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이야기] 한국사회에서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두개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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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두개의 선’

글 오예지 yeejio@naver.com




2012 EBS국제다큐영화제(EIDF)가 개막을 했다. EBS가 2004년부터 시작한 이 영화제는 다양한 국제 다큐멘터리의 축제이다. 음악 다큐에서부터 스포츠 다큐까지,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의 잔칫집이다. 이 잔칫집에서 이번 다큐이야기는 <결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성과 주체성을 요구하며 한국사회의 시선과 편견에 맞서 고군분투해본 이야기를 다룬 ‘두개의 선’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골라 보았다.

본 다큐멘터리의 주연은 한국사회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두 남녀, 이철과 지민이다. 이들은 주연이자, 촬영감독이자, 이 다큐멘터리의 연출가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로워 자신만의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8년간 연애를 해온 이철과 지민은 ‘결혼’이라는 화두 앞에서, 어떻게 하면 삶의 주체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동거라는 형식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들은 왜 결혼을 거부하는가?

결혼이란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최종목표이자 종착점이다. <우리 결혼했어요>같은 프로그램처럼 어떤 이에게 결혼이란 핑크빛 로망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 결혼이란 불편한 제도의 틀이나 구속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결혼이라는 옷을 입는 순간, 개인의 가치보다는 그 개인을 묶는 가족이라는 유대가 생겨나고, 이 가족이라는 유대감은 때로는 개인의 행동과 생각의 자유를 구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민과 철이는 ‘결혼하지 않고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그 어떤 제도적인 틀이나, 가족적인 관계로 인해서 묶여지기를 거부하고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유럽 같은 경우는 많은 커플들이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택한다. 동거를 하는 관계이지만 아이를 양육하는데 그 어떤 문제도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타인의 시선이라는 제약을 배제하고서라도, 제도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두 사람이 아이를 양육해 가는 것이 가능할까? 한국사회에서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한국사회에서 결혼하지 않고 ‘부모’되기 라는 전환점 앞에서, 지민과 철이의 고민은 아주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들의 고민이 이제는 둘만의 고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동거하는 커플이 아이를 갖게 될 때, 아이는 혼외자녀가 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양육비 관련 어떠한 지원도 받기가 어렵다. 지민과 철이의 아이가 아파서 수술을 하고 나서도, 이 둘이 혼인신고가 된 정식 부부가 아니기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지원 받을 수 있는 수술비를 지원받을 수가 없었다. 아이의 출생신고 마지막 날. 아기를 혼외자녀로 등록할 것인가의 기로 앞에서 지민과 철이는 혼인신고를 결정한다. 아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결국 개인의 몸부림이 그저 몸부림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깊은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언제부터 결혼이라는 제도가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혼제도는 수 천 년간 이어져오면서 사회를 유지 존속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틀에 의해서 규정되어 지지 않고,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 갈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지속되어온 결혼이라는 제도를 우리가 수용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두개의 선’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가감 없이 수용하며 살아온 한국사회에 던지는 용기 있는 시도이자,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서 좀 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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