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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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두 여자가 있습니다. 아주 상반된 성격에 상반된 환경에서 살아온. 그 둘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바그다드 카페는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미국으로 여행온 독일인 부부가 있습니다. 무척 권위적으로 보이는 남편, 자못 순종적으로 보이는 아내, 남편은 연신 시가를 피워대고 차안에는 행진가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남편은 사사건건 화를 내고, 참다못한 아내는 결국 여행용 가방 하나만을 지닌채 차에서 내립니다. 그녀의 이름은 쟈스민. 영화 <바그다드 카페>(퍼시 애들론, 1988)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Calling you`를 배경음악으로 정처없이 걸어가는 사막의 고속도로, 트럭 한 대가 호의를 보이지만 그녀는 두려운 표정으로 거절합니다.
  고속도로변에 ‘바그다드 카페’라는 이름의 허름한 모텔이 있습니다. 주유소와 매점, 카페를 겸업하는 흔히 볼 수 있는 모텔입니다. 이 곳의 주인 브랜다는 빈둥거리는 뺀질이 남편 살, 노는데만 정신팔린 고등학생 큰딸 필리스, 사고쳐서 벌써 손자를 안겨주고 하루종일 피아노만 치는 둘째 아들 살로모. 짜증섞인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이 그녀의 하루 일과입니다. 그 날 이집은 브랜다와 살의 한바탕 싸움 끝에 살이 집을 나가버립니다. 남편이 사라지고 나서 서러움을 간신히 달래고 있던 브랜다.

 이때 가방을 질질끌며 모텔로 쟈스민이 걸어들어옵니다, 고속도로에서 차도 없이 깔끔한 검은 정장을 하고 걸어오는 쟈스민을 브랜다는 “넌 어디서 온 물건이냐”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쟈스민은 땀을 닦으며 브랜다는 눈물을 닦으며 서로를 마주봅니다. 둘이 마주보고 있으니 정말 대조적입니다. 유럽인이자 백인이고 뚱뚱하고 깔끔하며, 남편과 미국관광을 다닐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지닌 쟈스민, 미국인이자 흑인이며 빼빼마르고 까치머리에 지저분하며, 뺀질이 남편과 사고뭉치 아이들로 일상이 지겨운 브랜다.
  그들의 상반되는 점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흑인을 별로 접해보지 못한 듯 쟈스민은 흑인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숙박카드를 쓰다 쟈스민의 새까만 눈을 들여다 보면서 흑인 식인종들에게 잡아먹히는 상상을 하는 쟈스민, 기분이 안좋은 탓인지 낯선 그녀가 왠지 못마땅하고 수상쩍어 보이는 브랜다. 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만남이 있습니다. 바그다드 카페의 장기투숙자들. 헐리우드 무대 셋트의 그림을 그려주던 콕스, 트럭운전사들에게 문신을 해주며 살아가는 데비. 카페 주방장 쿠앙카. 콕스는 자스민에게 은근히 접근하고, 데비는 힐끔힐끔 쟈스민을 살피면서 브랜다와의 신경전을 즐기듯이 지켜봅니다.

  브랜다는 쟈스민이 점점 신경이 쓰입니다. 뭔가 수상해 보이는데다 자꾸 자신의 일상을 침범하는 느낌이 듭니다. 지저분한 사무실을 청소해 주지를 않나 주변 사람들을 점점 자기편으로 만들고 심지어 애들마저 점점 쟈스민을 좋아하게되서 아예 쟈스민의 방에서 살지를 않나. 그런데 쟈스민은 독일로 돌아갈 생각은 안하고 숙박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안그래도 남편까지 집을 나가서 신경이 곤두선 브랜다는 그 울화를 풀 곳을 찾았다는 듯이 쟈스민에게 계속 짜증을 내다 마침내 폭발해 버리고 맙니다.

 쟈스민의 방에 모여 놀고 있는 애들을 쫓아내며 험담을 퍼붓던 브랜다는, 나는 아이가 없다며 슬픈 얼굴로 얘기하는 쟈스민의 얼굴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화를 스르르 풀어버립니다. 그녀들은 아이 문제에 있어서도 상반된 위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다는 쟈스민이 ‘여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나 봅니다.
  이제 더 이상 쟈스민은 브랜다의 화풀이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게 서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쟈스민은 브랜다 가게의 일을 돕다가 심심풀이로 배운 마술을 보여줍니다. 우연찮게 이 마술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되고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바드다드 카페는 연일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쟈스민에게 반한 콕스는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합니다. 점점 콕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쟈스민.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옷이 한꺼풀 두꺼풀 벗겨지더니 마침내 어느 날 한 쪽 가슴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표현합니다.(결국 완성된 작품은 상상에 맡깁니다)

  하지만 쟈스민은 언제까지 바그다드 카페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관광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이니까요. 거기다 취업비자도 없는 상태에서 마술 쇼를 했으니 보안관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죠. 그녀들의 남편과의 헤어짐은 갈등의 결과로 선택한 것이었지만 이번 헤어짐은 그녀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빈 곳을 채워졌던 그녀들은 그렇게 헤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쟈스민은 다시 돌아옵니다. 남편과 화해하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보다 브랜다와 함께 있기 위해서. 이번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다시 가방을 질질끌며 걸어들어오는 쟈스민. 바그다드 카페의 매직쇼는 쟈스민과 브랜다의 합동공연으로 다시 시작되고, 쟈스민은 콕스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 곳에 정착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영화는 사막이 배경인 탓인지 내내 회색 빛입니다만 ‘Calling you’의 선율은 애잔한 듯 하면서도 영화에 분위기에 딱 들어맞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유쾌합니다. 하지만 이영화를 보고난 후 잠깐 생각에 잠겼습니다. 무엇이 저 두 여자를 화해하게 만들었을까? 영화를 보시면서 그 과정을 지켜보세요.

글_김덕영
1965년 서울 출생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외대, 상명대, 중앙대 등에서 영상역사학 및 영상 아카이브 관련 강의를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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