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리뷰] 다큐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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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의 매력에 빠지다

다큐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사진전 <제네시스: 세바스치앙 살가두>

글 김남희 knh08@kdemo.or.kr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 전시 <제네시스:세바스치앙 살가두> 포스터

 

작은 다큐영화 한편이 극장가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가 바로 그것. 영화는 16일, 135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 독립영화 사상 가장 빠른 흥행속도다. 이런 추세라면 <워낭소리>가 세운 독립영화 최다관객동원 기록(최종관객수 296만명)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님아~>의 최근 일일관객수는 10만 명이 넘는다. 최종관객수가 1만 명만 넘어도 성공으로 평가받는 독립영화 시장에서 이 다큐멘터리의 성공은 놀랍다. 

이 영화의 활약으로 다시금 다큐멘터리가 힘과 매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다큐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장르이면서도, 우리가 현실에서 놓쳐버린 진실을 끈질기게 파헤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영화, 사진전, 신간 도서 등 다양한 장르의 ‘핫한’ 다큐멘터리들을 만나보자.

▲ 소제: 잔잔하지만 감동적인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여기 76년을 함께 산 노부부가 있다. 외롭게 자란 스물셋 청년은 처가에 들어가 죽도록 일만 했다. 열네 살 어린 소녀는 이 청년이 자신의 남편인 줄도 모르고, 그저 일꾼으로 알고 “아재, 아재” 부르며 쫓아다녔다. 그렇게 덤덤하게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곧 사랑이 됐고 그 사랑은 평생 이어졌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의 이런 아름다운 사연을 담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전국의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어딜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 할아버지는 여전히 밤 뒷간 가는 걸 무서워하는 할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데려다 준다. 일을 보는 동안 노래를 불러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을 할아버지는 묵묵히 들어준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할아버지의 머리를 단정하게 빗겨준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을엔 낙엽을 던지며 장난을 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한다. 영화는 내내 노부부의 일상적 소소한 모습을 담고 있지만,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노인 두 명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특별한 사건 하나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영화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반응은 결국 이 부부의 판타지 같지만 실재하는 사랑에 대한 온전한 지지다. 실재하기에 누군가의 판타지가 아닌 나의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어떤 기원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으로 넘치는 이들의 결혼생활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이별이 찾아온다. 그러나 감독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영화의 극적 요소로 활용하지 않았다. 할머니도 “할아버지요, 먼저 가거든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두고 얼른 나를 데리러 와요. 나만 홀로 오래 남겨두지 말고… 우리 거기서 같이 삽시다.”라는 간결한 말로 할아버지를 보낸다. 할아버지가 아프고 돌아가시는 장면을 눈물로 희석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냄으로써 노부부의 사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님아~>에는 고향을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많은 것들이 영화 속에 담겨 있기도 하다. 제작진은 1년 4개월에 걸쳐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고시리 부부의 집을 비롯해 그 집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들 노부부의 일상과 함께 아름답게 담아냈다. 부부의 집 아궁이 속에는 장작이 이글거리고 가마솥에는 하얀 김이 솟는다. 부부는 화롯가에서 옥수수를 구워 먹으며 정담을 나눈다. 두 부부의 시골생활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해 주는 고향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과 향수의 감동이 느껴진다.

▲ 소제: 사진전 <제네시스: 세바스치앙 살가두>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제네시스: 세바스치앙 살가두>도 주목할 만하다. 1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살가두는 1973년 전문 사진작가로 데뷔하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학자였다. 그는 입문 이후 노동, 기아, 빈곤, 전쟁 등을 테마로 세계 각지에서 취재활동 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 중에는 레이건 대통령의 암살미수, 앙골라와 스페인의 사하라 전투, 엔테베에서의 이스라엘인 납치범 체포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살가두는 공업기술에 밀려나고 있는 세계의 대규모 수공 노동자의 소멸을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회 문제에 주로 천착해 있던 살가두는 항상 인간을 존엄한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잔인한 운명,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였으며 살가두는 “비극이 아니라 원대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싶다.”는 포부로 이번 <제네시스>(GENESIS)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제네시스는 2004년부터 무려 8년에 걸쳐 완성한 작업이다. 갈라파고스, 마다가스카르, 알래스카, 사헬 사막 등 120여 개 국가를 돌며 포착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구의가장 순수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지구가 생성된 시간으로 돌아가 어떻게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성찰한 흑백사진 연작이다. 2013년 4월 영국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첫 전시를 연 이후 전 세계를 돌고 있다.

