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이야기] "The Famine Scam" 기근 사기극: 누구를 위한 기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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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MINE SCAM" 기근 사기극: 누구를 위한 기근인가?

글 오예지 / yeejio@naver.com



BBC는 세계적인 영국의 공영 방송국이다. BBC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뿐 아니라 보도내용의 정확성과 깊이 면에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그런데 만약 BBC에서 보도된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른 거짓말이라면? 다큐멘터리 < The famine Scam(기근 사기극) >은, 노르웨이의 공영방송국인 TV2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5년 BBC를 통해 보도되었던 니제르의 대기근이 사실과는 다른 사기극이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미디어의 영향력과 역할에 대해 우리들에게 의문을 제기한다. 자 그럼 우선 BBC에서 다루었던 니제르의 대기근 현장을 찾아가보자. 


니제르는 아프리카의 중서부 내륙에 위치한 나라로, 국토의 80%가 사막으로 뒤덮여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다. 2005년 BBC에서 시리즈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니제르에서는 2004년의 폭우와 2005년 메뚜기 습격으로 인한 대기근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BBC는 이 당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과 죽어있는 동물의 사체를 통해 니제르의 대기근을 보도하면서 국제적인 원조를 요청했었고, 국제사회는 니제르에 대량의 원조를 지원했었다.



그런데 이상한 사실은, 이러한 엄청난 대기근이 일어났음에도 현지 사람 중에는 누구도 대기근이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할 정도의 기근이었다면 분명히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어야 했음에도 현지인들은 누구도 2005년 당시 그 정도의 대기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못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본 다큐멘터리는 이 당시 BBC에서 보도했던 내용이 도대체 무엇에 근거한 내용이었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되짚어 간다.

기근의 실체

우선 BBC에서 비춰준 대기근의 증거 중에서, 가장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은 깡마른 아기들이다. 영양실조로 인해서 죽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아기들은 전 세계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금 당장이라도 이들을 도와주어야만 한다는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BBC의 보도를 통해서 UN은 현재 니제르에는 2만3천톤의 식량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했고, 국제사회는 니제르의 기근에 효과적으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갔다는 때늦은 후회와 함께 구호식량을 니제르에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약에 이 아이들이 기근과 식량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가 아니라면? 노르웨이 방송국에서 그 당시 영양실조 걸린 아이들을 치료했던 국경없는 의사회 사람들을 인터뷰했더니 이 아이들의 영양실조는 말라리아로 인한 것이지, 식량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말라리아로 인한 영양실조라면, 니제르에 도착한 외국의 구호물자는 사실상 전혀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약품이지 식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근의 증거로 여기 독이 있는 나뭇잎을 먹고 있는 니제르 사람들이 보인다. 당시 BBC 리포터는 나뭇잎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 주면서 니제르의 대기근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보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현지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 한 결과, 이 나뭇잎은 니제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품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현지 사람들은 평소에 음식이 부족하면 지가(Jiga)라는 나뭇잎을 저장해 놓았다가 먹는데, 이는 독성이 없을 뿐 아니라 맛도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지 취재팀이 직접 이 나뭇잎을 요리해 먹어보니 이는 정말 맛이 좋은 식량이었다.



BBC를 통해서 니제르의 대기근이 보도되었을 당시, 니제르의 대통령은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수 차례 국제사회에 전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니제르를 담당했던 UN에서는 니제르 대통령의 말보다는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는 BBC의 보도를 더 신뢰하였다.

현지사람들의 삶을 망치는 원조

그렇다면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비록 니제르에 대기근이 없었다 할지라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량이 전달된 것은 결국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라고.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는 국제사회의 원조가 오히려 현지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원조가 현지사람들의 삶을 망치고 있는가? 우선 무상으로 제공된 식량이 생기면, 현지인들은 지역사람들이 재배한 로컬음식을 사먹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로컬상인과 농부들의 소득은 감소할 것이고, 농부들은 더 이상 농작물을 재배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우리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왜곡된 시각과 판단이 얼마나 그들의 삶을 망치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우리는 보통 ‘원조’하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지사람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원조’가 얼마나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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