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전망 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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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상증) 한국민주주의연구소는 반년간 학술지 ​기억과 전망​ 2015년 여름호(통권 32호)를 발간했다. 이번『기억과 전망』 32호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특집논문 3편, 기획논문 2편, 일반논문 3편 등 총 8편의 글을 실었다. 이번 호의 글들은 민주주의의 문제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 연민과 공감, 스스로를 집합적 정체성으로 형성해가는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줌으로써 민주주의 논의의 관점을 한층 폭넓고 깊게 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 하에 동아시아의 역사와 현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특집 논문 세 편을 실었다. 먼저 이영진(전남대)은 일본사회에서 야스쿠니 신사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야스쿠니 신사의 문제를 단일한 정치주체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행위나 시설로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해 이 논문은 전쟁의 체험이 풍화되고 기억이 이념의 영역으로 변모해 나간 일본사회에서, 야스쿠니 신사가 어떻게 새로운 감정기관으로 작동하는지 고찰하고 있다.

김보국(성균관대)은 탈북의 문제를 북한 정권 성립 이후 역사적으로 변화해 온 ‘디아스포라’(diaspora)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 논문은 자료의 부족과 접근 제한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인, 한국 전쟁 전선이 고착화된 직후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동유럽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탈북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논문은 헝가리 국립 문서보관소의 기밀 외교 문서와 한국 외교 사료관의 외교 문서, 그리고 기존에 공개된 옛 소련 자료 분석에 근거한다.

김정수(캐나다 빅토리아대)는 한국과 대만의 여성과 노동자들이 어떻게 저항적 집합주체를 형성하고 역동적인 민주화와 민주주의에 개입하였는지 분석한다. 민중이라는 집합정체성에서 출발한 한국의 사회운동은 끊임없이 제도정치와 경합하면서 비제도적 정치를 활성화한 반면, 대만의 사회운동은 민족국가형성이라는 과제의 해결을 위해 정치제도와 지속적으로 협력하였다. 대만에 비해 한국 사회운동의 집합정체성이 가진 한계는 분명하다. 제도정치의 끊임없는 불안정과 무능, 프레카리아트(precariat)의 양산 등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기획으로 마련된 <민주주의 정치사상>에서는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위해 루소와 마사리크의 정치사상을 재해석하고 있는 두 편의 논문을 실었다. 하상복(목포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면서 루소의 공화주의 사상을 통해 붕괴되고 있는 한국 정치공동체의 현실을 넘어설 것을 제안한다. 루소에게 인간의 근원적 마음으로서 연민과 공감의 감성을 회복하는 일은 윤리적 인간 육성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그 사회의 물질적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일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김신규(한국외국어대)는 ‘마사리크(T. G. Masaryk)’의 민주주의 정치사상이 어떠한 철학적 기반에 기초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그것이 실제 정치에 구현되었을 때의 괴리를 밝히고 있다. 다소 생소한 인물은 마사리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을 이루고 제1공화국(1918-1935)의 대통령으로, 양차대전 사이에 체코를 동유럽에서 유일한 민주국가로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이 논문은 마사리크가 민주주의의 조건을 단순히 제도의 이식이나 구축에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내적 변화 속에서 보았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주는 의미를 찾고 있다.

일반 논문으로 1980년대 학생운동의 노동활동 연계 방식, 한국 진보정당 내부의 민주주의, 외국인주민의 정치적 권리 제도화의 문제를 다룬 세 편의 논문을 실었다. 유경순(역사학연구소)은 19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학생운동이 노동 운동과 가지는 관련을 노학연대 활동과 노동 현장 투신 방식의 변화 속에서 검토한다. 이 논문은 80년대 학생운동가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했던 방식의 특징을 70년대와는 달리 기술습득이 아니라 비숙련노동자로 취업했다는 점, 개인적인 투신에서 소그룹을 통한 이전이나 정치조직과 연계한 집단적인 투신이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은 1980년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고 정치조직운동을 추동하면서 노동운동의 변혁지향성을 강화했다고 그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손우정(성공회대)은 구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한국 진보정당 내부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당원 주도형 제도를 중심으로 비교·분석하고, 이 제도들이 당내 갈등과정에서 수행한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 손우정은 한국의 진보정당은 당원 주도형 제도를 적극 도입했지만 당원의 권한이 당원을 대의할 수 있는 공직·당직자를 선출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무엇보다도 그 제도가 당 내부 갈등 과정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진보정당은 구조화된 정파 간 갈등과 과두제의 심화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주된 주장이다.

이혜진(부산대)과 장임숙(울산여성가족개발원)은 주민참여제도의 하나로 고안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될 수 있을지 그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다. 오늘날 지역사회에 외국인주민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서 외국인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참여제도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를 설치하고 운영한 독일과 일본의 사례 분석을 통해 이 논문이 제안하고 있는 가장 큰 시사점은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제도화다. 

문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 민주주주의 연구소 02-3709-7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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