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이야기] Good Hair, 머리결 뒤에 숨겨진 욕망과 비밀

카카오스토리

Good Hair, 머리결 뒤에 숨겨진 욕망과 비밀

 글 오예지 vitalbise@gmail.com

 

 

“찰랑거리고 윤기 나는 머리결”은 세계 여성들의 로망일 뿐 아니라,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한 흑인 꼬마아이에게도 이 머리결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어느 날 까만피부의 여자아이 로라는, 울면서 아빠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빠, 왜 제 머리결은 찰랑거리는 생머리가 아니에요? 왜 저는 좋은 머리결(Good hair)을 갖고 있지 않아요?”

 흑인들은 유전적으로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데, 이 유전자는 웬만한 고대기나 파마약으로도 펴지지 않는 아주 강력한 뿌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녀들은 이 곱슬거리는 머리를 펴기 위해서 온갖 위험과 고통을 무릅쓴다. 어디 위험과 고통뿐이겠는가! 그에 포함된 시간 및 비용과 함께 엮여 있는 가발산업의 이야기는 실로 상상 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흑인여성들의 대명사인 비욘세, 미쉘 오바마, 나오미 캠벨의 찰랑거리는 머리결 뒤에도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노력과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자 그럼 이제부터 이 머리결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로라 아빠와 함께 찾아가 보자.


불타는 파마약


흑인들의 유전적 곱슬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Relax”라는 이 강력한 스트레이트 파마약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약은 미국계 흑인여성들이 자신들의 곱슬머리를 생머리로 변신시키기 위해서 필수적인 파마 약으로, 수산화나트륨을 원료로 하고 있다. 우리가 과학시간에 배웠던 수산화나트륨을 잠깐 생각해보시라. 이는 한국인들이 “양잿물”이라고 하는 것인데, 연기만으로도 우리의 폐를 망가뜨릴 수 있는 강력한 화학제품이다. 이 약품을 두피에 바르면 한마디로 머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고통스러워진다고 하는데, 부시시하고 보풀거리는 곱슬머리만 펼 수 있다면 여성들이여 무슨 짓인들 못할까!

그렇다면 이 마법의 파마약으로 그리도 욕망하는 마법의 머리결을 얻게 될 수 있을까? 이 파마약으로 곱슬머리를 직모로 펼 수는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강력한 약품으로 건강하고 윤기나는 머리결을 갖는 것은 사실상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미국계 흑인 여성들은 가발을 자주 애용하는데, 필자가 알고 있는 몇몇 아프리카 친구들도 옷장 속에 다른 종류의 가발을 소장하면서 종종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신하곤 한다.


파마약과 가발. 로라의 아빠는 고민한다. 울면서 머리카락에 대해 고민하는 딸을 위해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을까? 로라의 아빠는 눈물콧물이 필요한 파마약 보다는 가발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진짜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쓰려면, 가발 한 벌의 가격이 한화로 120만원($100)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고 만다. 도대체 이 가발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서 이들 여성들의 머리 위에 얹어지는 것일까? 그녀들은 이 이름 모를 머리카락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있을까? 로라의 아빠는 이 엄청난 가발산업의 출발점을 찾아서 바다 건너 인도의 한 가발 공장까지 날아간다.


가발과 이상한 공급사슬

1. 여러 명의 여성들이 머리카락 뭉치 속에 둘러앉아 있다.
2. 이들은 엉켜있는 긴 머리카락들을 빗으로 고르게 빗고 있고, 머리카락들 사이에는 종종 벌레들이 기어 다닌다.
3. 샴푸로 감겨진 머리카락들은 말려진 후에, 묶음으로 묶여서 캐리어 가방 안에 담겨진다.

이는 인도의 한 가발 사무실의 풍경이다. 호기심이 많은 로라의 아빠는 가발공장 사장님께 이 머리뭉치들은 어디서 구해 오는 것인지 물어보는데, 출처가 ‘사원’이라는 의외의 대답을 듣는다. 인도 많은 여성들은 일년에 최소 2번 이상 삭발하는 풍습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머리카락은 허영심으로 여겨지는데, 머리를 자르는 것을 신에 대한 자기 희생으로 여긴다는 것! 혹은, 머리카락 수집가들은 여성의 긴 머리카락을 몰래 잘라서 도망치기도 한단다. (인도에 간다면 긴 머리 여성은 경계를 놓쳐선 안될듯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죄의식은 별로 없다. 그냥 머리카락 일 뿐. 그렇게 해서 공짜로 얻어진 머리카락들은 간단한 공정을 거친 후 20시간을 날아서 미국에 도착하고, 엄청나게 높은 이윤을 붙여 팔리는 것이다. 인도 상인이 캐리어 하나에 가득 채운 머리카락을 다 팔고 나면 무려 2천 만원($15,000)이라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공급이 있다면 그만큼 수요가 있게 마련. 그러면 왜 수많은 흑인여성들은 그렇게 찰랑거리는 좋은 머리결에 집착하는 것일까? 온갖 아픔을 견디거나, 거금의 돈을 들여서라도 좋은 머리를 갖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살수는 없는 것일까? 로라의 아빠는 이들에게 물어본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좋은 머리결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부분의 여성들의 대답에는 그렇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백인들의 찰랑거리는 머리결은 어느새 우리들의 무의식에 섹시함과 아름다움, 부와 자유로움의 상징이 되어있다. 눈에 보이는 머리결보다는 머리속안에 든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가 모를까? 하지만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이 누군가의 성스러운 종교적 희생에서 온 것이라면, 우리가 갖고 있는 미의 기준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목록으로