살가두는 이번 전시 일정에 맞춰 지난 15~17일 방한을 한 바 있다. 주로 기자회견과 인터뷰 등의 언론 관련 인터뷰를 수행하는 평이한 일정을 소화했는데,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일정이 있었다. 살가두의 사진 여정과 작품세계를 기록한 휴먼다큐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의 특별상영에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빔 벤더스 감독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피나’ 등 예술가를 다룬 걸작 다큐멘터리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이벤트성 특별상영이었지만, 2015년 1월에는 영화가 정식으로 개봉을 한다고 하니 예술영화 애호가들에게는 희소식. 아래에는 숨막힐 듯 아름다운 살가두의 사진 몇 장을 소개한다.

마다가스카르 모람바 만 머시룸 섬 위의 포니바오밥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군집을 이룬 바오밥나무가 눈부신 하늘과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사이에 도열해 있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 동남쪽에 있는 섬나라이다. 아주 먼 옛날 지각 변동으로 대륙서 떨어져 나왔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이곳 동식물의 80%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고유한 종이어서 이 섬은 ‘생물의 보고’라고 불린다. 특히 바오바브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 후리후리한 키에 넉넉한 허리둘레를 가진 데다 지구상 유일하게 군집을 이루며 서식하기 때문이다.

2004년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photo by Sebastião Salgado / Amazonas images

2004년 갈라파고스 제도의 이사벨라 섬에서 자이언트거북을 처음 만난 순간을 살가두는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족히 200kg은 되는 어마어마한 자이언트거북 한 마리가 보였다. 이 섬에 갈라파고스라는 이름을 붙이게 한, 바로 그 거북이었다. 자이언트거북은 내가 다가가려 할 때마다 도망갔다. 이 녀석도 사진으로 담아내려면 서로 안면을 익히는 방법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놓고 거북이같이 손바닥과 무릎으로 땅을 짚고 납작 엎드려 눈높이를 맞추어 앞뒤로 기어 보았다. 한나절 넘게 서로 다가오고 후퇴하기를 반복하다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게 되었다. 내가 녀석의 영토를 존중한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데 하루가 걸린 것이다.” 

2008년 파푸아뉴기니 서부 하일랜드 지방
ⓒphoto by Sebastiao Salgado / Amazonas images

 

파푸아뉴기니의 서부 하일랜드 원주민들은 싱싱(singsing) 축제를 위해 자신들의 몸을 캔버스 삼아 화려한 그림을 그린다. 산의 정령을 표현하기 위해 나뭇잎, 새의 깃털, 진주, 동물의 뼈로 단장하고 역사적인 전투나 신화적 사건들을 축제에서 재현하기도 한다. 파푸아뉴기니의 고지대는 비옥한 계곡, 험한 강, 끝이 보이지 않는 톱니 같은 산들이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곳이다. 유럽의 탐험가들은 이 험한 지역에 겹겹의 산들만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들은 넓고 조밀한 경작지를 품고 있는 계곡과 100만 명 이상의 원주민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원주민들의 독특한 축제였다. 이처럼 다양하고 예술적인 원주민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1930년대였다. 

▲  ‘사회 참여 다큐’를 지향하는 사진가들의 신간 <사진노트>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다. 2011년 창립한 다큐멘터리 사진가 집단 ‘온빛’ 낸 사진 연간지 <사진노트>가 바로 그것이다. 10명의 사진가와 평론가가 힘을 모아 만들었다고 한다. “개인의 작업보다는 시대를 비출 수 있는 사진가의 정신을 담기위해 노력했다.”는 책소개 내용답게 ‘국가란 무언인가?’라는 엄중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제호인<포토노트>는1936년부터 1951년까지 미국 뉴욕에서 여러 사회 참여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모여 만든 ‘포토리그(Photo League)`의 동인지인 `Photo Note`에서 따왔다고 한다. 

책에는 강정마을(김흥구), 삼성반도체 노동자(산웅재), 밀양 송전탑(최형락), 세월호(손문상)을 비롯해 깊은 산골짜기 ‘선이골’에 사는 아이들의 사진도 담겼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평론도 함께 실렸다.

김흥구 

제주 해군기지 공사의 불법성을 감시하는 평화활동가의 목 위로 대형 크레인 줄이 겹쳐지고 있다. 마치 국가폭력에 목 졸려 질식돼온 제주도의 과거와 오늘을 은유하는 듯하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우리 인류가 찍을 수 있는 가장 깊고 미세한 사진이다. 제임스 메디슨 대학의 입자물리학연구소에서 ‘기포상자’라 불리는 거대한 탱크에 액체를 채우고 원자보다 작은 소립자를 강력하게 충돌시켜 더 작은 소립자로 쪼개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책의 기획 편집인이자 사진가인 이상엽씨는 “이 사진을 표지 사진으로 선택한 이유는 기록에 가장 충실하고, 가장 아름다우며 또한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다큐멘터리 사진 정신의 표상 같았다.”라며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현재 우리 현실의 내부나 외부에 대해 어떻게 이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기록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 명의 사회 개혁운동가로서, 시각 비평가로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국가 간에 존재하는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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