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 2016-17년 촛불·태극기집회 참여자의 민주주의 의식, 그리고 19대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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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7년 촛불·태극기집회 참여자의 민주주의 의식,

그리고 19대 대통령 선거

최종숙(한국민주주의연구소)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민주주의의 발전이 아래로부터의 민주화운동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이다. 한국 현대사를 짓눌렀던 독재체제는 아래로부터의 대중저항을 통해 무너졌다. 또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역시 자발적 대중저항에 의해 구출되곤 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특징이 이러하기에 한국현대사에는 기념비적인 민주화운동들이 여럿 자리매김하고 있다. 1960년 4월혁명,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항쟁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2016-17년에는 촛불항쟁 말고도 집회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일명 ‘태극기’집회가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여 결집한 태극기집회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인용이 결정된 이후에도 해산하지 않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주로 나이든 노인세대에 의해 이끌어지고는 있지만 태극기집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동원되지 않은 보수진영 최초의 자발적 대중정치집회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처럼 두 집회가 서로 대립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다룬 연구들은 특정한 경향성을 보여왔다. 촛불집회 관련 연구들은 대체로 촛불집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태극기집회 관련 연구들은 대부분 태극기집회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양자를 비교할 때에도 촛불집회의 긍정성과 태극기집회의 부정성을 대비시킨다.

그렇다면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참여자들은 어떠할까? 촛불집회의 목표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고 태극기집회의 목표가 그것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촛불집회 참여자는 민주주의 경계선 안쪽에, 그리고 태극기집회 참여자는 민주주의 경계선 바깥쪽에 위치한 비민주주의자들일까? 당장 모순점이 보이기도 한다. ‘우파 광신도’의 집회라고 비판되곤 하는 태극기집회는 나름 합법의 테두리에서 질서정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는 자체 조사를 통해 선동에 취약한 ‘돈받고 동원된 가난한’ 노인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태극기집회 참여자들이 ‘고학력 중산층’ 노인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조기를 들고 박근혜 석방을 외치며 ‘계엄령’ 운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심히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태극기집회에 대한 몇몇 극단적 묘사들 그리고 몇편의 에피소드들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태극기집회 참여자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의 민주주의 의식은 어떠한지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다.

이글은 설문조사자료를 활용하여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참여 혹은 지지자를 비교분석해 보았다. 사용한 자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17년 7월 6일~8월 7일까지 조사한 시민의식종합조사이다.

첫째,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주도층은 누구인가? 그들은 얼마나 이질적인 존재인가? 촛불·태극기집회는 모두 수도권에 거주하는 중도성향의 대학 이상 고학력, 중간소득층이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양자 모두 고등교육을 받고 안정적인 소득을 갖는, 따라서 ‘선동’과 ‘세뇌’가 아닌 자신의 판단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세대간 차이가 크기는 하지만 생각만큼 이질적인 집단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둘째, 촛불·태극기집회 참여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은 어떠한가? 특히 태극기집회 참여 혹은 지지자의 민주주의 의식은 우려스러운 수준인가? 촛불항쟁 참여자나 태극기집회 참여자, 지지자 모두 넓은 범위에서 민주주의자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매우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전체 국민평균과 비교했을 때 촛불집회 참여자와 태극기집회 참여자의 차이는 크다. 촛불항쟁 참여자의 민주주의 의식은 시종일관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최선두에 서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반면 태극기집회 참여자·지지자의 민주주의 의식은 전체 국민 평균 의식보다 한참 낮았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세 번째 질문 즉, 태극기집회 참여자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태’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화 이후 30년, 그리고 촛불항쟁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민주주의 의식은 한층 성숙해졌다. 그러나 태극기집회는 그것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처럼 합법적 테두리 안에 머무는 한 일반 국민들의 관용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철지난 군가, 한물간 색깔론이 계속된다면 이들에 대한 혐오감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넷째, 박근혜 탄핵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촛불·맞불집회 참여자의 선택은 무엇이며 그 함의는 무엇인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촛불·맞불집회 참여자는 모두 문재인 후보를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결과는 다른 연구들과의 비교검토를 거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과의 함의는 분명하다. 태극기집회 참여자·지지자들이 볼 때도 ‘태극기 신당’은 물론이고 홍준표 후보도 보수의 대안으로 비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또 한 번 패배했다. 한물 간 ‘색깔론’을 부여잡고 퇴행적인 정치를 계속한다면 돌아선 전통지지자들마저 되돌아올 날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보수정치의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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