권문제의 정치사적 의미: 인권 및 반공 담론을 중심으로

안리라 | 한국 통일운동의 프레임 분화

정수남·심성보 | 홈리스스케이프와 공간통치의 동학: 서울 영등포역사와 쪽방촌 노숙인을 중심으로 

이병천·박태현 | 세월호 참사, 국가를 묻다: 불량국가의 정치경제

박형준 | 권력자본론의 관점에서 피케티 급진화하기

송경재 | 사회적 자본과 지역 사이버 커뮤니티의 민주주의: 

         MYYD타운(문래·양평·영등포·당산 이야기) 사례연구

○ 회고록

이삼열 | 독일에서의 민주화운동: 민주사회 건설 협의회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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