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역사의 현장

민주주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이한열기념관


 글  이경란(이한열기념관 관장) / leehy19870609@hanmail.net


신촌 로터리에는 이한열의 집, 이한열기념관이 있습니다.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10민주항쟁 때 최루탄에 맞아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전두환이었습니다. 그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짓밟고 권력을 잡은 사람입니다. 당시 헌법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고 대통령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도록 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는 직선제를 요구했습니다. 
연세대학교 2학년이었던 22살 청년 이한열은 직선제를 주장하는 연세인 결의대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 그의 소식을 들은 학생과 시민들은 6월 내내 거리로 뛰쳐나와 “한열이를 살려내라”와 “호헌철폐 독재타도”, “직선제로 민주쟁취”를 외쳤습니다. 6월 29일, 저들은 결국 직선제를 받아들인다는 항복을 하게 됩니다. 87년 6월항쟁은 권력자들이 만든 부당한 제도를 국민들의 힘으로 바로잡은 사건입니다. 그러나 7월 5일, 한 달 가까이 병상에 누워있던 이한열은 많은 이들의 기원에도 불구하고 끝내 세상과 이별하였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한 짝
이한열기념관은 그의 어머니가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으로 터전을 마련하고 시민들이 성금을 보태  2004년 세웠습니다. 이곳에서는 열사의 유품을 비롯한 6월항쟁의 기록을 보존하고, 전시를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함께 하는 ‘교과서에 나오는 민주주의 현장체험-민주야 놀자’를 통해 초등학생들이 찾아와 6월항쟁과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고 가기도 합니다. 초등학생들 뿐아니라 중고등학생, 성인들까지 해마다 많은 시민들이 이한열기념관을 찾고 있습니다. 방문객은 이한열과 6월항쟁에 대한 영상을 보고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판화 그림 스탬프 찍기 등 체험 활동을 하게 됩니다.  
다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이한열기념관에만 있는 유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쓰러졌을 때 입고 있던 티셔츠와 청바지, 한 짝만 남은 운동화입니다. 이 유물들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나날이 티셔츠의 핏자국은 흐려졌고 운동화의 밑창은 떨어져 나갔습니다. 2013년,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많은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옷과 일기 등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보존 처리하고 보존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운동화는 보존처리를 할 수 있는 분을 찾지 못해 속절없이 손상되고 있었습니다. 의류나 종이류는 보존처리 기술이 축적되어 있지만 현대물인 운동화 고무는 보존처리 예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5년 초, 드디어 운동화 보존처리를 할 수 있는 분을 만났습니다. 영국에서 보존에 대한 공부를 하시고 (운동화 밑창의 재질과 같은) 우레탄 복원에 대한 경험도 풍부한 분이셨습니다. 손만 대도 부스러지던 운동화 밑창은 이제 단단하게 복원되어 곧 다시 전시될 것입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되신 분들이 많지만 그분들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나 물건은 많지 않습니다. 독재의 서슬이 시퍼럴 때 돌아가신 분들이라 그 흔적을 간수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흔적이 옅어질수록 민주화는 저절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민주주의는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유물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유물들을 통해 우리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것을 기억하는 것은 나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근본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지나온 길에 대한 기억에서 앞으로 우리가 갈 길 또한 찾아갈 수 있겠지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지울 것인가는 우리가 어떠한 존재가 될 것인가와 연결됩니다. 광복 후 독립운동의 기억을 지우려는 이들과 그것을 복원하려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기나긴 우리나라의 민주화 투쟁의 기억을 지우려는 이들도 있는 듯합니다. 이한열의 피 묻은 티셔츠와 낡은 운동화는 그 무엇보다 분명한 민주화 투쟁의 기억이 되어줄 것입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 기억 장소
이한열기념관의 전시는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로 나누어집니다. 상설 전시는 이한열의 유품과 6월항쟁 자료들을 바꿔가며 전시합니다. 기획 전시는 해마다 2회 정도 열립니다. 올해는 ‘기억과 보존展Ⅰ, Ⅱ’를 합니다. ‘기억과 보존展Ⅰ’은 ‘운동화 프로젝트’라는 부제로 이한열의 운동화와 티셔츠 등을 보존 처리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보존 과정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기억과 보존展Ⅱ’는 ‘보고 싶은 얼굴들’이라는 부제로 진행됩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희생된 여섯 분을 기억하는 전시입니다. 이한열 열사는 사진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이한열기념관이 다른 열사들도 함께 기억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한 전시입니다. 
이한열기념관은 이한열기념사업회에서 운영합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이한열의 뜻을 기리고 널리 펼치고자 합니다. 이한열장학회를 통해 이한열의 정신을 이어가는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장학금 신청은 해마다 6월과 12월 한 달간 홈페이지 (http://www.leememorial.or.kr)를 통해 받고 있습니다. 이한열이 ‘만화사랑’이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사회에 대한 관심을 만화로 풀어냈던 것을 기려 ‘이한열만화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한열문학상’을 통해 젊은 문학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한열기념관 관람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예약하시면 관람 가능합니다. 아이들 손 잡고 이한열기념관에 들러보세요. 지하철 2호선 신촌역 8번 출구로 나와 02-325–7216으로 전화 주시면 안내해드립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의 사업은 후원회원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를 후원하시고자 하는 분은 이한열기념사업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회원이 되시거나 전화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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